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은 얼른 나가서 말했다.“염 교수님, 지금 실험실로 가시는 거예요?”원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네, 왜요?”“문 대표님이 지금 교수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성은은 소남이 ‘염 교수’의 사무실에 있음을 알려주었다.소남은 원아가 회의 때문에 HS제약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결정한 것이다.소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원아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뒤돌아서서 수혁에게 먼저 실험실에 가라고 손짓했다.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실험실로 향했다.원아
“다음 분기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논의했어요. 서두인 교수님 일과 조재하 교수가 나간 후 중단된 연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요. 지금 김태식 사장님은 매우 불안하고 초조해서 성과를 빨리 내고 싶은 마음에 다음 분기 계획과 목표를 미리 세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소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아는 그가 말을 하지 않자, 김태식의 이상한 점을 무심코 폭로하려다가, 소남이 말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해 멈추었다.그녀가 약간 머뭇거리며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이자 소남이 물었다.“왜 그래요?”“김 사장 계획 때문에 혹
원아는 사원증을 찍고 퇴근한 후 소남과 함께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탔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자 성은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눈길을 거두었다.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정말 잘 어울리는데, 아쉽네...”수혁은 사무실에 들어서며 그녀의 말을 듣고 궁금해했다.“뭐가 잘 어울려요? 뭐가 아쉬워요?”성은은 고개를 저으며 상사의 사생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이 선생님, 퇴근하려고요?”“다른 선생님들도 아직 퇴근 안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퇴근할 수 있겠어요?”수혁은 책상의 프린터 옆에서 자료 한 묶음을 들
이 광경을 본 김 집사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도련님, 정말 다정하시네.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신 것 같아.’동시에 김 집사는 옛날을 떠올렸다.‘기억을 잃은 원아 사모님한테 소남 도련님은 이렇게 다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라지기 전에도 그랬지.’비록 소남은 그 ‘기억을 잃은 원아’에게 잘해주긴 했지만, 뭔가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왜냐하면 ‘원아’가 납치되기 전에 소남과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졌고, 결국 ‘기억을 잃은 원아’는 해외로 보내졌다. 김 집사는 더 이상 소남의 다정함을 볼 수 없을 줄 알았지만, ‘염초설’과 함께
“그럼요.”원아는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현만 앞에서는 굳이 헨리와 거리를 두지 않았다. 이미 소문이 퍼진 상황에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도 점점 줄어들 테니까.“참, 형과 누나는?”“형과 누나는 지금 위층에서 숙제하고 있어요.”헨리는 환하게 웃으며 원아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원아는 헨리를 안아 주었다.옆에 있던 소남은 원아가 헨리와 다정하게 있는 것을 보고 질투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먼저 위층에 가서 서류가방 좀 놓고 올게요.”“그래, 빨리 다녀와. 내가
사실 진짜로 약재 한 봉지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이하늘의 약재 때문이었다. 문현만이 ‘염초설’만 총애하니까 채은서는 자기들의 물건을 남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 남편 문진호도 문소남의 어머니인 장인숙에게 뺏겼고, 자기 아들이 받아야 할 회사도 문소남에게 빼앗겼고, 이제는 자기 며느리 이하늘의 약재까지 문소남의 새로운 애인에게...원아는 그곳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매우 난처해졌다. 자신이 이 차를 마신 것이 마치 잘못한 일 같았다.“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 아직도 불만이 있는 게냐?” 문현만이
문현만이 채은서와 이렇게까지 말다툼을 했으니, 원아도 다시 약재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기가 어려웠다. 채은서가 또 계속 트집을 잡아 노인의 불만을 사지 않도록 가만히 있는 편이 나았다.그녀는 약재가 이하늘의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난번 어르신이 드신 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국에 손을 댄 것은 채은서였지. 하지만 이하늘은 채은서의 며느리인데다가 아직 문예성 부부에게 둘째를 기대하고 있으니 자기 며느리가 먹을 약재에 손을 대지는 않았을 거야.’‘기껏해야 보약이니 내 몸에 맞지 않아도 그다지 해롭지 않을
“어르신, 요즘 잘 쉬지 못하신다고 들었는데, 제가 맥을 짚어 드릴까요?”원아의 말이 막 끝나자마자 채은서는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아버님이 잘 쉬지 못하신다고? 왜 몰랐지?’왜냐하면 채은서는 이 집에 살고 있어서 문현만의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문현만이 요즘 잘 쉬지 못했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들어 본 적이 없다.채은서는 의심스럽게 문현만과 ‘염초설’을 바라보았다.“좋지, 빨리 내 맥 좀 짚어 보거라.”문현만은 흔쾌히 승낙했다.사실 이 노인은 몸이 불편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