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그동안 편안하게 지냈고, 일이든 생활이든 모두 순조로웠다.그녀는 소남과 상의한 후, 이달 말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원아는 곧 법적인 소남의 아내가 될 것을 생각하자 기분이 좋았다. 설계부서 정기 주간회의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이 딴 길로 새면서 소남과의 혼인신고 장면을 상상했다.“원아 씨!” 하지윤의 차가운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인상을 쓰며 원아를 쳐다보았다.이연은 손으로 원아를 세게 꼬집었다!원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회의에 집중했다. 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직원들
그녀는 소남의 위로 올라가 관계를 했다. 생각만 해도 부끄러웠다. 어젯밤의 일이 떠오르자, 원아의 볼이 연분홍색 빛으로 물들었다.소남은 두 눈을 가늘고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아는 임산부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어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임신 중인 그녀는 가슴이 커지기 시작한 탓에 흰 셔츠가 꽉 조여왔고, 윗단추는 언제 터질지 모를 만큼 불안했다. 게다가 볼의 불그스레한 빛이 더해져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문소남은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는 회의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한 번에 다 마셨다.
원아가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그 종이는 흰색의 A1용지에 인쇄되어 있어 A4용지보다 훨씬 컸다.종이에는 아무런 무늬나 모양이 없었으며, 손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었다. 글씨체는 균일하며 힘이 넘쳐 아름답게 느껴질 지경이었다.“건축사자격시험의 개념들과 요점 정리 본이야. 이번 모의고사에서 나올 법한 문제들을 추려봤어. 당신은 틀림없이 이번 모의고사를 잘 볼 수 있을 거야.”소남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그는 시험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원아는 그에게서 자료를 건네받고 훑어보았다. 내일 시험을 치르게 될 ‘대
지윤은 씁쓸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누구보다 대표님을 원아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스킨십을 하며, 가진 열정을 쏟아붓는 것을 두 눈으로 보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었다. 지윤은 소남이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비록 둘만의 식사 자리가 생겨도 업무에 관련한 일 외에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꼬박 십 년 동안이나 문소남을 짝사랑해 왔다.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젊은 시절, 사랑을 동경하던 소녀에서 오늘날
“알겠습니다, 부장님.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했습니다.” 서현은 빙그레 웃었다. 그녀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하지윤이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못 알아듣는 건 바보나 다름없었다. 설계부서의 차장은 많은 사람이 눈독을 들이는 자리였다. 게다가 설계부서에는 인재가 많았고, 김훈과 주소은 모두 그녀에 뒤지지 않는 실력자들이었다. 서현 자신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올라가려면 몇 년이 걸려도 힘든 일이었다. 그녀는 계획을 잘 세워서 내일 일을 성공한 후에, 반드시 원아를 T그룹에서 사라지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환
영은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다.주희진은 그녀를 안고 함께 울었다.한쪽에 서 있는 임문정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영은은 그가 십여 년간 길러온 딸로서 정이 많이 들었다. 다만 그가 감정 표현에 서툴러 잘 표현하지 못할 뿐이었다. 영은의 상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을 본 그는 더는 묻지 않았다. ‘천천히 조사하면 언젠가는 밝혀질 거야.’‘임문정의 딸이 악당들에게 납치되었는데,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돼?’‘어이가 없군!’한참을 흐느낀 영은은 이내 피곤이 몰려왔다.요 며칠 동안 그녀는 악
퇴근 무렵, 원아의 고모 원민지가 전화를 걸어왔다. 원 노인이 손녀를 보고 싶어 하기도 하고, 건강이 잘 회복되고 있는지도 궁금해하시니 언제 한 번 찾아오라는 전화였다. 또 훈아와 원원을 보고 싶어 하신다고도 했다. 최근 원아는 일이 바빴을 뿐만 아니라, 다쳤던 몸이 회복 중이어서 원 노인과는 전화나 영상통화로만 연락했었다. 그녀는 고모의 전화를 받고 이번에는 꼭 할아버지를 뵈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아는 쌍둥이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지금 문씨 고택에 있는데다, 소남 역시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간 상황이어서 난감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원아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려왔다. 달콤하면서도 시큰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원아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알아요,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소남 씨와 결혼하면 이사할 거고, 시어머니와는 함께 살지 않을 거예요. 평소에 자주 만나지 않으면 갈등도 별로 없을 거예요. 참! 그리고 소남 씨는 저에게 아주 잘해 줘요. 저를 괴롭히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만약에 누가 누구를 괴롭힌다고 한다면 제가 소남 씨를 항상 괴롭히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