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작은 왕관을 쓴 채 보석 쇼를 마치고 나왔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탈의실로 향했다.그녀의 뒤를 매니저가 따랐다.최근 그녀의 스캔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촬영할 때 잘난 척하며 거드름을 피웠던 일, 팬들을 욕한 일, 엉망진창인 연기, 심지어 보육원에 있을 때의 일들까지 다 파헤쳐졌다. 그 모든 일은 상세하게 보도됐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덕분에 영은의 회사는 애를 태우며 그녀의 ‘청순미인’ 이미지를 다시 세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주희진이 자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원아는 시선을 돌려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을 바라보았다. 원아는 감동한 듯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모님,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앉으세요…….”주희진은 그녀의 입술 끝에 환한 미소가 피어나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이 아이는 생김새가 자신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조차도 자기와 똑같았다. 그러고 보니 영은의 생일 파티에서 원아가 노래를 흥얼거릴 때 들었던 목소리도 젊은 시절의 자신과 닮아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원아는 주희진의 눈빛이 자신의 아랫배를 향하는 것을 보고는 얼른 손을 깁스한 다리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이불을 잡아당겨 몸을 덮었다. “아무리 봄이 왔다고 해도 요즘 날씨는 좀 변덕스러운 것 같아요. 가끔 여기 있다 보면 추울 때도 있고요……. 아주머니도 옷을 따뜻하게 입으세요. 이런 날씨가 감기 걸리기 제일 쉬워요.”주희진은 놀란 내색 없이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원아 씨도 힘들다는 것을 알아요.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없을 테니 말예요. 그래서 더 의지할 사람을 찾고 싶겠지만, 당신은 문소남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임영은은 집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얼굴에 드러나는 피곤함을 숨길 수 없었다. 오늘 온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영은의 신분 때문에 감독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불만으로 찌푸린 미간은 마치 뜨거운 바늘처럼 그녀를 찔러댔다. 그녀에게 오늘은 막막한 무력감을 느끼는 하루였다.그녀는 문소남에게 도움을 청하고 애교도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과 사귀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가 그 정도로 친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그를 귀찮게 할 수 없었다.영은은 하이힐을 신은 채 거실로 곧장 들어갔
석양이 비추는 오후였다. 짙푸른 호수는 노을빛에 싸여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소남은 원아가 탄 휠체어를 밀고 호수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아름답게 날갯짓하는 백조를 바라보는 원아의 눈에 부러움이 묻어났다.언제쯤 자신도 백조처럼 건강을 회복하고 훨훨 날 수 있을까?이곳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성 같았다. 소남과 함께 살고 있고, 두 아이도 자주 만났다. 하지만, 원아는 온종일 이곳에 머물며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았다.백조의 날갯짓을 보면서 휠체어에 앉은 자신의 모습이 비교됐다. 그녀의 눈에 자유에 대한 갈망
영은은 원아의 다리가 지켜졌다는 말을 듣자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영은은 여전히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였다. “그 여자 배 속에 있는 아기가 죽은 게 확실해?”요염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당연하지. 확실해! 병원 산부인과 과장이 나랑 사이가 좋거든. 그녀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어. 그럴 배짱도 없고. 걱정하지 마. 원아의 아이는 완전히 사라졌어.”“임산부의 체질은 원래 보통 사람보다 더 못한 법이야. 잘못 넘어지기만 해도 아이가 잘못될 수 있는데, 하물며
남자가 계속 의식을 차리지 못하자 이연은 차로 돌아와 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곧바로 남자의 곁으로 되돌아왔다.“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무슨 말이라도 해 보시겠어요?” 그녀는 다시 남자의 숨을 확인했다.손가락이 코에 닿기도 전에 남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때마침 번개가 번쩍이며 남자의 눈도 함께 번뜩였다. 이연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었다.“너…… 너…… 너는 사람이야, 귀신이야?”사윤은 차가운 시선으로 이연을 쏘아보았다.“멍청한 여자, 당신이
안익준은 명품 정장을 입고 성숙한 얼굴로 밝게 웃고 있었다. 고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양반가의 도련님 모습이었다. 그는 진보라의 손을 꽉 쥐고 있었는데, 애틋함이 가득해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익준을 마주할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 절망, 그리고 혐오 같은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안성택을 바라볼 때 그녀의 시선은 한없이 부드러웠다.성택은 작은 몸에 군복을 입고, 머리에는 녹색 베레모를 쓰고 발에는 군화를 신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잘생기고 귀여운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