[네, 언니. 꼭 조심할게요. 지금 운전해야 돼서 우선 끊을게요.]이연이 말했다. 소은과의 통화를 마치고 이연은 차를 몰아 이강의 집으로 갔다. 신호등에서 대기할 때, 소은의 당부가 다시 떠올랐다. 이연은 생각 끝에 송현욱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 방금 일을 간략히 설명하고 이강의 집으로 가고 있다고 알렸다. 현욱이 답장을 보내지 않자, 이연은 그가 바쁜가 보다 하고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강 집 근처에 도착하자 이연은 일단 주차를 했다. 지금 이강이 살고 있는 집은 예전에 이연의 가족이 살았던 곳이라, 집 앞에 가면
왕영수는 다시 이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 자식한테 이렇게 예쁜 여동생이 있었어? 근데 이 자식이 왜 말 안 했지? 참나, 이강 이 자식 치사하게 여태까지 계속 이런 여동생을 숨겨두고 있었다니.”그 말을 들은 이연은 어이가 없어 말도 하기 싫었다. 그녀는 곧장 이강의 방 앞으로 가서 힘껏 문을 두드렸다.“이강, 빨리 안 나와!”왕영수가 앞으로 나와 이연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연은 이미 알아차리고 빠르게 피했다.“왜 이래!”이연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자, 왕영수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이쁜이, 왜 자기 오빠의 좋은
이연이 이강을 바라보자 이강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연은 이 작은 행동만으로도 상황을 이해했다.“이강.”이연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경고의 기운이 섞여 있었다.이강은 몸을 떨며 얼른 왕영수에게 말했다.“형님.”왕영수는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입 닥쳐.”이강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왕영수는 이연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원래 아가씨가 송 대표님의 여자 친구였군요. 방금 헛소리한 건 절 탓하지 말아요.”왕영수의 태도 변화를 보면서도 이연은 여전히 불쾌했다. 다시 나가라고 하기 전에 이강이 말했다.“형
“원선미, 당장 닥치고 이 집에서 나가.”이연은 둘 사이의 친밀함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이 여자가 이강을 계속 망치려고?’“야, 이연, 나 네 오빠의 여자친구야, 즉 네 새언니야. 여긴 네 오빠 집인데 내가 왜 나가야 해? 너 입 조심해. 기자들이 네가 가족에게 이러는 걸 알면, 송현욱도 널 싫어할 거야. 그럼 명문가에 시집가는 너의 꿈이 허물어질 거야.”원선미는 이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연은 원선미를 상대하지 않고 이강을 보며 추궁했다. “도대체 그 불량배에게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말 했어. 빨리 말해!”“넌
울부짖는 원선미를 보며 이연은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너희가 그냥 가만히 사고 치지 않고 지내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나도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원선미, 네가 오늘 오빠를 부추겨서 원 어르신 댁에 찾아가게 했잖아. 속셈이 뻔해. 그래서 나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서 그날 사건의 진실을 밝힌 거야. 오빠, 지금은 믿지 못하겠지? 한 시간 후에 메일 확인해 봐.”이연은 혹시 핸드폰이라 잃어버리는 날엔 증거가 사라질까 봐, 이연은 그 술집 사장이 준 영상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올려두었다.원선미는 이연의 말투를
“사랑해? 사랑하는데 날 바보로 보고 속여? 원선미, 솔직히 말해봐. 술집에서의 일은 다 네가 꾸민 거지?”이강은 그녀에게 삿대질을 하며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원선미는 원래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연이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더 이상은 억지를 부리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맞아, 이연 그 계집애가 말한 건 다 사실이야 하지만, 그날 난 고의로 널 해치려던 건 아니었어. 원래 다른 사람을 노렸는데, 네가 끼어들 줄은 몰랐어. 그래서 일이 그렇게 된 거야. 그때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
이강은 빨갛게 부은 원선미의 뺨을 곁눈질로 보면서도 동정심 없는 눈빛을 보냈다.원선미는 이강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빨리 그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다. “자기야, 난 정말 자기를 사랑해. 그러니까 제발 날 포기하지 마,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포기하지 말자.”이강은 그녀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다소 짜증스럽게 말했다.“앞으로 절대 날 속이지 마.”“절대 속이지 않을게!”원선미는 이강에게 약속했다.“우리 함께 잘 살자, 알았지?”이강은 원선미 뒤에 원춘식과 원민지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는 그녀의 빨갛게 부은 얼굴을
원아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의 건강이 나날이 좋아지시는 것 같아. 예전의 숨 가쁜 상태와는 전혀 다르셔.’원민지는 이 말을 듣고 작업실에서 나와 궁금해하며 물었다.“아빠, 왜 부르셨어요?”“초설이가 이제 그만 집에 가봐야 한다고 하니까 네가 집 앞가지만이라도 배웅해 주렴.”원춘식이 말했다.원민지도 원아를 보면서 설득했다.“초설아, 왜 이렇게 빨리 가? 저녁 먹고 가지.”“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어요 민지 이모. 이미 약속한 게 있어서 가봐야 해요.”원아가 설명했다.원민지는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