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짜로 약재 한 봉지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이하늘의 약재 때문이었다. 문현만이 ‘염초설’만 총애하니까 채은서는 자기들의 물건을 남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 남편 문진호도 문소남의 어머니인 장인숙에게 뺏겼고, 자기 아들이 받아야 할 회사도 문소남에게 빼앗겼고, 이제는 자기 며느리 이하늘의 약재까지 문소남의 새로운 애인에게...원아는 그곳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매우 난처해졌다. 자신이 이 차를 마신 것이 마치 잘못한 일 같았다.“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 아직도 불만이 있는 게냐?” 문현만이
문현만이 채은서와 이렇게까지 말다툼을 했으니, 원아도 다시 약재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기가 어려웠다. 채은서가 또 계속 트집을 잡아 노인의 불만을 사지 않도록 가만히 있는 편이 나았다.그녀는 약재가 이하늘의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난번 어르신이 드신 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국에 손을 댄 것은 채은서였지. 하지만 이하늘은 채은서의 며느리인데다가 아직 문예성 부부에게 둘째를 기대하고 있으니 자기 며느리가 먹을 약재에 손을 대지는 않았을 거야.’‘기껏해야 보약이니 내 몸에 맞지 않아도 그다지 해롭지 않을
“어르신, 요즘 잘 쉬지 못하신다고 들었는데, 제가 맥을 짚어 드릴까요?”원아의 말이 막 끝나자마자 채은서는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아버님이 잘 쉬지 못하신다고? 왜 몰랐지?’왜냐하면 채은서는 이 집에 살고 있어서 문현만의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문현만이 요즘 잘 쉬지 못했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들어 본 적이 없다.채은서는 의심스럽게 문현만과 ‘염초설’을 바라보았다.“좋지, 빨리 내 맥 좀 짚어 보거라.”문현만은 흔쾌히 승낙했다.사실 이 노인은 몸이 불편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
“아버님은 연세가 있으시고 식견도 넓으시지만, 요즘은 사기꾼도 많아져서 전에 보신 적 없는 속임수도 많으니까 절대 쉽게 남을 믿지 마세요.”채은서는 문현만이 이렇게 ‘염초설’을 감싸는 것을 보고 더욱 불만스러워하며 대놓고 ‘염초설’이 사기꾼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문현만의 안색이 한순간에 어두워졌다.‘예성 에미는 일단 날뛰기 시작하면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구나. 나한테도 그랬고, 예전에 소남 에미한테도 그랬고, 지금 손님으로 집에 온 초설한테도 마찬가지야.’‘지금 한 말은 그저 나한테 초설이가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있잖아.
‘예성이 망할 자식! 아무것도 아닌 그 작업실 때문에 T그룹의 경영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늘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고, 심지어 항상 집에 없으니 내가 소남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잖아!’소남은 채은서의 분통을 느꼈지만, 어떤 위로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방금 헨리와 원아에게 한 심한 말들을 소남도 모두 다 들었다.지금 소남이 채은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이미 최대의 양보라고 할 수 있었다.“헨리야.”소남은 아들을 불렀다.“아빠, 왜요?”헨리는 얌전하게 소남의 곁에 기대었다.“숙제는 다 했어?”소남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 후, 채은서는 결국 분을 참으며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김 집사의 눈에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문현만이 이미 ‘염 교수’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으니 그는 채은서에게 물었다.“사모님, 차를 더 드시겠어요?”“이 맛없는 걸 뭐 하러 또 마셔요.”채은서는 소파에 앉아 약간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기억을 잃은 ‘원아’와 장인숙이 모두 국외로 보내진 후, 그녀는 자신이 문씨 가문에서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소남이 또 다른 여자를 데려와 자신을 화나게 했다!김 집사는 채은서
문현만이 대답했다.자신의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잠도 아주 잘 자고 있는데, 다만 ‘초설’이 이 집에 오게 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한 것뿐이다.“어르신의 지금 맥박은 매우 안정적이에요.”원아가 말했다. 문현만의 맥박은 같은 연배의 노인보다 더 안정되어 있었다.예전에 원아는 소남과 결혼한 후 문현만의 생활 패턴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소남도 원아에게 문현만이 은퇴한 후 자기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현재 문현만의 건강이 같은 나이의 다른 노인들보다 좋은 것은 당
문소남이 ‘염초설’을 사랑한다는 것을 원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비록 자신의 신분이 바뀌어 이제는 원아가 아닌 ‘염초설’이 되었지만, 소남은 여전히 ‘염초설’에게...소남과의 친밀한 접촉을 떠올리며 원아의 볼은 약간 뜨거워졌다.문현만은 ‘초설’의 볼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초설’이 소남에게 가진 감정도 단순하지 않다고 추측했다.그는 일부러 깊게 한숨을 쉬었다.“소남이의 이런 문제들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서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각자 저마다 가진 복이 있어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