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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1 화

다음날.

8시가 되어서야 원아는 외출을 했다.

다행인 건 회사가 지하철로 20분 거리인 곳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면 원아는 회사랑 가까운 곳에 저렴한 월셋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됐다.

단지에서 나온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살짝 가렸다.

어젯밤에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자 눈에 피로가 몰려왔다.

햇빛이 비치자 눈이 부셔서 더욱 불편했다.

어젯밤 원아는 곰곰이 생각하고 분석했다. 대표님은 왜 계속 나에게 선물을 보내는 걸까?

처음에는 집에 와서 주사도 놓아주고 영양식도 준비해 주었다. 정말 두 아이를 대신 돌봐준 것에 대한 그의 단순한 답례일 뿐일까?

공수해 온 생화도 단지 환자에 대한 단순한 우호적인 위문일까?

하지만 그 남자는 전혀 우호적으로 생기지 않았다.

어제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상자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 그녀에게 아낌없이 베풀던 아량이든 어제의 선물이든 전부 원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문소남이 어떤 사람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데!

문소남은 상류층의 도도한 T 그룹의 대표다. 일반인과 차원이 다르다. 상업 바닥에서 그는 한 손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일반이었다고 해도 아마 남자들 사이에서 돋보였을 것이다. 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몸을 갖고 있었으며 얼굴도 잘생겼다. 모든 여자의 이상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진 게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두 가지가 있긴 하다. 하나는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이고 둘째는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소남의 이런 행동들은 원아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는 게 너무 김칫국을 마시는 짓인 거 같았다.

여자를 원한다면… 문소남의 주위에 넘치는 게 여자일 것이다.

보잘것없는 날 찾을 리가 없다.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니까.

……

단지 밖.

원아는 평소처럼 길을 건너면서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그때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는 청소 할아버지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바로 상자를 하나를 꺼냈다.

그는 잇따라 상자 하나 더 꺼냈다.

하나는 파란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흰색이었다.

어젯밤에 훈아가 안고 있던 상자였다,

할아버지는 쪼그려 앉더니 상자를 열었다.

이때 단지 안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여자 두 명이 걸어 나왔다.

“할아버지, 이거 할아버지가 주운 거예요?” 그중 25, 26살로 보이는 여자가 재빨리 다가가더니 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괜한 물건들을 주웠다고 생각했다. 이 옷들은 집사람이 입지 못하는 옷이었다.

그때 차 한 대가 원아의 곁을 지나갔다.

원아가 다시 쓰레기통 쪽으로 바라봤을 때 두 여자는 이미 할아버지와 얘기가 끝난 상태였다. 그들은 할아버지가 주운 물건을 사려고 했다.

“4만 원이에요. 잘 챙기세요.”

돈을 준 후, 두 여자는 서로 바라보더니 할아버지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뺏으려 했다.

“잠시만요.” 원아는 걸어가 상자를 보더니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옷과 상자 다 제가 살게요. 200만 원 어떠세요?”

두 여자는 불친절한 눈빛으로 원아를 째려보았다.

어디서 오지랖 넓은 사람이 나타나서는!

원아는 불쾌한 시선을 받은 게 억울하지 않았다. 그녀들이 다가온 목적도 애초부터 우호적이지는 않았으니까.

문소남의 선물을 거절했기 때문에 이 물건들은 그녀의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물건들은 할아버지의 소유였다

Ralph Lauren의 옷은 직장을 다니는 여자들이 입을 수 있는 가장 비싼 옷이었고 여배우들도 그 옷을 자주 입었다.

Tiffany의 다이아 브로치도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다.

다 합쳐서 못 해도 3,000만 원이 넘는 물건들을 고작 4만 원으로 이득을 보려고?

욕심이 너무 큰 게 아닌가…?

“200만 원…?” 원아가 제시한 금액이 할아버지를 놀라게 했다.

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저희는 300만 원 드릴게요!” 먼저 돈을 준 여자는 또 한 번 원아를 째려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은행 카드를 찾더니 현금 인출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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