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은 원아에게 직접 에메랄드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이 목걸이에는 위치 추적 장치가 들어 있어. 목걸이를 끼고 있으면 어디에 있든 내가 널 찾을 수 있어.”촉감이 뛰어난 목걸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원아가 이해가 안 되는 듯 작은 입을 부풀렸다.겨우 이 몇 십만 원 정도의 목걸이에 그런 첨단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의 기억에서 엄청난 가격의 목걸이라야 이런 장치가 있었던 것 같은데.그러나 늘 소남을 믿어왔던 원아는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목걸이를 착용한 후, 소남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가장 아슬아슬했던 그날, 남궁산의 행적이 불행하게도 노출되어 버렸다. 총을 든 많은 경찰들이 그를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위기일발의 그 순간, 이 자식이 FBI스태프 중 하나로 위장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신기의 연기를 펼쳐 결국 탈출에 성공한 놈이었다.이후, 남궁산은 깨끗이 손을 털고 더 이상 금융사기를 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사생활은 여전히 화려한 향락 그 자체였다. 그렇게 자유롭게 지내던 중 한 암흑가 보스의 애인을 임신시켜 버렸고, 그 길로 암흑가 조직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분노와 모멸감에 암흑가 보스
과연 잠시 고민하던 남궁산은 바로 문소남의 요구를 받아들였다.어쨌든 지금 그는 돈이 필요했다.물론 옛날에 불법적인 수단으로 엄청난 돈을 벌기도 했지만, 계속된 사치와 향락으로 다 써버렸다.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한 것은 물론이고 빚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호기심을 참지 못한 남궁산이 소남에게 물었다.“이토록 문 대표님이 저를 신임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사기 칠까 봐 걱정되지도 않나 봐요? 다른 사람들한테 사기 쳤듯이 당신 회사도 몽땅 해먹으면 어쩔려고요?”소남이 자신만만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웃었다.“
원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소남 씨 감정선, 사업선, 또 지혜선이 모두 깊고 기네요. 나는 이런 손금 처음 봐요. 소남 씨 일생은 전반적으로 순조로운 편이네요.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결국 위험을 잘 벗어나는 편이고요. 어…… 당신 감정선을 잘 봐야 해. 당신 감정선이 검지와 중지 사이까지 이어진 건 품성이 반듯해서 사랑에 한결 같다는 걸 말해요. 다만 여기 손금 모양이 좀 어지러운데, 이건 당신이 도화운이 왕성하다는 뜻이예요. 뭐 대체적으로 괜찮네요.”근데 이 남자의 도화운을 생각하니, 곽영진, 임영은, 하지윤…… 저도
반대편.허요염이 노래방에서 셀럽 파티를 열면서 임영은을 특별히 초대했다.영은은 원래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허요염이 준 약을 먹고 정신을 잃고 순결까지 잃은 게 아닌가. 오늘은 이 나쁜 년과 결판을 내려고 온 것이었다.허요염이 파티를 열고 있는 장소는 고급 노래방 VIP룸이었다.영은이 들어가자마자, 귀를 찢을 듯한 음악이 들렸고 룸을 뒤덮은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룸 중간에 원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무대 한 가운데에는 철봉이 높이 세워져 있었다. 허요염은 마치 유연한 한 마리 꽃뱀처럼 철봉 옆에 서
요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바람이 휘몰아치듯 떨어진 손바닥이 그녀의 얼굴을 가격했다. 바로 얼굴에서 뚜렷한 통증이 전해지고 입안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그제야 요염은 경악해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하, 자신이 임영은에게 맞다니!’요염이 사납게 일그러진 영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맞은 이유를 알 지 못하는 요염은 빨갛게 부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억울해했다.“영은이 너 날 왜 때리는 거야?”영은이 냉소 가득한 음성으로 설명했다.“왜 때려? 너 설마 모르는 거야? 그때 네가 나한테 준 약, 가짜였지? 아니면 내가
요염은 눈썹을 찌푸린 채 영은의 손에 들린 시디를 쳐다본 뒤, 묻지도 않고 받았다.요염이 히히 웃으며 말했다.“내가 할 일이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널 도울 거야.”한 여자에게 시디 한 장을 선물하는 정도야 요염에게는 작은 일에 불과할 뿐이다.그녀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영은의 비위를 맞추는 거였다. 두 사람 사이가 벌어져 영은과의 시스맨스가 깨질까 걱정되었다.영은의 비호가 사라진 뒤에도 지금같이 상류 사회에서 활개칠 수 있을까?영은은 다시 요염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어떻게 하라고 일렀다.마지막 순간,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서현 인정사정 없었다.원아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자신이었다.자신이 저지른 치명적인 잘못을 생각하면 스스로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왜 일할 때 정신을 집중하지 않았는지, 이렇게 오래 일하고도 이런 어리석은 실수를 하다니 정말 할 말아 없었다.두 주먹을 꽉 쥔 원아가 서현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두 번 다시 이런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원아가 사과하는데도 신랄한 서현의 질책은 계속 이어졌다.“그러게 꽃병밖에 안되는 수준이잖아. 회사에서 실적 조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