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은 넌지시 공모의 가능성을 암시했다.어쨌든 서두인 교수가 연구팀의 책임자이긴 하지만, 혼자서 연구를 팔아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니 분명히 누군가가 서두인 교수와 공모했다고 생각했다.한 교수가 김태식의 말을 듣고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김 사장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냥 위에서 지시한 내용을 전달할 뿐입니다.”김태식은 설명했다.원아는 김태식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저런 말은 절대 소남 씨가 지시한 것이 아니야. 동 비서님도 소남 씨의 의사를 함부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HS제약의 원로 교수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우대할 수도 없다.원아가 걱정하는 것은 안드레이가 나중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이다.안드레이의 제약회사도 A시에서 꽤 유명해서, 만약 HS제약의 원로 교수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현재 회사의 복지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교수가 그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그렇게 되면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가져가거나 연구를 중단할 수도 있어서, HS제약이 초기 단계에 투자한 연구비가 물거품이 될 것이다.원아는 당연히 안드레이에게
수혁은 조심스럽게 차를 몰며 뒤쪽 거울을 한번 보았다.“교수님...”“응, 할 말이 있어요?”원아가 물었다.“아니에요...”수혁은 자신의 느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염초설 교수’의 연구 보조가 되었고, 게다가 ‘염초설 교수’의 연구팀에서 그렇게 많은 암투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태식의 속셈에 대해 뭔가 느끼긴 느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혹시 오늘 회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된 부분이라
성은은 얼른 나가서 말했다.“염 교수님, 지금 실험실로 가시는 거예요?”원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네, 왜요?”“문 대표님이 지금 교수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성은은 소남이 ‘염 교수’의 사무실에 있음을 알려주었다.소남은 원아가 회의 때문에 HS제약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결정한 것이다.소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원아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뒤돌아서서 수혁에게 먼저 실험실에 가라고 손짓했다.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실험실로 향했다.원아
“다음 분기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논의했어요. 서두인 교수님 일과 조재하 교수가 나간 후 중단된 연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요. 지금 김태식 사장님은 매우 불안하고 초조해서 성과를 빨리 내고 싶은 마음에 다음 분기 계획과 목표를 미리 세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소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아는 그가 말을 하지 않자, 김태식의 이상한 점을 무심코 폭로하려다가, 소남이 말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해 멈추었다.그녀가 약간 머뭇거리며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이자 소남이 물었다.“왜 그래요?”“김 사장 계획 때문에 혹
원아는 사원증을 찍고 퇴근한 후 소남과 함께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탔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자 성은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눈길을 거두었다.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정말 잘 어울리는데, 아쉽네...”수혁은 사무실에 들어서며 그녀의 말을 듣고 궁금해했다.“뭐가 잘 어울려요? 뭐가 아쉬워요?”성은은 고개를 저으며 상사의 사생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이 선생님, 퇴근하려고요?”“다른 선생님들도 아직 퇴근 안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퇴근할 수 있겠어요?”수혁은 책상의 프린터 옆에서 자료 한 묶음을 들
이 광경을 본 김 집사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도련님, 정말 다정하시네.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신 것 같아.’동시에 김 집사는 옛날을 떠올렸다.‘기억을 잃은 원아 사모님한테 소남 도련님은 이렇게 다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라지기 전에도 그랬지.’비록 소남은 그 ‘기억을 잃은 원아’에게 잘해주긴 했지만, 뭔가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왜냐하면 ‘원아’가 납치되기 전에 소남과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졌고, 결국 ‘기억을 잃은 원아’는 해외로 보내졌다. 김 집사는 더 이상 소남의 다정함을 볼 수 없을 줄 알았지만, ‘염초설’과 함께
“그럼요.”원아는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현만 앞에서는 굳이 헨리와 거리를 두지 않았다. 이미 소문이 퍼진 상황에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도 점점 줄어들 테니까.“참, 형과 누나는?”“형과 누나는 지금 위층에서 숙제하고 있어요.”헨리는 환하게 웃으며 원아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원아는 헨리를 안아 주었다.옆에 있던 소남은 원아가 헨리와 다정하게 있는 것을 보고 질투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먼저 위층에 가서 서류가방 좀 놓고 올게요.”“그래, 빨리 다녀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