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문현만은 소남이 아로마 캔들에 불을 붙이는 것을 보고, 다시 창밖을 보았다. 눈썹끝을 내려뜨린 걱정스러운 얼굴이다.소남은 아로마 캔들의 불을 보면서 말했다.“할아버지,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네 어머니의 얼굴 말인데,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거 아니냐?” 문현만도 소남이 유명한 의사를 교도소까지 보내 장인숙을 도와 검사를 하도록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줄곧 묻지는 않았다. 오늘 장인숙이 얼굴을 철저하게 싸매어 감춘 것을 보고 치료의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챘다.“어머니 얼
마치 채은서는 일부러 무섭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면서 제 팔을 만지작거렸다.소남은 채은서가 일부러 트집을 잡는 걸 듣고 무표정하게 답했다.“안심하세요. 저희 어머니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다른 식구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 겁니다.”장인숙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돌아온 후 틀림없이 가능한 한 밖에 나오지 않고 아래층에도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설사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하더라도 얼굴을 꽁꽁 싸매고 나올 것이다.채은서는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무서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만약 너희 어머니의 그
채은서는 생각할수록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안 되겠다! 바로 예성이 녀석을 찾아가서 확실히 물어봐야겠어. 이 녀석 진짜 생각이 없네, 여기 있는 게 좋잖아? 이사를 나가긴 왜 나가?”김 집사는 채은서가 바람처럼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예성 도련님은 쉽게 문제를 만들지 않는 그런 분이라 큰 사모님에게 이렇게 매일 트집을 잡혀 다투기 십상이니 이사할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소남은 회사로 돌아가자 즉시 동준에게 회의를 준비하라고 했다.모든 부장급 이상의 직원이 다
티나는 농담처럼 말했다.“그래요? 티나 씨, 정말 재주가 많네요.” 원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의 두근거림이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에서 내려 회의실로 들어갔다. 각 부서의 책임자가 거의 다 도착해 있었다. 티나는 얼른 들고 있던 노트북을 내려놓고 가져온 자료를 각 부서 책임자에게 나눠주었다. “커피 드실 분 계십니까?”“네.” 몇몇 부서의 부장이 대답했다.티나는 커피를 준비하러 재빠르게 나갔다.원
부장님들의 뒷담화는 동준이 들어오는 순간 멈췄다.동준은 대표석 옆의 자리를 힐끗 보더니 ‘염 교수’가 없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염 교수님은요? 아직 안 오셨어요?”“오셨어요. 아까 티나가 커피를 타는 걸 도와주신다고 같이 나가셨어요.” 방금 원아에 대해 가장 열렬하게 이야기하던 부장이 말했다.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를 타는 일 같은 건 ‘염 교수’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별달리 아무 말도 얹지 않고 임원들에게 회의에 대한 주의만 주었다.“부장님들, 미리 머릿속으로 준비를 잘 해 주세요. 조금
‘소남 씨는 위도 아직 상태가 좋지 않을 텐데...’원아가 온갖 생각을 다 하는 사이에 소남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의 시작합시다.”원아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녹음펜을 눌러 기록을 시작했다.회의 시간은 매우 길었다. 많은 부장들의 업무 보고에 대해 소남이 전혀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계획된 시간이 길지 않았던 회의는 무려 두 시간이나 계속되었고 심지어 점심시간까지 놓쳤다.모두들 배고픔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업무를 보고했다.소남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결국에는 지시를 내렸다.“이 정도 기획안을 밖으로 내
소남은 동준의 손에 들고 있는 노트북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염 교수의 노트북인가?”“네, 대표님, 염 교수님의 노트북입니다. 점심시간이 30분밖에 안 되니까 먼저 식사하러 가시라고 했습니다. 노트북은 제가 갖다 놓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동준이 설명했다.소남은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동준이가 나와는 다르게 이렇게 챙겨주며 원아한테 말을 했으니, 원아는 속으로 내가 너무 인정이 없고, 동준이는 남에게 친절하고 자상하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동준은 소남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재하는 티나의 짐들을 동준의 책상에 내려놓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그럼 우리 문 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군요.”“그래. 네가 잘 참고 조금만 고생하면 T그룹에서 실습을 하는 동안 다른 그룹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 재하야, 힘내.”동준은 재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자, 여기엔 네가 할 일이 없으니 먼저 내려가. 참,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는 절대 타지 마라.”“알겠습니다. 동 비서님, 여러 가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하는 동준의 조언으로 큰 힘을 얻은 기분이 들어 갑자기 의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