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은 매우 놀란 듯 보였다.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얼굴도 심상치 않았다.원아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자마자 갑자기 화가 났다.그녀는 이연의 팔을 잡아당겨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살폈다. 원아는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송현욱이 너를 괴롭혔니? 그 나쁜 놈이…….”원아는 이연에게 질문하면서도 소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친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을 책망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었어. 현욱은 단지 겁만 주었을 뿐이지 절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어.” 소남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이연은 원아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원아가 송현욱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문 대표를 떠올린 건 사실이었다. 원아를 봐서라도 문 대표가 송현욱에게 사정하여 배상금을 낮출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었다. 사실, 이연이 이렇게 놀란 얼굴이었던 이유는 송현욱이 정말 변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서운 애완동물을 한 방 가득 키우고 있었다. 아프리카 비단뱀, 이를 악랄하게 드러낸 티베탄 마스티프 등…….대체 그녀의 어떤 말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 모르지만
소남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우아한 자태로 재떨이에 털었다.“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그 사람을 찾아내. 주범이 누군지도 반드시 알아내도록 하고.”그의 목소리는 음산하고 낮아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네.” 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대표님이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소남은 다시 병실로 되돌아갔다.원아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은 데다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원민지와 함께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원아는 한참 동안 이연을 위로했고 놀란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동준에게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원아는 베개에 기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딸을 위로했다.원원이 지쳐서 잠이 들자 문소남은 딸을 안고 한쪽에 마련된 침대에 눕혔다.말이 없던 훈아는 그제야 원아 앞으로 걸어왔다. 작은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더니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저는 지금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엄마를 보호할 수도 있고, 엄마가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잖아요.”훈아의 말을 들은 원아는 무척이나 감동했다.그녀는 훈아의 부드러운 얼굴을 살짝 비틀며 농담으로 말했다.“엄마의 바람은 너랑 네 동생이 잘 자라는 거야. 엄마, 아빠가 늙으면 너희들이 책
“뭐? 소남, 너…… 그러니까 네 말은 나중에 다시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거냐? 그 애는 우리 집안을 망신시킨 애야. 나는 너희들이 같이 있는 것에 절대 반대다! 설마, 너 지금 이 여자랑 같이 있기로 완전히 결정한 거냐? 이 엄마를 죽이려고 작정했어?”그녀는 아들이 원아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매서운 눈빛은 마치 원아를 찢어버릴 듯 험악했다. 원아는 당황함에 얼굴이 굳어졌다. 사고를 당해 누워있는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소남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설도엽은 눈썹을 추어올리며 잡고 있던 영은의 드레스를 놓았다. 그녀가 자신에게 다정하게 구는 것이 의아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영은은 긴 다리로 그의 허벅지를 감았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혐오감을 억누르며 애교를 부렸다.“오빠, 오랜만이에요. 정말 보고 싶어서 죽을 뻔했어요. 대체 어디 있었길래 오늘에서야 나타난 거예요?”영은은 설도엽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거친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고, 옷 속에 넣은 손의 강도가 세지자 연신 폭언을 해댔다.“왜? 며칠 안보니까 못 참겠어? 역시 첫날부터
동준은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을 마승우의 코앞에 대 보았다. 숨이 끊어진 것이 확실했다.몸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살해된 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았다.민석은 경찰 몇 명과 함께 도주범을 추적했다.예전에 그는 군대에서 몇 년 동안 척후병으로 근무했었기에 몸놀림이나 속도 모두 훌륭했다.하지만 살인자는 분명 한 수 위인 것이 분명했다.민석이 아무리 필사적으로 뒤쫓아도 그와 살인자 사이에는 늘 일정한 거리가 생겼다.그는 숲속의 각종 관목이나 덩굴 등을 이용하여 몸을 숨기며 매번 추격자들을 따돌렸다.그러다 민석은
아먼드는 다정한 눈빛으로 병상에 있는 원아를 바라보았다. 다리를 다친 그녀는 부은 다리에 두꺼운 깁스를 하고 있어서 보기에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침대에 누워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원아가 마치 선녀처럼 보였다.원아는 아먼드의 뜨거운 눈빛을 피하며 가볍게 기침을 했다. 그녀는 조금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아먼드, 제게는 약혼자가 있다고 말했잖아요. 우리는 곧 결혼할 거예요. 그때 직접 초대장을 줄게요. 앞으로는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정말 당신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어요. 요즘 매일 그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