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이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이강에게 건 전화에도 똑같은 기계음이 들릴 뿐이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일시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원아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떡하지?그녀는 또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연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원아야, 왜 그래?” 이연이 그녀에게 물었다.원아는 이때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그녀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었다.“우리 엄마 고스톱 치러 간 거 아니야? 넌 모르지? 우리 엄마 고스톱 칠 때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어놓거든. 그래서 전화를 못 받아. 우리
여자의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원선미는 고작 말 한마디로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누명을 씌웠다…이 일은 약혼자의 불신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녀를 배신한 것과 다름이 없다.이강은 아직도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책문했다. “아파트에 같이 있었던 그 남자, 누구야? 모른 척할 생각 하지 마! 너네 동네에 사는 도씨 아줌마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원아는 조용히 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말은 한 글자도 더 듣고 싶지 않았다.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지만,
도씨는 무표정으로 서 있는 원아를 쳐다보았다. 도씨는 속으로 그녀를 깔보기 시작했다. ‘첩이나 하는 사람답네. 모질기도 하지. 친 언니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안 보태니, 원!’도씨는 너무 후회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말을 저 첩년에게 할걸!지하철은 이제 동대문역을 지나고 있었다. 도씨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 원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교양이라는 게 없어?”원아는 도씨를 쳐다보았다.내가 왜 교양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그녀는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이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할지
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그때, 핸드폰이 또 한 번 진동했다.핸드폰에는 총 세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모두 이강이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원아는 고개를 들어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더니 음성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원아, 잘못 한 건 넌데… 왜 내가 술을 마시고 있지?”“너랑 꽁냥대던 그 기생오라비 같은 자식은 어디 갔어? 그 새끼 어디다 숨겼어! 원아 나한테 돌려줘! 돌려줘!!”“한 번 물어보자. 내가 널 자그마치 4년 동안이나 쫓아다녔어. 그 긴 시간 동안 내 고백도 받아주지도 않았으면서
이강은 지친 표정으로 실눈을 뜨며 원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16, 17살 때의 너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는데, 지금 네 몸에는 가시가 가득 박혀있네. 다른 사람들한테 진실을 들키게 되면 나타나는 그런 가시 말이야.”이강이 내뱉는 수치스러운 말들을 듣자, 원아는 그가 어제 자신에게 쏘아붙인 살벌한 말들이 떠올랐다.말이라는 건 감정이 있어서, 예리한 말들은 사람의 마음 아프게 콕콕 찌르곤 했다.그 말들은 원아의 심장에 수천 수만개의 구멍을 냈고, 그녀의 심장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원아의 심장은 그대로 죽어버렸다.“출근 시
이강은 원아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주먹을 더 세게 쥐기 시작했다. 그는 원아가 받은 꽃다발과 원선미가 했던 말, 그리고 동네 아줌마가 했던 충고를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그러더니 정신 나간 모습으로 동생을 보며 말했다. “내가 쟤를 너무 믿어서 지금 이 신세가 된 거야. 나한테 걔는 영원히 그런 사람인 거야.”…원아는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 복잡했다.“원아 아줌마.”남자아이의 말랑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그녀의 다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다리를 끌어안
원아는 디자인 팀으로 출근했다.로비에서 겨우 이강을 털어내고 왔는데… 출근하면 그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두 사람의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원아가 자리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소은은 거울을 보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출장도 똑같이 다녀오고, 밤도 둘이 같이 샜는데… 왜 나만 다크써클이 이렇게 심할까? 원아씨는 피부가 왜 그렇게 좋은 거야?”“원아씨, 아이크림 어디꺼 써요?” 다른 동료가 원아에게 급박하게 물었다.그녀의 물음에 원아는 고개를 들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써본 적 없는데…”
"하,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연은 젓가락으로 밥을 뒤적거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신입이 참 인권이 없어. 주소은이 너한테 행정팀 일 시키는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네 발목까지 잡으려 들어? 주소은이 승진하고 월급 오르면 너한테 한 몫 떼어주겠데?""국장 딸이라며. 딱 봐도 접대하기 힘들겠네." 이연은 원아의 국그릇은 내리치며 그녀에게 경고했다. "너무 굽신거릴 필요 없어. 그 여자가 너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다 찢어 버릴게!"원아는 순식간에 점심을 다 먹더니 식판을 챙기며 이연에게 말했다. "넌 천천히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