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요즘 잘 쉬지 못하신다고 들었는데, 제가 맥을 짚어 드릴까요?”원아의 말이 막 끝나자마자 채은서는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아버님이 잘 쉬지 못하신다고? 왜 몰랐지?’왜냐하면 채은서는 이 집에 살고 있어서 문현만의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문현만이 요즘 잘 쉬지 못했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들어 본 적이 없다.채은서는 의심스럽게 문현만과 ‘염초설’을 바라보았다.“좋지, 빨리 내 맥 좀 짚어 보거라.”문현만은 흔쾌히 승낙했다.사실 이 노인은 몸이 불편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
“아버님은 연세가 있으시고 식견도 넓으시지만, 요즘은 사기꾼도 많아져서 전에 보신 적 없는 속임수도 많으니까 절대 쉽게 남을 믿지 마세요.”채은서는 문현만이 이렇게 ‘염초설’을 감싸는 것을 보고 더욱 불만스러워하며 대놓고 ‘염초설’이 사기꾼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문현만의 안색이 한순간에 어두워졌다.‘예성 에미는 일단 날뛰기 시작하면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구나. 나한테도 그랬고, 예전에 소남 에미한테도 그랬고, 지금 손님으로 집에 온 초설한테도 마찬가지야.’‘지금 한 말은 그저 나한테 초설이가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있잖아.
‘예성이 망할 자식! 아무것도 아닌 그 작업실 때문에 T그룹의 경영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늘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고, 심지어 항상 집에 없으니 내가 소남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잖아!’소남은 채은서의 분통을 느꼈지만, 어떤 위로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방금 헨리와 원아에게 한 심한 말들을 소남도 모두 다 들었다.지금 소남이 채은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이미 최대의 양보라고 할 수 있었다.“헨리야.”소남은 아들을 불렀다.“아빠, 왜요?”헨리는 얌전하게 소남의 곁에 기대었다.“숙제는 다 했어?”소남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 후, 채은서는 결국 분을 참으며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김 집사의 눈에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문현만이 이미 ‘염 교수’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으니 그는 채은서에게 물었다.“사모님, 차를 더 드시겠어요?”“이 맛없는 걸 뭐 하러 또 마셔요.”채은서는 소파에 앉아 약간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기억을 잃은 ‘원아’와 장인숙이 모두 국외로 보내진 후, 그녀는 자신이 문씨 가문에서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소남이 또 다른 여자를 데려와 자신을 화나게 했다!김 집사는 채은서
문현만이 대답했다.자신의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잠도 아주 잘 자고 있는데, 다만 ‘초설’이 이 집에 오게 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한 것뿐이다.“어르신의 지금 맥박은 매우 안정적이에요.”원아가 말했다. 문현만의 맥박은 같은 연배의 노인보다 더 안정되어 있었다.예전에 원아는 소남과 결혼한 후 문현만의 생활 패턴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소남도 원아에게 문현만이 은퇴한 후 자기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현재 문현만의 건강이 같은 나이의 다른 노인들보다 좋은 것은 당
문소남이 ‘염초설’을 사랑한다는 것을 원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비록 자신의 신분이 바뀌어 이제는 원아가 아닌 ‘염초설’이 되었지만, 소남은 여전히 ‘염초설’에게...소남과의 친밀한 접촉을 떠올리며 원아의 볼은 약간 뜨거워졌다.문현만은 ‘초설’의 볼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초설’이 소남에게 가진 감정도 단순하지 않다고 추측했다.그는 일부러 깊게 한숨을 쉬었다.“소남이의 이런 문제들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서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각자 저마다 가진 복이 있어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
“그래, 그럼 내가 100살까지 살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매일 초설에게 잔소리도 할게.”문현만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재 문쪽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김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들어와.” 문현만이 말했다.김 집사는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어르신, 주방에서 저녁을 다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예성 도련님 일가도 돌아왔습니다.”“그럼 주방에 상을 빨리 차리라고 해.” 문현만은 걷었던 소매를 내리고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초설아, 가자. 우리 저녁 먹으러 내려가자.”“네, 어르신.”
안타깝게도 채은서는 시어머니로서 며느리를 제대로 교육할 줄 몰랐다.결국 이하늘도 자기 시어머니 채은서와 같은 사람이 되었다.그래서 문현만은 그런 이하늘을 보면 항상 불쾌했다.그러나 다행히도 이하늘의 성격은 아무리 채은서를 닮아가도 문현만 앞에서는 얌전한 척했다.그래서 채은서 같은 어머니와 이하늘 같은 아내가 옆에 있어 가장 고생이 많은 사람은 문예성이었다.하지만 자기 손자 예성이 고생하는 걸 보고도 문현만은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어쨌든 예성은 젊었을 때 매우 경망스러웠고, 이하늘 같은 아내를 들였으니 더 이상 예전처럼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