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소남 씨 감정선, 사업선, 또 지혜선이 모두 깊고 기네요. 나는 이런 손금 처음 봐요. 소남 씨 일생은 전반적으로 순조로운 편이네요.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결국 위험을 잘 벗어나는 편이고요. 어…… 당신 감정선을 잘 봐야 해. 당신 감정선이 검지와 중지 사이까지 이어진 건 품성이 반듯해서 사랑에 한결 같다는 걸 말해요. 다만 여기 손금 모양이 좀 어지러운데, 이건 당신이 도화운이 왕성하다는 뜻이예요. 뭐 대체적으로 괜찮네요.”근데 이 남자의 도화운을 생각하니, 곽영진, 임영은, 하지윤…… 저도
반대편.허요염이 노래방에서 셀럽 파티를 열면서 임영은을 특별히 초대했다.영은은 원래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허요염이 준 약을 먹고 정신을 잃고 순결까지 잃은 게 아닌가. 오늘은 이 나쁜 년과 결판을 내려고 온 것이었다.허요염이 파티를 열고 있는 장소는 고급 노래방 VIP룸이었다.영은이 들어가자마자, 귀를 찢을 듯한 음악이 들렸고 룸을 뒤덮은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룸 중간에 원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무대 한 가운데에는 철봉이 높이 세워져 있었다. 허요염은 마치 유연한 한 마리 꽃뱀처럼 철봉 옆에 서
요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바람이 휘몰아치듯 떨어진 손바닥이 그녀의 얼굴을 가격했다. 바로 얼굴에서 뚜렷한 통증이 전해지고 입안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그제야 요염은 경악해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하, 자신이 임영은에게 맞다니!’요염이 사납게 일그러진 영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맞은 이유를 알 지 못하는 요염은 빨갛게 부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억울해했다.“영은이 너 날 왜 때리는 거야?”영은이 냉소 가득한 음성으로 설명했다.“왜 때려? 너 설마 모르는 거야? 그때 네가 나한테 준 약, 가짜였지? 아니면 내가
요염은 눈썹을 찌푸린 채 영은의 손에 들린 시디를 쳐다본 뒤, 묻지도 않고 받았다.요염이 히히 웃으며 말했다.“내가 할 일이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널 도울 거야.”한 여자에게 시디 한 장을 선물하는 정도야 요염에게는 작은 일에 불과할 뿐이다.그녀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영은의 비위를 맞추는 거였다. 두 사람 사이가 벌어져 영은과의 시스맨스가 깨질까 걱정되었다.영은의 비호가 사라진 뒤에도 지금같이 상류 사회에서 활개칠 수 있을까?영은은 다시 요염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어떻게 하라고 일렀다.마지막 순간,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서현 인정사정 없었다.원아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자신이었다.자신이 저지른 치명적인 잘못을 생각하면 스스로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왜 일할 때 정신을 집중하지 않았는지, 이렇게 오래 일하고도 이런 어리석은 실수를 하다니 정말 할 말아 없었다.두 주먹을 꽉 쥔 원아가 서현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두 번 다시 이런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원아가 사과하는데도 신랄한 서현의 질책은 계속 이어졌다.“그러게 꽃병밖에 안되는 수준이잖아. 회사에서 실적 조금
하지만 열 받게도 하지윤 부장이 자리에 없었다.원아를 싫어하니 자연 원아와 관계가 좋은 주소은과 이연도 예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두 사람이 연합해서 자신을 대적하니, 서현은 이 둘을 싸잡아 같이 미워하게 됐다.팀장이 떠난 후 직원들은 다시 각자의 업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원아 씨, 왜 참고 말을 안 해? 팀장이 그렇게 비난하는데 대꾸조차 안 하니 정말 만만해 보이는 거지, 뭐.”이연은 사실 원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원아가 고소를 지었다.“내가 잘못했는 걸. 비난 받는 게 당연해. 무어라 받아 칠 여지
하지윤의 멘탈은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문소남의 날카로운 눈동자를 마주하고서도 얼굴에 서늘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비록 심장은 바짝 졸아든 상태라도 말이다.하지윤은 문소남이 얼마나 예리한 지 잘 안다.감히 그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대범하게 인정했다.“한 번 있었던 것 같네요. 그때 대표님의 차를 타고 갈아 입을 속옷을 사러 편의점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하나를 흘린 걸 알았지만, 대표님께 말씀드리기가 좀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여성 속옷이다 보니…….” 늘 세련되고 시크했
‘여보?!’마치 천둥이 내려쳐 그녀의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경악스러울 뿐이었다!문소남이 언제 그 여자와 이처럼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단 말인가? 그녀를 ‘여보’라고 저장해 놓다니?눈앞이 흐려지고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진 하지윤은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문소남의 데스크 앞에 나무조각처럼 멍하니 서 있는 그녀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억울함이 깃든 눈가엔 수분이 차올라 눈을 깜빡이면 바로 뚝뚝 흘러내릴 것 같았다.고개를 든 소남은 인형처럼 책상 앞에 서 있는 하지윤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하 부장?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