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듣고 즉시 말했다.“연이 씨,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 같으니 빨리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그럼 초설 씨는...” 이연은 ‘초설’이 혼자 집에 남는 것이 조금 불안했다.“난 괜찮아요. 어젯밤에도 괜찮았고 오늘 밤에는 더 괜찮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가족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원아가 이연을 설득하듯 말했다.이연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병원에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 오빠도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거기까지 생각하자 이연도 병원에 갈 수밖
침실 문을 닫고 원아는 천천히 옷을 벗어 상처를 확인했다. 거즈에 묻은 핏자국의 범위가 낮보다 조금 더 퍼져있었다. 아직도 출혈이 있다.거즈를 벗겨 내보니 상처는 괜찮았고 실밥도 터지지 않고 깨끗했다.원아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씻고 상처 부위에 약을 바른 후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욕실을 나왔다.시간을 보니 아이들이 이미 침대에 누웠을 시간이었다.원아는 먼저 헨리의 침실에 가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아이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누나?” 헨리는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했다.“어서 자야지.”
“누나, 저도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누나를 좋아해요. 누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요.” 훈아는 엄마의 죄책감을 알아차리고 진지하게 말했다.실은 훈아의 얕은 잠은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가짜 원아인 로라가 문씨 고택에 들어온 후부터 수면의 질이 점차 나빠졌다.함께 지내는 동안 로라는 어머니 역할을 잘하고 싶어했다.그러나 혈연관계가 없는 로라가 아무리 노력해도 훈아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밤마다 로라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와 훈아를 재우려 할 때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곤 했다.게다가 고택에서 들려오
경찰이 질문을 하자 이연은 이강의 신원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힘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경찰은 이연의 입에서 아무런 정보도 얻어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일단 이렇게 하죠. 이따가 피해자의 가족이 병원에 올 테니 그때까지 가지 말아 주세요.”이연은 입술에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실례지만 제가 오빠와 좀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지금 가봤자 소용없습니다.”한 경찰관이 말했다.“이강 씨는 매우 취해 있고, 우리가 진술을 받을 때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질문과 상관없는
간호사의 말에 이연은 몸이 떨려왔다.치료비 때문이 아니라 이강에게 당한 피해자의 상태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만약 그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강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황신옥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이연은 심호흡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법 조항을 더듬어보며, 만약 과실 치사라면 이강이 어떤 재판을 받게 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져 간호사에게 얼른 다가가 말했다.“선생님, 제발, 제발 그분을 꼭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동영상을 찍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원선미 씨가 한 말은 지금 모두 녹음했으니까 여기서 더 이상 수작을 부리지 마세요. 저희 업무에 협조하시고,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전부 다 진술하세요. 사건 처리를 방해하지 마시고요. 그렇지 않으면 원선미 씨가 더 불리해질 뿐입니다.”경찰관은 원선미가 여자라는 이유로 봐주지 않고 사무적으로 말했다.원선미는 누군가가 동영상을 녹화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겁을 집어먹었다.그녀는 힘없이 경찰관을 쳐다보았다.“경찰관님, 제가 조금 전 한 말은 다 사실이 아닙니다...”“사실이든 아니든 원
간호사는 임태성이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선생님, 여기는 병원입니다. 좀 조용히 해 주세요.”임태성은 간호사의 말을 듣고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그놈이 사람을 쳤으니 대관이 병원비는 당연히 그놈이 부담해야죠. 왜요?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어요?”간호사는 이연을 힐끗 쳐다보았다.임태성은 간호사의 시선을 따라 이연을 바라보았다.“네가 그 문제 있는 여자야?”“저는 이강 씨 동생이고요. 이번 일은 저희 오빠 잘못이니 임대관 씨 병원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입원 서류를 주시면 지금 바로 납부하겠습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연은 사윤의 표정을 보고 임대관의 상태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재차 부탁했다.“배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꼭 살려주세요!” 사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임기운과 일행들을 흘겨보고는 이연에게 말했다.“빨리 송 대표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해요. 이연 씨 혼자서는 힘들어요.”이연은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임대관의 가족들이 갑자기 진상을 부리기 시작하면 여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그럴게요.”사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응급실 앞에 있는 사람들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