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원아가 일어났을 때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이미 와 있었다.그녀의 짐은 많지 않았다. 단 두 개의 캐리어에 들어가는 옷과 책, 그리고 일부 실험 기구가 전부였으며 모두 포장되어 있었다.이삿짐센터의 직원들이 재빠르게 짐들을 차에 실었다. 그중 한 명이 물었다.“사모님, 저희 차로 이사 갈 집으로 같이 이동하시겠습니까?”원아는 소남이 틀림없이 미리 다 계획했을 것이라 생각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저는 출근해야 하니 기사님들이 우선 제 짐들을 새집으로 옮겨 주시면 그곳에서 짐을 받아주실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교수님,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표님께도 챙겨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제 것을 대표님에게 드릴까요?” 동준이 말했다. ‘만약 대표님께 염 교수가 나와 티나에게는 국을 준비했는데 자신에게만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난 오늘 하루 종일 편하게 보내지 못할 거야.’원아는 동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다른 사람 것은 준비했는데, 소남에게만 준비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히 좋지 않다.‘그러나 소남 씨는 이미 나에게 이사 가라고 했고, 나와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으니 이런 걸 줬다가는, 내가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
“대표님께 국을 준비하셨잖아요. 겸사겸사 같이 갖다 드리세요.” 동준은 지금 감히 소남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은 일부러 농담을 한 것에 불과하고 지금은 더 이상은 할 수 없었다.그리고 만약 ‘염 교수’가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면 잠시 후에 직원들이 단체로 재앙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원아는 동준에게 재촉을 받았지만, 속으로는 망설이는 스스로의 마음을 느꼈다.동준은 그녀가 아직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방금 대표님이 제가 국을 먹고 있는 것을 보시고 화가 나신 것 같았어요.”“설마 내가 국을 줬다고 대
원아가 다시 물었다.“대표님께서 드시고 싶지 않으시면 제가 다시 가져가겠습니다.”“그대로 놓고, 나가서 회의 준비해요. 이따가 회의도 해야 하니까요.” 소남은 국을 다시 가져가라고 하지 않았다. 원아가 자신에게 국을 가져다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어제 일부러 원아 앞에서 몇 번 기침을 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싶었다.뜻밖에도 그녀가 정말로 국을 끓여왔다. 이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동준에게 나누어 준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소남은 그 지점이 아주 불쾌했다.원아는 그의 말을 듣고
이연은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고, 제미순은 다시 와서 방해하지 않았다.정오가 되자 침실 문이 열리고 제미순이 들어왔다. 그곳에 놓여 있는 아침 식사가 조금도 줄지 않은 것을 보고는 이죽거렸다.“아가씨, 정말 음식 아까운 줄 모르시네.”이연은 눈을 감고 그녀와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여기서 나갈 수는 없었다. 차라리 힘을 아끼는 것이 더 나았다.제미순은 문 앞에 있는 사람을 슬쩍 보고 말했다.“아가씨께서 밥을 안 드실 모양이니 영양수액을 놓아드려요.”“싫어! 안 맞을 거야!”
그야말로 송현욱은 가장 무고한 사람이었다. 분명히 좋은 사람인데 자신이 그를 나쁜 사람 취급을 했고, 그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있었다.남자 의사는 영양수액 팩을 침대 옆에 걸어놓고 이연의 팔을 잡았다.이연은 묶여 몸부림칠 방법이 없었지만 손이 들리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의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연이 이렇게 팔에 힘을 주면 주사를 놓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묶인 상태에서도 순순히 굴지 않는 이연을 보고 남자 의사가 경고했다.“이연 씨, 계속 이러시면, 수액 맞기 전에 진정제부터 놓을
여의사는 바로 대답했다.“잠든 것뿐이니 안심하세요. 이 수액에는 수면제 성분이 첨가되어 있으니 이제 좀 얌전해질 겁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도 더 이상 귀찮을 일이 없죠.”제미순은 고개를 끄덕였다.여의사는 이연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고는 조용히 감탄했다.“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몸매도 충분히 날씬하긴 해서 나쁘진 않지만, 좀 너무 말랐어요. 송 사장님이 예전에 만나신 여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타입이네요.”이 두 의사는 모두 송재훈을 담당하는 의사이기에 송재훈이 이제껏 만났던 여자친구들도 대부분 만난 적이 있었다.제
원아는 배달음식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아주 큰 별장이라서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훨씬 넓었다.소남이 집안에 CCTV를 설치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사방의 벽을 살펴보았지만, CCTV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원아는 식탁 옆 의자에 앉아 배달된 포장 음식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핸드폰이 울렸다, 소남의 음성 메시지였다.소남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려왔다.[배달시킨 건 잘 받았어요?]허스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마치 추운 겨울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처럼, 원아의 서글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