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배달음식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아주 큰 별장이라서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훨씬 넓었다.소남이 집안에 CCTV를 설치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사방의 벽을 살펴보았지만, CCTV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원아는 식탁 옆 의자에 앉아 배달된 포장 음식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핸드폰이 울렸다, 소남의 음성 메시지였다.소남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려왔다.[배달시킨 건 잘 받았어요?]허스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마치 추운 겨울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처럼, 원아의 서글픈
원아가 물었다. 별장에는 방이 많으니 만약 그가 동의한다면 이따가 바로 정리하러 가려고 생각 중이었다.[동생?]소남은 미간을 찌푸렸다.“네, 제 이복동생 알렉세이요. 예전에 몇 번 대표님도 보셨잖아요.”원아가 설명했다.소남은 바로 기억이 났다. 그 키 큰 R국 남자...알렉세이는 원아의 이복동생이 아니다. 그 사실을 소남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짐작하기로는 알렉세이는 배후에서 원아를 조종하고 있는 세력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다만, 정말로 원아를 조종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원아는 왜 알렉세이를 그렇게 배려하고 신경을
다음날.원아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7시 15분이었다.시간이 많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는 안방에서 정장을 꺼냈다. 이전에 남겨둔 짐들이 조금 있었다.얇은 가을 정장이지만 입을 수는 있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다행히 오늘 날씨는 추운 편이 아니었다.원아가 세수를 한 후 출발하려던 참에, 핸드폰이 울렸다.소남의 전화였다.“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소남은 별장 입구에 서서 초인종을 재차 눌렀다.[아직 안 일어났어요?]“아니요, 일어났어요. 지금 회사 쪽으로 나가려고 하는데요. 무슨 일
원아는 자신에게는 정말 조심스러운 여자인데, 다른 남자에게는 이렇게 직진이라니.소남의 마음은 갑자기 불쾌해졌다. 보아하니 T그룹의 일로도 아직 원아를 완전히 바쁘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른 남자를 위해 아파트를 치울 힘이 있다니.‘원아야, 이제부터 일을 많이 줄 테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그리고 소남은 애초에 시간이 좀 지나면 아이들을 별장 쪽으로 데려와 원아와 함께 살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니 계획을 앞당겨야 할 것 같다.그렇게 되면 그녀는 일하면서 세 아이를 돌봐야 하니 다른 남자를 돌볼 여분의
아침을 먹고 나서 원아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티나는 때때로 들어와 그녀에게 번역할 문서 몇 부를 건네주었다.“교수님, 번역할 서류가 많아지기 시작했으니 시간 안배에 신경 쓰세요, 아래층 일도 지체하지 마시고, 여기 일도 실수하시면 안 됩니다.”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층의 의약품 연구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고 만약 마지막 실험에 문제만 없다면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마무리 단계라서 그녀는 연구 진행을 위해 아래층에 내려가야 하는 일도 잦았다.하지만, 지금은 번역 업무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임무를 빨리 완수한 이유도 바로 원아의 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 원아를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온통 그 남자 생각뿐이다.알렉세이는 원아를 따라 걸었다.티나가 마주 걸어오다가 알렉세이를 발견한 순간 눈앞이 밝아진 듯, 웃으며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교수님, 점심 드시러 내려오셨어요?”“네.” 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티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알렉세이를 훑어보며 다시 물었다.“그럼 이분은?”“아, 제 동생, 알렉세이예요. 알렉세이, 내 동료, 티나.”원아가
“혹시 그 사람하고 지금 아가씨랑 함께 살고 있어요?” 알렉세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원아와 문소남이 다시 함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원아는 바로 이 남자 때문에 이런 곤란에 빠졌는데, 만약 그녀가 정말 다시 문소남과 함께 있다면, 앞으로 결코 적지 않은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아니야. 나 혼자 살아. 전에 살았던 아파트에서 나온 이유는 안드레이가 그곳에서 경비원 한 명을 죽여서 그렇지. 지금 네가 사는 곳도 아주 좋고, 회사와 가까워서 출퇴근하기 편해.”원아는 알렉세이가 이사 와서 자신과 함께 살 생각을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에 친한 친구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도 다시 나와 친한 친구가 됐어. 알렉세이, 지금 내가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이연을 납치한 사람이 전에 나를 납치한 적도 있기 때문에, 이연을 구하지 않더라도 이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야.”원아가 말했다.알렉세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전에 B시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자신은 A시 이쪽의 상황에는 별로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원아가 납치되었던 것도 전혀 몰랐다.“아가씨가 납치를 당했다고요?”“다 지난 일이야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