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자신의 친딸을 잃고 임영은을 친자식으로 여겼는데, 지금 양녀의 눈에 억울한 눈물이 맺힌 모습을 보니 주희진의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는 위로해 주려 임영은을 안고 온화하게 말했다.“딸, 무슨 억울한 일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말해.”임영은은 문소남의 냉정한 태도에 대해 불평하려 하다가, 어머니의 문소남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봐 억지로 말을 삼키고 흐느껴 울며 말했다.“엄마, 소남씨가…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원아 그 여자한테는 엄청 잘해주고요. 오늘 문씨 집안에서 일부러 저를 망신시켰어요. 자기가 똑똑하다고 어르신
사윤이 온 후에 문소남에게 약을 처방하고 수액을 놓자 열이 마침내 내려가고, 원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하루 종일 그녀는 너무나도 바빴다. 일단 쌍둥이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갔고, 아이들이 좀 좋아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문소남이 병으로 앓아누웠다. 작은 아이, 큰 아이 모두 돌보느라 정신없던 하루.그녀가 문소남에게 약을 타줄 때, 그 짙은 약 냄새로 인해 속에서 갑자기 메스꺼움이 솟아올랐다.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에서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한참 지나서야 메스꺼움이 좀 가라앉았다.그 때 원아의
원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소남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끊임없이 사윤에게 임신에 관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물었다. 사윤이 당부하는 모든 것을 열심히 듣고, 기억하지 못할까 봐 녹음기로 녹음하고 심지어 나중에 자세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윤은 임산부의 출산 전후, 각종 문제의 발생과 해결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한 유명 임산부 서적 몇 권을 추천했다. 들으며 졸고 있는 원아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계속 기록하는 문소남. 둘 사이의 첫 아이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일 줄이야.사윤이 떠나기 전에 갑자기 씨익 웃으며 두
뜻밖에도 문앞에 서 있는 문예성을 보고, 자신이 분노하며 내뱉은 진실이 생각난 채은서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비록 문씨 가문의 이 기형적인 혼인관계가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으나, 평소 문예성 앞에서는 전 세계를 아들 앞에 갖다 줘도 부족할 정도로 좋은 어머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녀는 지금까지 문씨 가문에서 위태로운 지위로 지내왔고, 이후 생애 유일한 믿을 구석은 아들밖에 없다. 아들이 이대로 자신과 멀어지게 할 수는 없을 터.“아들아, 뭐라고 했니? 엄마는 몰라. 그리고 너 문소남이 지금 이미 쌍둥이도 있는
서재.문예성은 문을 열고 책상 앞에서 서류를 열심히 뒤적거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의 형 문소남. 난방이 켜져 있는 서재 안에서 그는 검은 셔츠만 입고 있었다. 검은 셔츠가 그의 성숙함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교차된 긴 두 다리가 매혹적이다. 문예성은 새삼 사람 간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자신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그도 형에게 반했을 것이다. 형은 일벌레여서 휴가 기간에도 여전히 일 처리를 하고 있다. 책상 앞에 30분만 있어도 괴로운 문예성과는 참 다르다. 과연 존경할 만한 우상.복잡한 시선을 감지한 듯 문소남은 고개
원아는 생일파티에서 한창 다른 사모님들과 잡담을 하는 주희진을 보았다. 머리를 올리고 군청색 비단 자수가 수놓아진 치파오를 입은 채 속삭이는 그녀는 우아함의 대명사 같았다. 솔직히 원아는 주희진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여성을 본 적이 없다. 고상하게 보이지만 다른 사모님들처럼 오만함이 없고, 친절과 부드러움 속에 위엄을 갖추고 있다.주희진이 임영은의 일로 자신과 날카롭게 대립한 적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원아는 마음 속으로 그녀를 싫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알 수 없는 가까운 느낌마저 들었다.“임 사모님은 정말 복이 많으세요,
임영은의 도발에 원아는 다소 긴장하며 손에 식은땀을 흘렸다.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원아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문소남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냉정한 표정이었다. 문소남은 원아의 손바닥을 주무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후, 임영은을 향해 눈썹을 치켜뜨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제 여자친구가 어제 손을 다쳐서 연주해 줄 수가 없네요.”말하면서 원아의 손을 잡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어젯밤 원아가 쌍둥이에게 과일을 깎아주다가 실수로 검지 손가락을 베었고,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어젯밤의 사고가 마침 피아노를 벗어나는
원아에게 쏟아지는 홀 안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들으며, 임영은은 뻣뻣하게 하이힐을 밟고 화장실로 갔다. 도중에 몇몇 부잣집 자식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했지만 보지 못하고 오만하게 걸어가던 그녀는 그들의 잡담을 듣지 못했다.“임 도지사의 수양딸 주제에, 오만하기는!”화장실에서 임영은은 손을 뻗어 차가운 물로 자신의 뺨을 치며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고, 거울 속의 이 험상궂은 여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흘러내리는 순간, 갑자기 거울 속에 또 다른 거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