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야, 너의 결혼식에 언니가 참석해야 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이렇게 배 나온 임산부가 들러리가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아? 엉엉, 그때 신부 들러리 드레스를 입고 지퍼가 안 잠기면 얼마나 창피하겠냐!]이연도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하하하, 언니, 그때는 특대 사이즈 드레스를 입으면 돼요. 며칠 전에 제가 교회에서 백 킬로그램이 넘은 여자를 봤는데 웨딩드레스를 예쁘게 입고 신랑과 결혼식을 올렸어요. 언니는 지금 겨우 오십 킬로그램 조금 넘었으니 괜찮을 거예요.]단톡방은 달콤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세 사람은 다시
오한석을 본 주소은은 순간 멍했다.세월이 흘러 일 년 또 일 년이 지났는데, 지금 와서 자신의 옛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한때 그녀의 모든 것을 바쳤던 남자가 지금 풍만한 몸매의 여자 곁에서 얼굴 가득 알랑대는 표정을 짓고 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쓰리기도 하고 또 우습기도 한 소은이다.5년을 함께 했었다.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날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오한석의 집이 더 가난했다. 그런 그를 위해 학교 다니는 동안에도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뛰었고, 그렇게 두 사람
허영교가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해도, 오한석은 꼼짝 못했다.허영교가 화를 다 낼 때쯤 꼬집혔던 오한석의 귀가 부풀어 올랐다. 그제야 오한석은 뻔뻔한 얼굴로 허영교의 풍만한 몸을 끌어안았다.살이 너무 찐 허영교의 몸을 오한석의 팔로는 절반밖에 안을 수가 없어 정말 우스운 모양새였다.오한석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허영교의 기름진 얼굴에다 춥춥 소리와 함께 뽀뽀했다.그리고 허영교를 달래며 말했다.“여보, 당신이 내 복덩이야. 내 눈에는 당신이 제일 예뻐. 다른 여자는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을게.”허영
역광 속에 등장한 동준은 큰 키에 우람한 체구를 자랑했다. 임신한 소은을 품에 당겨 안는 동준의 몸짓 하나하나에 성숙한 남자의 따뜻함과 보살핌이 담겨 있었다.서늘한 눈빛으로 오한석과 허영교 쪽을 힐끗 쳐다보던 동준의 시선이 소은에게 향했다.화가 나 이성을 잃은 소은의 두 눈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했다. 새카만 동준의 눈동자에 묘한 빛이 어렸다가 금방 사라졌다.허영교는 병아리를 품듯 소은을 안은 동준을 쳐다보았다. 삼십 좀 넘어 보이는 나이의 그는 반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허영교는 레이더를 쏘는 듯한 눈으로 동준의 머리부
‘젠장!’‘오한석이 진짜 자신을 때리려고 하다니!’하지만 오한석은 소은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했다. 동준이 이미 그의 손목을 결박한 채 꽉 누르고 있었다.“아!”오한석이 돼지 멱 떠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손목뼈가 으스러진 것처럼 아프다고 울부짖었다.“이…… 선생님…… 선생…… 우리…… 말로…… 좋게…….”땀을 쏟아낼 정도로 아파하는 남편을 본 허영교는 당황스럽고 또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겨우 손을 내밀어 동준을 위협할 뿐이었다.“당신…… 내 남편을 어떻게 한 거야? 빨리 안 놔! 당신 우리 아빠가 누군
문소남이 웃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그녀의 오똑한 코에 입을 맞추며 반쯤 농담으로 말했다.“내가 만날 이 사람 사기범으로 인터폴에 수배 중인데, 당신 두렵지 않아?”“뭐…… 뭐라고요…….”경악한 원아가 작은 입을 벌렸다.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바라보며 문소남이 그녀의 귓불을 쓰다듬었다.“이 바보, 진짜라고 생각한 거야?”문소남의 놀리는 눈빛에 참지 못한 원아가 주먹으로 그를 한 차례 가볍게 때렸다.“앞으로는 이런 말로 나를 속이지 말아요. 나는 걱정한단 말이예요.”원아를 바라보며 웃는 소남의 눈이 초
깊이 들어갈수록 복사꽃도 많아지고 향기도 훨씬 짙어졌다.쉼터까지 간 두 사람은 그곳의 등나무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원아가 경탄하며 소남에게 말했다.“여기 복사꽃이 정말 아름다워요. 복사나무 숲의 주인은 틀림없이 삶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일 거예요.”이곳에 푹 빠진 그녀를 보는 소남의 얼굴은 애정이 철철 넘치는 듯하다.“당신이 원한다면, 내가 이 복사나무 숲을 당신에게 사 줄게.”이렇게 큰 복사나무 숲을 사들이겠다는 말을 소남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했다. 마치 오늘 날씨가 좋다는 말을 하듯이 말이다.소남은
소남은 원아에게 직접 에메랄드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이 목걸이에는 위치 추적 장치가 들어 있어. 목걸이를 끼고 있으면 어디에 있든 내가 널 찾을 수 있어.”촉감이 뛰어난 목걸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원아가 이해가 안 되는 듯 작은 입을 부풀렸다.겨우 이 몇 십만 원 정도의 목걸이에 그런 첨단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의 기억에서 엄청난 가격의 목걸이라야 이런 장치가 있었던 것 같은데.그러나 늘 소남을 믿어왔던 원아는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목걸이를 착용한 후, 소남을 향해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