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전과 같은 불안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쨌든 계약 체결은 이미 끝난 일이었다.원아가 소남의 휠체어를 밀고 방을 나서자 동준과 다른 사람들은 이미 호텔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호텔 입구에는 두 대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장 변호사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다른 차에 탔고, 소남은 동준의 도움으로 롤스로이스의 뒷좌석에 탔다.원아도 따라서 차에 올랐다.뒷좌석은 넓었고 원아가 창가에 기대어 앉아 창밖의 설경을 보고 있을 때 소남이 갑자기 물었다.“상처는 좀 어때요?”“아물고 있어요. 이틀만 지나면 실밥을 풀 수 있을
“말씀하세요.”마르코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소남은 침착해 보였다. 그는 추측할 필요도 없이 마르코스가 무엇을 물을지 알고 있었다.“오늘 대부분의 웹사이트와 신문이 어느 식당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보도했어요. 경찰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어떤 언론 매체들은 그 총격 사건의 표적이 바로 문 대표님이라고 보도했는데, 이 사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직접 여쭤보고 싶습니다.”마르코스가 물었다.“네.”소남이 인정했다. “누군가가 절 암살하려고 했습니다.”마르코스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우리나라에
문소남 뿐만 아니라 그를 보호하던 사람들도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송재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안드레이의 부하들이 분명히 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상대방은 중상을 입지 않았다. 안드레이의 부하들이 눈이 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송재훈은 안드레이가 일부러 형편없는 사람들을 골라 이번 임무를 수행한 모양이라고 점점 더 의심을 품고 있었다.‘임무는 실패했는데 돈도 받았으니, 그놈에게는 아무런 손실도 없었잖아!’이런 생각을 하면서 송재훈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안드레이에게 받은 핸드폰을 들고 일련의 코드를 입력
그래서 회사도 차렸고, 온갖 방법을 써서 자기 회사를 크게 만들려고 했다.송재훈은 현재 자신은 자립한 상태이기 때문에 송현욱도 자신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나랑 안 돌아가겠다는 거지?” 현욱은 송재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형, 난 더는 형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거야.”송재훈은 현욱에게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았다.“그래, 그렇게 능력이 대단해서 남의 회사의 입찰사업계획서까지 훔쳤느냐? 그러고도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겠다고? 이 일이 할아버지에게 들통 나면 어떻게 설명할래?
송재훈도 싸움을 잘했지만, 현욱의 부하들도 만만치 않았다.송재훈은 2대1로 싸우느라 좀 힘들어 보였다.현욱은 문 뒤에 기대어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5분 후, 송재훈은 체력이 다 한 듯 숨을 헐떡였다.한 경호원이 송재훈이 방심한 틈을 타서 수건으로 그의 입과 코를 막았다.송재훈은 즉시 반응하며 발버둥치려 했지만, 그것조차 다른 경호원에 의해 손발이 잡혀 제압되었다.그는 자신이 곧 혼수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문쪽을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아직도 원한이 묻어 있었다.송현욱은 제 동생이 사소한 원한이
“넌 재훈이 데리고 먼저 나가, 난 지금 배를 준비할 테니까.”“네, 대표님.” 남겨진 경호원은 기절한 송재훈을 직접 일으켜 세워 어깨에 가볍게 들쳐멨다.현욱은 경호원 두 명과 혼수상태인 송재훈을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차에 탄 뒤 소남에게 문자를 보내 자신이 송재훈을 귀국시킨다고 알렸다.잠시 기다렸지만 소남은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어차피 오늘은 T그룹이 ML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고, 잘 되면 소남이 오늘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테니 당장 답장을 못 받아도 걱정하지 않았다.현욱은 친한 동생으로서 원래 여기에 머물러
병원에 도착한 원아는 소남이 서류 가방에서 진료 기록을 꺼내는 걸 보았다.‘나한테 재검사 동의를 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소남 씨는 결정을 내렸던 거야...’‘어차피 내가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소남 씨는 날 병원에 데려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을 거야.’수속을 마치고 병원비를 낸 후 원아는 간호사를 따라 검진실로 들어갔다.소남은 검사실 커튼이 닫히는 것을 보고 동준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내가 다리에 깁스한 지 얼마나 됐지?” 동준은 잠시 당황한 듯 손가락을 접어 세어보고는 대답했다.“이틀만 지나면 한 달째예
간호사가 다가와 R국어로 소남에게 말했다.“환자분, 지금 깁스를 제거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네.” 소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간호사는 동준에게 휠체어를 밀어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동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간호사는 소남의 휠체어를 밀고 치료실로 들어갔다.원아와 동준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10여 분 후 소남은 치료실에서 걸어 나왔다. 깁스는 풀었으니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원아는 거의 한 달 동안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남의 키에 거의 익숙해져 있었는데, 갑자기 키가 커지니 조금은 낯설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