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는 빙그레 웃으며 다가가 이연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연 이모, 오늘 밤도 우리 집에서 잘 거예요?”“물론이지, 너희 셋을 돌봐야지.” 이연은 헨리의 손을 잡고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손이 차가워, 가자, 빨리 들어가자.”원아와 이연은 세 아이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도우미 오현자는 이미 따뜻한 유자차를 준비했다.“교수님, 이연 아가씨, 오셨어요. 밖에 날씨가 많이 춥죠. 따뜻한 차를 준비했으니 어서 드시면서 몸 좀 녹이세요.”“고마워요.” 원아는 먼 길을 걸어온 데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걸음걸이가 이
“오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일을 끝내지 못했어요.”원아는 웃으며 설명했다.“번역 작업 조금 했는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번역하는 일이야말로 진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거예요. 아쉽게도 나 R국어를 할 줄 몰라서 도와줄 수 없지만요. 초설 씨, 정말 대단해요.”“만약 오랫동안 낯선 환경에서 살게 된다면, 연이 씨도 어떤 언어라도 빨리 배울 수 있었을 거예요.”원아가 말하면서 노트북을 켜고 파일을 열었다.원아도 R국 언어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공포의 섬에 있는 3년 동안
소남이 말했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헨리는 한쪽에서 좀 초조해하며 말을 하려고 할 때 원아가 말했다.“저기, 헨리야, 넌 계속 아빠랑 이야기해. 누나는 너희들의 숙제를 봐야 하니까.”헨리는 원아를 바라보았다.원아는 아이의 머리를 만져보고 말했다.“그리고 형하고 누나도 아빠를 보고 싶어 할 테니 형하고 누나한테 가봐.”어린 헨리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불만을 느꼈다. 왜냐하면 예전에 소남과 영상통화를 할 때 원아가 항상 헨리를 품에 안고 통화했기 때문이었다.이제 엄마는 아빠와 영상통화를
원아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듣고 즉시 말했다.“연이 씨,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 같으니 빨리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그럼 초설 씨는...” 이연은 ‘초설’이 혼자 집에 남는 것이 조금 불안했다.“난 괜찮아요. 어젯밤에도 괜찮았고 오늘 밤에는 더 괜찮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가족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원아가 이연을 설득하듯 말했다.이연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병원에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 오빠도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거기까지 생각하자 이연도 병원에 갈 수밖
침실 문을 닫고 원아는 천천히 옷을 벗어 상처를 확인했다. 거즈에 묻은 핏자국의 범위가 낮보다 조금 더 퍼져있었다. 아직도 출혈이 있다.거즈를 벗겨 내보니 상처는 괜찮았고 실밥도 터지지 않고 깨끗했다.원아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씻고 상처 부위에 약을 바른 후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욕실을 나왔다.시간을 보니 아이들이 이미 침대에 누웠을 시간이었다.원아는 먼저 헨리의 침실에 가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아이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누나?” 헨리는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했다.“어서 자야지.”
“누나, 저도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누나를 좋아해요. 누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요.” 훈아는 엄마의 죄책감을 알아차리고 진지하게 말했다.실은 훈아의 얕은 잠은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가짜 원아인 로라가 문씨 고택에 들어온 후부터 수면의 질이 점차 나빠졌다.함께 지내는 동안 로라는 어머니 역할을 잘하고 싶어했다.그러나 혈연관계가 없는 로라가 아무리 노력해도 훈아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밤마다 로라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와 훈아를 재우려 할 때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곤 했다.게다가 고택에서 들려오
경찰이 질문을 하자 이연은 이강의 신원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힘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경찰은 이연의 입에서 아무런 정보도 얻어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일단 이렇게 하죠. 이따가 피해자의 가족이 병원에 올 테니 그때까지 가지 말아 주세요.”이연은 입술에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실례지만 제가 오빠와 좀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지금 가봤자 소용없습니다.”한 경찰관이 말했다.“이강 씨는 매우 취해 있고, 우리가 진술을 받을 때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질문과 상관없는
간호사의 말에 이연은 몸이 떨려왔다.치료비 때문이 아니라 이강에게 당한 피해자의 상태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만약 그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강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황신옥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이연은 심호흡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법 조항을 더듬어보며, 만약 과실 치사라면 이강이 어떤 재판을 받게 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져 간호사에게 얼른 다가가 말했다.“선생님, 제발, 제발 그분을 꼭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