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생일파티에서 한창 다른 사모님들과 잡담을 하는 주희진을 보았다. 머리를 올리고 군청색 비단 자수가 수놓아진 치파오를 입은 채 속삭이는 그녀는 우아함의 대명사 같았다. 솔직히 원아는 주희진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여성을 본 적이 없다. 고상하게 보이지만 다른 사모님들처럼 오만함이 없고, 친절과 부드러움 속에 위엄을 갖추고 있다.주희진이 임영은의 일로 자신과 날카롭게 대립한 적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원아는 마음 속으로 그녀를 싫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알 수 없는 가까운 느낌마저 들었다.“임 사모님은 정말 복이 많으세요,
임영은의 도발에 원아는 다소 긴장하며 손에 식은땀을 흘렸다.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원아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문소남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냉정한 표정이었다. 문소남은 원아의 손바닥을 주무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후, 임영은을 향해 눈썹을 치켜뜨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제 여자친구가 어제 손을 다쳐서 연주해 줄 수가 없네요.”말하면서 원아의 손을 잡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어젯밤 원아가 쌍둥이에게 과일을 깎아주다가 실수로 검지 손가락을 베었고,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어젯밤의 사고가 마침 피아노를 벗어나는
원아에게 쏟아지는 홀 안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들으며, 임영은은 뻣뻣하게 하이힐을 밟고 화장실로 갔다. 도중에 몇몇 부잣집 자식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했지만 보지 못하고 오만하게 걸어가던 그녀는 그들의 잡담을 듣지 못했다.“임 도지사의 수양딸 주제에, 오만하기는!”화장실에서 임영은은 손을 뻗어 차가운 물로 자신의 뺨을 치며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고, 거울 속의 이 험상궂은 여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흘러내리는 순간, 갑자기 거울 속에 또 다른 거
홀 안의 고급스러움과 교양있는 말들. 상류사회의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임영은은 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소남의 냉엄한 잘생긴 외모는 신비로움을 띠고 있으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중앙에 서 있다. 글고 임문정 부부의 곁에 함께 있는 문소남과 원아. 이들이 마치 행복한 ‘네 식구’처럼 보인다.그 장면이 임영은의 눈을 괴롭게 했다. 그녀는 줄곧 문소남이 자신을 한번 봐주기를 기대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눈에는 원아만 있었고 그 다정한 시선은 옮겨진 적이 없었다.분명히 떠들썩한 분위기인데, 임영은은 오히려
이때, 근처에서 임문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시로 이쪽 상황을 주시하던 문소남이 원아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대화를 마치고 왔다.슬림한 수제 양복을 입은 비교할 데 없는 완벽한 몸매를 보고, 임영은은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본 어떤 남자도 그처럼 양복이 잘 어울리지는 않았는데…….문소남이 원아의 허리를 감싸고 이마에 뽀뽀를 하며 부드럽고 친절하게 물었다.“왜 그래요?”원아는 지금 이 순간 물에 빠졌다가 부목 하나를 발견한 사람처럼 즉시 마음이 안정되어 사실대로 말했다.“제가 몸이 좀 불편한데,
섣달 그믐날 밤, 문소남과 원아, 두 아이, 이렇게 네 식구는 설날 음식을 먹으면서 저녁 파티를 했다.사실 아까 문씨 가문 저택에서는 둘 다 많이 먹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설날 축하 메시지로 둘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는데, 원아는 친지들과 동료들, 고객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모든 사람에게 답장했다. 이런 것도 일종의 예의니까.귀찮았던 문소남은 친한 몇 명에게만 답장하고, 다른 아첨꾼들 및 자신과 억지로 친해지려는 사람들의 메시지는 무시했다.온 가족이 즐겁게 야식을 먹은 후 두 아이는 졸려서 일찍 자고, 문소남은 원아를 침대로
방송국 사회자는 A시에 겨우 10살인 딸이 백혈병에 걸린 늙은 부부가 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한때 외동아들을 키우던 부부는, 소방관이었던 아들이 일을 하다가 목숨을 희생한 이후로 온종일 눈물로 지새웠다. 남편은 아들을 잃고 실성할 뻔한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의논하여 또 딸을 낳았으나, 평온할 줄 알았던 딸은 불행히도 백혈병에 걸렸다.오늘이 정월 초하루인데 노부부는 집에서 마른 식빵을 뜯을 수밖에 없었다. 쌀이 없어 죽도 해 먹지 못하는 상황이 이미 반년도 넘었다. 식빵도 할머니가 구걸해 온 것.연로한 노인들의 눈물을 머금은 소
좁은 방에서 원아는 노부인에게 말했다.“아이가 치료를 받는 게 먼저에요. 병은 일찍 치료할수록 좋잖아요. 더디면 병세가 전혀 나아질 수 없어요. 오늘은 정월 초하루이니 어쨌든 좀 가족끼리 즐거운 설날 보내셔야죠.”노부인이 감동하여 눈물을 줄줄 흘렸다.“사연이 나가고, 당신들만 와줬어요. 원래 아무도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세상에 이렇게나 선량한 사람이 있다니, 신이 당신들의 일생을 편안하게 돌봐주시길…….”노부부는 끊임없이 원아와 문소남에게 감사를 표했고, 원아도 몸둘 바를 몰라 끊임없이 그들을 위로했다.반대편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