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서는 ‘초설’의 얼굴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득의양양해져서 계속 말했다.“헨리야, 왜 그런지 알아?”헨리는 입안의 음식을 삼키며 순진하게 물었다.“큰할머니, 왜요?”“왜냐면...”채은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예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끊었다.“엄마, 무슨 헛소리예요. 식사할 때 그런 말 하지 마세요.”“왜? 헨리가 이렇게 궁금해하는데. 내가 왜 그런지 설명하면 안 돼?”채은서는 문현만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했다.소남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가운 얼굴로
“예성 엄마, 예성이랑 하늘이는 다들 일이 바쁜데, 네가 따라나가지 않으면 누가 송희를 돌볼 거야?”문현만은 채은서가 고택에 남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송희를 예성이랑 하늘이가 돌볼 수 없다면 시터를 구해서 돌볼 수도 있고, 정 안 되면 송희를 고택으로 보내주면 제가 직접 돌볼 수도 있잖아요.”채은서는 고택에서 생활하겠다고 고집했다. 이전에 장인숙과 죽기 살기로 싸웠지만, 장인숙은 결국 고택에서 나가 혼자 살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장인숙과의 ‘전쟁’에서 높은 자리를 쟁탈했다.그래서 채은서는 고택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이
“뭐라고요? 아버님이 예성이랑 함께 이사를 가신다고요?”채은서는 문현만이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그녀가 고택에 머무르려는 이유는 수십 년의 습관 외에도 문현만에게서 이득을 얻기 위해서였다.문현만이 이사를 나가면, 그녀 혼자 고택을 지키게 되어 상쾌하겠지만, 고택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그녀의 통제 범위 밖이 될 것이다.문현만은 침착하게 요리를 한 입 먹으며 말했다.“예성의 별장은 소남의 별장 옆에 있어. 내가 이사를 가면 두 집안의 아이들을 모두 볼 수 있고 가족의 정을 누릴 수도 있으니, 좋지 않겠니?”채은서는 소남
원아는 한약재를 잘 알고 있으니, 문현만은 원아가 먹기를 거부하면 자신의 계획이 헛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원아에게 해를 끼칠 의도가 없다고 믿게 하려 했다.“이것은 어르신께서 두 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영양탕입니다. 약재는 모두 유명한 한의사가 직접 조제한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밤을 새운 후에 이 영양탕을 복용하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김 집사도 말을 거들었다.그는 이미 문현만의 계획을 잘 알고 있었다. 김 집사는 평생을 이 집에서 일하며 소남의 성장을 지켜봤기 때문에 김 집사의 목표도 문현만과 같았다.
‘설마 아버님이 이번에 구한 그 비싼 약초들이 전부 다 이 영양탕에 들어간 것은 아니겠지?’“기왕 영양탕이 그렇게 귀한 국물이라면, 요즘 나도 송희 돌보느라 힘드니까 김 집사님, 나한테도 한 그릇 주세요. 아참, 예성이랑 하늘도 요즘 좀 바빴으니까, 세 그릇 갖다 주세요.”채은서는 문씨 가문에서 진귀한 약초를 많이 봤지만,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김 집사의 얼굴에 난처한 표정이 스쳤다.‘세 그릇?’‘예성 부부가 먹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둘이 부부니까. 하지만 사모님이 드시면 오늘 밤새 힘들 수도 있을 거예요.’김
원아는 자신이 남겠다고 대답한다면 오늘 밤 틀림없이 귀찮은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남은 내일 출장을 가야 하니 원아는 오늘 저녁은 평온하게 보내고, 소남도 좋은 기분으로 내일 회사 일을 처리하기를 바랐다.소남은 기쁨이나 슬픔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고, 고택의 여러 가지 귀찮은 일들에 대해서도 무심한 사람처럼 보였으나,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냈으니 원아는 소남이 누구보다도 고택의 일들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건 안 돼. 너희가 방금 마신 보양탕에는 독한 술도 들어가 있어. 너희는 지금 모두
하늘은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왜?” 문현만은 하늘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며 틀림없이 좋은 일이 아닐 거라는 걸 눈치챘다.“어머니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는 그 주얼리 세트는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이미 그 주얼리 세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다시 팔기 싫어해서, 예성 씨가 그냥 그 주얼리 세트와 비슷한 걸 구했어요...”하늘이 말했다.채은서가 원하는 그 주얼리 세트는 예성 부부가 최선을 다해도 구할 수 없었다.“비슷한 거? 네 시어머니가 그것과 비슷한 걸 과연 받아줄까?” 문현만은 며느리를 잘 알
“문예성, 이게 엄마가 원했던 주얼리 세트야? 지금 엄마가 늙어서 눈이 침침해졌다고 날 속이는 거냐?”하늘은 송희의 손을 잡고 계단 입구에 서 있었다. 채은서가 기분이 매우 나빠 보이는 데다가 아래층에서 문현만에게 한바탕 혼났기도 해서 하늘은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송희의 손을 잡고 먼저 침실로 돌아가기로 했다.“송희야, 숙제는 다 했어?”송희는 입을 삐죽 내밀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엄마, 숙제하고 싶지 않아요.”“안 돼. 가자, 네 방으로 가서 숙제를 해.”하늘은 채은서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으려 두말없이 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