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중에는 또다시 그의 꿈을 꾸게 되었다.원아는 자신이 평생 꿈에 시달리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왜 이미 지나간 현실이 자꾸 꿈으로 날 찾아오는 거지?잊어보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원아는 고개를 창가로 돌리더니 창문 쪽을 향해 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식이 빨리 현실로 돌아오길 바랬다.하지만 그 순간, 문소남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무슨 생각 해요? 왜 울어요?”원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단단히
아이에게는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훈아는 욕실 문 앞에 서서 아빠가 샤워를 끝내기만을 기다렸다.문소남은 아래에 샤워 타월 하나만 걸친채로 밖으로 나왔다. 그의 상반신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고 튼실한 몸에는 야릇한 물방울이 걸려있었다.“아빠, 원아 아줌마한테도 엄마 아빠가 있을 거잖아. 근데 왜 아빠가 아줌마를 보살펴?” 훈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문소남은 자리에 앉더니 다리를 벌린 채로 머리에 떨어지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훈아에게 물었다. “넌 몇 살이고, 아줌마는 몇 살이야.”“음… 난 5살이
“도씨, 목소리 좀 낮춰! 괜히 억울한 사람한테 누명 씌우지 말고!”아줌마들은 도씨의 말에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사자가 찾아오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아줌마들이 자신의 말은 의심하자 도씨는 펄쩍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도씨는 손에 들린 부채로 12동을 가리키며 말은 이어 나갔다. “내가 누명을 씌운다고? 진짜 거짓말 아니라니까!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 내가 이 나이 먹고 다른 사람들한테 죄지은 적 있나! 뭐 무서울게 있겠어! 그 여자가 감히 내 앞에 찾아오면 난 그 년이랑 당당하게 맞설 거야! 내가 오늘 여기서 이름도 까발린
원아는 이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이강에게 건 전화에도 똑같은 기계음이 들릴 뿐이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일시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원아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떡하지?그녀는 또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연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원아야, 왜 그래?” 이연이 그녀에게 물었다.원아는 이때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그녀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었다.“우리 엄마 고스톱 치러 간 거 아니야? 넌 모르지? 우리 엄마 고스톱 칠 때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어놓거든. 그래서 전화를 못 받아. 우리
여자의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원선미는 고작 말 한마디로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누명을 씌웠다…이 일은 약혼자의 불신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녀를 배신한 것과 다름이 없다.이강은 아직도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책문했다. “아파트에 같이 있었던 그 남자, 누구야? 모른 척할 생각 하지 마! 너네 동네에 사는 도씨 아줌마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원아는 조용히 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말은 한 글자도 더 듣고 싶지 않았다.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지만,
도씨는 무표정으로 서 있는 원아를 쳐다보았다. 도씨는 속으로 그녀를 깔보기 시작했다. ‘첩이나 하는 사람답네. 모질기도 하지. 친 언니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안 보태니, 원!’도씨는 너무 후회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말을 저 첩년에게 할걸!지하철은 이제 동대문역을 지나고 있었다. 도씨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 원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교양이라는 게 없어?”원아는 도씨를 쳐다보았다.내가 왜 교양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그녀는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이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할지
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그때, 핸드폰이 또 한 번 진동했다.핸드폰에는 총 세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모두 이강이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원아는 고개를 들어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더니 음성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원아, 잘못 한 건 넌데… 왜 내가 술을 마시고 있지?”“너랑 꽁냥대던 그 기생오라비 같은 자식은 어디 갔어? 그 새끼 어디다 숨겼어! 원아 나한테 돌려줘! 돌려줘!!”“한 번 물어보자. 내가 널 자그마치 4년 동안이나 쫓아다녔어. 그 긴 시간 동안 내 고백도 받아주지도 않았으면서
이강은 지친 표정으로 실눈을 뜨며 원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16, 17살 때의 너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는데, 지금 네 몸에는 가시가 가득 박혀있네. 다른 사람들한테 진실을 들키게 되면 나타나는 그런 가시 말이야.”이강이 내뱉는 수치스러운 말들을 듣자, 원아는 그가 어제 자신에게 쏘아붙인 살벌한 말들이 떠올랐다.말이라는 건 감정이 있어서, 예리한 말들은 사람의 마음 아프게 콕콕 찌르곤 했다.그 말들은 원아의 심장에 수천 수만개의 구멍을 냈고, 그녀의 심장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원아의 심장은 그대로 죽어버렸다.“출근 시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