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은 장인숙의 행동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게 뭔데? 대체 무얼 묻고 싶은 거야? 우리가 한때 좋은 친구 사이였던 건 맞지만,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냈으니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 혹시 네 딸과 우리 아들의 결혼에 대해서 상의할 게 있어? 근데, 이런 문제는 당사자 의견이 중요하지. 난 결정권이 없어. 우리 아들, 주관이 뚜렷한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엄마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어.”“물론 영은이 기어코 우리 문씨 집안에 시집오고 싶
원아는 며칠 더 집에서 쉬기로 했지만, 마음은 당장이라도 회사에 출근하고 싶었다.오랫동안 집에서 쉬고만 있자니 지루함이 몰려왔다.지금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해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체를 벗어나 혼자 있다 보니 외롭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팀에 들어가도 적응이 더딜까 봐 걱정이 됐다.소남은 원아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무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그녀의 회사 복귀를 허락했다. 그는 유독 원아에 대해서는 냉정하지 못했다. 원아는 업무에 복귀해서 평소처럼
‘원아가 대체 왜 서현의 미움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괴롭히고,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먹이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야!’서현의 말을 들은 소은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소리가 나게 책상 위에 놓았다.그 소리에 서현이 고개를 돌렸다. 소은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봤다. “서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혼전임신이 왜요? 눈에 거슬리나요? 혼전 임신한 여자가 팀장님한테 무슨 신세라도 졌어요? 밥을 달라고 해요 아님, 물을 달라고 해요? 도대체 왜 그렇게 남의 일에 참견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오랫동안 원아와 함께 외식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소남은 그녀를 데리고 한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그곳은 오수희가 운영하는 곳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은은한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 아름다운 호수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모든 메뉴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다. 소남은 단골손님이라 오수희가 나와 직접 맞이했다.그녀는 마지막 요리를 식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소남아, 그동안 뭘 하느라 바빴니? 이렇게 오랜만에 오고 말이야. 이모가 널 얼마나 보고싶어 했는데!
오수희는 한숨을 내쉬고는 소남을 설득했다.“나는 네가 한번 시작한 일이나 선택한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아. 난 이 아가씨를 처음 보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 이모도 사람 보는 눈이 나쁘지는 않아. 이제 너도 적은 나이도 아니고, 결혼해야 할 때도 됐으니 이 아가씨를 억울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 마…….”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원아의 배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다.“바쁜 일이 끝나고 나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에요. 그때 꼭 참석해 주세요.”소남이 원아를 품에 안으며 미소를 지었다.“무조건이지! 결혼
다행히 오수희는 떨어지는 접시를 제 때에 잡았고 접시가 와장창 깨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방금 원아의 입에서 나온 말이 오수희의 귓가를 맴돌았다. ‘장인숙이 원아의 아버지와 결혼한 적이 있다고? 원아가 인숙의 자식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소남이 DNA 감정 결과 둘은 남매가 아니라고 했잖아. 그럼 그렇지.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있을 리 없어. 그러나 장인숙은 원아의 아버지와 관계가 있었던 게 분명해.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오수희는 장인숙이 확실히 문소남 한 명만 낳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남은 그녀가 문씨
원아는 그동안 편안하게 지냈고, 일이든 생활이든 모두 순조로웠다.그녀는 소남과 상의한 후, 이달 말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원아는 곧 법적인 소남의 아내가 될 것을 생각하자 기분이 좋았다. 설계부서 정기 주간회의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이 딴 길로 새면서 소남과의 혼인신고 장면을 상상했다.“원아 씨!” 하지윤의 차가운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인상을 쓰며 원아를 쳐다보았다.이연은 손으로 원아를 세게 꼬집었다!원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회의에 집중했다. 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직원들
그녀는 소남의 위로 올라가 관계를 했다. 생각만 해도 부끄러웠다. 어젯밤의 일이 떠오르자, 원아의 볼이 연분홍색 빛으로 물들었다.소남은 두 눈을 가늘고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아는 임산부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어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임신 중인 그녀는 가슴이 커지기 시작한 탓에 흰 셔츠가 꽉 조여왔고, 윗단추는 언제 터질지 모를 만큼 불안했다. 게다가 볼의 불그스레한 빛이 더해져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문소남은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는 회의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한 번에 다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