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안의 고급스러움과 교양있는 말들. 상류사회의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임영은은 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소남의 냉엄한 잘생긴 외모는 신비로움을 띠고 있으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중앙에 서 있다. 글고 임문정 부부의 곁에 함께 있는 문소남과 원아. 이들이 마치 행복한 ‘네 식구’처럼 보인다.그 장면이 임영은의 눈을 괴롭게 했다. 그녀는 줄곧 문소남이 자신을 한번 봐주기를 기대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눈에는 원아만 있었고 그 다정한 시선은 옮겨진 적이 없었다.분명히 떠들썩한 분위기인데, 임영은은 오히려
이때, 근처에서 임문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시로 이쪽 상황을 주시하던 문소남이 원아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대화를 마치고 왔다.슬림한 수제 양복을 입은 비교할 데 없는 완벽한 몸매를 보고, 임영은은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본 어떤 남자도 그처럼 양복이 잘 어울리지는 않았는데…….문소남이 원아의 허리를 감싸고 이마에 뽀뽀를 하며 부드럽고 친절하게 물었다.“왜 그래요?”원아는 지금 이 순간 물에 빠졌다가 부목 하나를 발견한 사람처럼 즉시 마음이 안정되어 사실대로 말했다.“제가 몸이 좀 불편한데,
섣달 그믐날 밤, 문소남과 원아, 두 아이, 이렇게 네 식구는 설날 음식을 먹으면서 저녁 파티를 했다.사실 아까 문씨 가문 저택에서는 둘 다 많이 먹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설날 축하 메시지로 둘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는데, 원아는 친지들과 동료들, 고객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모든 사람에게 답장했다. 이런 것도 일종의 예의니까.귀찮았던 문소남은 친한 몇 명에게만 답장하고, 다른 아첨꾼들 및 자신과 억지로 친해지려는 사람들의 메시지는 무시했다.온 가족이 즐겁게 야식을 먹은 후 두 아이는 졸려서 일찍 자고, 문소남은 원아를 침대로
방송국 사회자는 A시에 겨우 10살인 딸이 백혈병에 걸린 늙은 부부가 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한때 외동아들을 키우던 부부는, 소방관이었던 아들이 일을 하다가 목숨을 희생한 이후로 온종일 눈물로 지새웠다. 남편은 아들을 잃고 실성할 뻔한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의논하여 또 딸을 낳았으나, 평온할 줄 알았던 딸은 불행히도 백혈병에 걸렸다.오늘이 정월 초하루인데 노부부는 집에서 마른 식빵을 뜯을 수밖에 없었다. 쌀이 없어 죽도 해 먹지 못하는 상황이 이미 반년도 넘었다. 식빵도 할머니가 구걸해 온 것.연로한 노인들의 눈물을 머금은 소
좁은 방에서 원아는 노부인에게 말했다.“아이가 치료를 받는 게 먼저에요. 병은 일찍 치료할수록 좋잖아요. 더디면 병세가 전혀 나아질 수 없어요. 오늘은 정월 초하루이니 어쨌든 좀 가족끼리 즐거운 설날 보내셔야죠.”노부인이 감동하여 눈물을 줄줄 흘렸다.“사연이 나가고, 당신들만 와줬어요. 원래 아무도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세상에 이렇게나 선량한 사람이 있다니, 신이 당신들의 일생을 편안하게 돌봐주시길…….”노부부는 끊임없이 원아와 문소남에게 감사를 표했고, 원아도 몸둘 바를 몰라 끊임없이 그들을 위로했다.반대편 작은
송씨 가문 저택문소남은 소파의 등받이에 기대어 왼손으로 평온한 표정의 원아를 껴안고 오른손으로 길다란 잔을 든 채 나른한 모습이었다.연홍색의 술이 스며드는 석양빛 아래서 더욱 눈부시고, 그의 백옥 같은 손을 더욱 희게 보이게 한다.송현욱은 술꾼으로, 특히 와인을 좋아해서 전 세계 각지에서 와인을 수집하는 걸 좋아했다. 최근 영국의 백작친구에게서 상급 포도주 한 상자를 가져와서 맛보게 해주려고 문소남, 사윤 등 친구들을 초대한 것이다.하지만, 문소남은 술에 별 생각이 없었다. 술을 마시면 일을 그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원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문소남을 바라보았다. 원래 송재훈의 교통사고는 그저 천재지변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위적으로 발생한 거라니?옥처럼 정갈하고 겸손한 외모를 가진 이 남자가 모질게도 뒤에서 이렇게 행동할 줄이야.원아는 원래 문소남의 인맥과 힘을 빌어 송재훈에게 법의 처벌을 받게 하려고 했다. 그렇게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직접 사람을 고용해서 교통사고를 내다니. 방금 그가 송현욱을 대하는 침착한 태도를 떠올리자 원아는 불가사의했다. 송재훈은 송현욱의 친동생인데, 문소남은 그의 앞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아무
송재훈의 절망적인 표정이 한순간 약간 놀람으로 변하며 사윤을 대하는 태도가 약간 좋아지긴 했지만, 이 허여멀건한 얼굴에 대해서 약간의 의심도 남아있었다.“너 의사야?”송재훈은 줄곧 옷을 바꾸듯이 여자를 바꿔가며 놀았다. 고급 외제차, 요트, 나이트클럽, 술집에서 어느 여자애가 더 잘 놀고 예쁜지, 그것 말고 그의 관심사가 또 있었던가?당연히 의학계에서 자자한 사윤의 명성을 몰랐을 것이다. 사윤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그럼 가짜겠니?”“만약 네가 진짜 나의 병을 치료한다면, 어떤 조건이든 들어주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