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서는 생각할수록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안 되겠다! 바로 예성이 녀석을 찾아가서 확실히 물어봐야겠어. 이 녀석 진짜 생각이 없네, 여기 있는 게 좋잖아? 이사를 나가긴 왜 나가?”김 집사는 채은서가 바람처럼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예성 도련님은 쉽게 문제를 만들지 않는 그런 분이라 큰 사모님에게 이렇게 매일 트집을 잡혀 다투기 십상이니 이사할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소남은 회사로 돌아가자 즉시 동준에게 회의를 준비하라고 했다.모든 부장급 이상의 직원이 다
티나는 농담처럼 말했다.“그래요? 티나 씨, 정말 재주가 많네요.” 원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의 두근거림이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에서 내려 회의실로 들어갔다. 각 부서의 책임자가 거의 다 도착해 있었다. 티나는 얼른 들고 있던 노트북을 내려놓고 가져온 자료를 각 부서 책임자에게 나눠주었다. “커피 드실 분 계십니까?”“네.” 몇몇 부서의 부장이 대답했다.티나는 커피를 준비하러 재빠르게 나갔다.원
부장님들의 뒷담화는 동준이 들어오는 순간 멈췄다.동준은 대표석 옆의 자리를 힐끗 보더니 ‘염 교수’가 없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염 교수님은요? 아직 안 오셨어요?”“오셨어요. 아까 티나가 커피를 타는 걸 도와주신다고 같이 나가셨어요.” 방금 원아에 대해 가장 열렬하게 이야기하던 부장이 말했다.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를 타는 일 같은 건 ‘염 교수’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별달리 아무 말도 얹지 않고 임원들에게 회의에 대한 주의만 주었다.“부장님들, 미리 머릿속으로 준비를 잘 해 주세요. 조금
‘소남 씨는 위도 아직 상태가 좋지 않을 텐데...’원아가 온갖 생각을 다 하는 사이에 소남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의 시작합시다.”원아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녹음펜을 눌러 기록을 시작했다.회의 시간은 매우 길었다. 많은 부장들의 업무 보고에 대해 소남이 전혀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계획된 시간이 길지 않았던 회의는 무려 두 시간이나 계속되었고 심지어 점심시간까지 놓쳤다.모두들 배고픔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업무를 보고했다.소남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결국에는 지시를 내렸다.“이 정도 기획안을 밖으로 내
소남은 동준의 손에 들고 있는 노트북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염 교수의 노트북인가?”“네, 대표님, 염 교수님의 노트북입니다. 점심시간이 30분밖에 안 되니까 먼저 식사하러 가시라고 했습니다. 노트북은 제가 갖다 놓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동준이 설명했다.소남은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동준이가 나와는 다르게 이렇게 챙겨주며 원아한테 말을 했으니, 원아는 속으로 내가 너무 인정이 없고, 동준이는 남에게 친절하고 자상하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동준은 소남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재하는 티나의 짐들을 동준의 책상에 내려놓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그럼 우리 문 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군요.”“그래. 네가 잘 참고 조금만 고생하면 T그룹에서 실습을 하는 동안 다른 그룹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 재하야, 힘내.”동준은 재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자, 여기엔 네가 할 일이 없으니 먼저 내려가. 참,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는 절대 타지 마라.”“알겠습니다. 동 비서님, 여러 가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하는 동준의 조언으로 큰 힘을 얻은 기분이 들어 갑자기 의욕이
원아는 말문이 막혔다. 동준은 아무래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 같다.소남을 혼자서 마주하는 것도 어차피 조만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을 잠시 하고는 바로 동준의 사무실을 나왔다.그리고 그녀도 집에서 그를 단둘이 마주하기보다는 회사에서 보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다. 소남은 적어도 회사에 있을 때는 주변을 신경을 쓸 것이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원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소남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 소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아는 대표실 문을 열고 안에서 일하는 중인 소남을 보며 심호흡을
원래 원아는 오늘 저녁에 소남에게 목과 폐에 좋은 국을 끓여줄 계획이었지만, 그는 오늘 저녁에는 아파트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원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노트북을 안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와 억지로 일에 집중하려 했다.소남은 원아가 나간 후 손에 하고 있는 일을 내려놓고 이사 관련 일들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그는 고급 가사 서비스 회사를 찾아 별장 저쪽의 가구와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라고 했다. 그 별장은 곧 자신과 원아, 그리고 아이들의 새로운 집이 될 것이다.소남은 또 줄곧 원아의 아파트를 청소해주고 집안일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