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공세가 이연에게 효과가 없자, 황신옥은 일부러 병실 문을 크게 열어놓았다.그리고 온몸으로 직접 바닥에 드러누웠다. 막돼먹은 여자처럼 바닥을 뒹굴며 소란을 피우고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입으로는 계속해서 분노의 악담을 퍼부어 댔다.“내가 개 한 마리를 키웠어도 감사한 걸 알 거야. 그런데 키운 딸이 배은망덕한 놈들보다 못하네. 내 이럴 줄 진즉 알았어. 널 낳았을 때 바로 엎어 죽였어야 했는데. 힘들게 키워 났더니 이리 은혜도 모르고. 네가 나한테 면목이 서기나 하니? 여러분들 와서 한 번 얘기 좀 해보세요들. 이 불효막심한
밤에 원아는 병원에 남아 침상을 지키려 했지만 이연에게 쫓겨났다.이연이 원아를 설득했다. 병원에 간호사가 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르면 된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또 이렇게도 설득했다. 훈아와 원원이는 아직 어려서 엄마가 곁에 있어야 할 때다. 네가 여기에 있으면 두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어 어쩌냐? 게다가 연신 울려 대는 문소남의 콜에 원아는 결국 병원에서 밤을 보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저택에 들어서자 온몸이 지친 원아는 좀 이상함을 느꼈다.계속
“너도 예뻐. 동화 속의 작은 공주님 같아.”오빠의 칭찬을 들은 어린 아가씨는 마음이 들떴다.우쭐해진 원원이 구석 자리의 전신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자아도취에 빠진 듯 요리 조리 비춰 보더니, 또 제일 귀여운 포즈 몇 개를 해 보았다.그러더니 훈아에게 뽐내듯이 말했다.“오빠, 우리 둘 다 예쁘다! 대모 이모가 말하길, 모두 엄마, 아빠 기본 유전자가 좋아서래. 그래서 우리같이 예쁜 아이들이 태어난 거래. 나중에 크면 꼭 아주 잘생긴 남편을 만나야 해. 만약 못생기면 우리 아기도 안 예쁠 거 아니야. 그럼 어떡해?”조숙한 원
원아는 반한 눈빛으로 문소남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사랑하는 이 남자는 마치 하느님이 가장 정성껏 조각한 예술 작품들 중에서 뛰쳐나온 것 같다. 얼굴 윤곽, 미간, 콧날, 입술 어느 곳도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다.냉담한 성격이긴 하나, 자신을 향해 웃을 때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문소남은 여러 색상의 싱싱한 장미꽃 다발을 원아에게 건네며 따뜻한 음성으로 말했다.“생일 축하해.”장미꽃은 겨울에도 싱싱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자리를 노란 안개로 장식해 세련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다.투명한 포장지 속에서 여러 색이 조화를 이루고
비록 그녀의 이 얼굴은 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마음속에서 그리고 또 그려 보았었다. 하지만 매번 그녀를 볼 때마다 그는 여전히 애송이처럼 욕심이 꿈틀거리며 감정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소원을 다 빈 원아가 두 아이와 함께 촛불을 모두 불어 껐다.“엄마, 무슨 소원을 빌었어요?”원원이 궁금해하며 물었다.훈아가 작은 손으로 여동생의 머리를 살짝 튕기며 말했다.“바보, 생일 소원은 입으로 말하면 안돼. 입밖으로 말하면 소원이 안 이루어져!”“어, 그렇구나……”원원이 좀 실망한 기색으로 입을 오므리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문소남은 원아를 자신의 품으로 와락 끌어 안았다.원아는 문소남의 넓은 가슴팍에 꼬옥 안기여서 그의 진한 키스를 받았다. 문소남의 부드러운 입술은 은은한 크림향이 풍겼다. 여기에 딸기와 체리의 달콤함까지 겉돌며 진득한 입감을 원아한테 전해주고 있었다.남자의 입술이란 이리도 부드러울수 있구나... ...! 원아는 문소남의 다소 거친 몸짓과 그와 상반된 살결에 그자리에서 의식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키스가 채 끝나기도 전에 원아는 눈을 떠 바로 앞에 있는 문소남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의 눈앞에는 문소남의 짙고 기다란 눈썹이 보였다
문소남이 자신한테 청혼하리라 근본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하지만 그와 문소남 사이에 가로두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서도 원아는 문소남을 기다릴 준비가 항상 되여있었다. 설사 결혼으로 정당한 명분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다만 문소남과 애들이랑 지낼수 있다면 뭐든 받아들일수 있다고 생각하였다.“제가 요즘 좀 바빠요. 하지만 일이 끝나는 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거 어때요?원아씨가 내 여자라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단 말이에요, 대답해요, 제 여자가 되고 싶다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원아의 귀바퀴
다음날 아침, 원아는 아침 일찍 애들의 할아버지인 원어르신을 보러 떠났다.문소남도 원래는 원아랑 같이 가려던 참이였는데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로 어쩔수 없이 동행하지 못하고 회사로 출근했다.그렇게 일에 바삐 돌아치다가 점심때가 되여서야 문소남은 원아랑 두 애들을 만날수 있었다.“미안해요, 내가 일이 너무 바빠가지고... ....” 하지만 문소남의 사과에 원아는 항상 그랬듯 개이치 않아했다. “아니에요, 워낙에도 일이 버겁잖아요.”일에 부대끼는 문소남을 보며 원아는 항상 가슴이 아파했다. 원아는 그나마 주말에는휴가여서 휴식할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