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연은 젓가락으로 밥을 뒤적거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신입이 참 인권이 없어. 주소은이 너한테 행정팀 일 시키는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네 발목까지 잡으려 들어? 주소은이 승진하고 월급 오르면 너한테 한 몫 떼어주겠데?""국장 딸이라며. 딱 봐도 접대하기 힘들겠네." 이연은 원아의 국그릇은 내리치며 그녀에게 경고했다. "너무 굽신거릴 필요 없어. 그 여자가 너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다 찢어 버릴게!"원아는 순식간에 점심을 다 먹더니 식판을 챙기며 이연에게 말했다. "넌 천천히 먹어.
차는 도심에 도착했다.동준은 핸들을 돌리며 신지은에게 물었다. “아가씨, 더 퍼스트 호텔로 모실까요, 아님 백화점부터 도실래요?”“다 필요 없어요. 친구랑 밥 먹기로 했거든요.” 신지은은 화장을 고친 후 립스틱을 가방 안에 집어넣으며 대답했다.동준은 또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식사하실 곳은 예약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저희가 언제든지 해드릴 수 있어요.”만약 T그룹을 황실이라고 비유하면, 문소남은 그 황실의 황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준은 그와 어깨를 견주는 옆나라 황실 주인쯤 될 것이다.이런 인물이 자신에게
신지은과 엄마의 다정한 모습에 원선미는 우쭐해졌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주머니, 선미야. 어서 앉으세요. 어서 앉아." 신지은이 말했다.원선미는 앞으로 걸어갔다. 원아를 스쳐 지나갈 때 그녀가 물었다. "넌 여기 왜 있어?""얘기들 나누세요. 저는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원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말을 끝낸 후, 그녀는 룸을 빠져나왔다."지은아, 쟤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새엄마 이혜진의 목소리였다."아주머니, 저 쟤 누군지 몰라요." 신지은이 황급히 대답했다. "저 이번에 A시에 약혼자 만나러
원선미는 깜짝 놀랐다. “그래도… 걔 내 동생인데…”이혜진은 사회생활을 오래 했다. 그래서 여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각종 음침한 수법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눈썹만 들썩여도 그녀는 신지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신지은은 차가운 얼굴로 원선미에게 중얼거렸다. "넌 그년 편들어주지 마! 쟤 같은 년은 미리 치워버려야 해. 너랑 아주머니가 이미 도와줬다며. 해외로 유학도 보내주고, 돈도 아낌없이 지원해줬잖아. 그럼 미안할 일 없는 거야. 그 년이 사람이 덜 되먹어서 여기저기 남자 꼬시고 다닌 거니까!""말하는데, 난
이번에는 꼭 원아를 나락으로 보내야 한다!김도준은 변태였다. 32살의 나이에 아직도 양아치 무리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작년에 에이즈에 걸려 버렸다.원선미는 김도준이 에이즈에 걸린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밤, 원아도 에이즈에 걸리게 만들 것이다!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원아가 인생을 다시 뒤집을 수 있을까!여자 넷은 그렇게 룸안에서 몇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원아는 그 자리에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그 모습에 이혜진은 바로 입을 열었다. "원아야, 아빠한테는 연락해봤어?"자리를 떠나
”더워, 너무 더워..”“왜 이렇게 속이 불편하지. 우웩…”한 가닥 남은 이성의 끈을 잡으며 원아는 열심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댔다. 그리고 결국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녀는 성공적으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다행히도 엘리베이터 안에는 그녀 말고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숨어있었다. 원아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빨개지기 시작했고 입가에서는 제멋대로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내려가더니 7층에 멈추어 섰다.남자 한 명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그녀의 눈
문소남은 원아를 끌어안은 채 자리를 떠났다.김도준은 문소남을 못 본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문소남의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원아의 얼굴도 몰랐고, 그녀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문소남 품에 안겨있는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차가운 공기를 내 뿜는 남자를, 딱 봐도 신분이 어마어마 해보는 권력 있는 남자를 감히 건드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목숨이 열개라도 감히 못 건드릴 것이다!…호텔 앞에는 차 한 대가 멈추어 서 있었다. 동준은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문소남은
문소남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녀의 달콤함에 두 눈이 매료되었고, 그의 하체에 반응이 왔다. 몸의 열기가 급속하게 뇌까지 전달되더니, 호흡이 점차 가빠지기 시작했다."아!"다음 순간, 원아의 몸은 또다시 바닥을 떠나 갑자기 안겼다!문소남은 그녀를 안고 대관람차를 향해 걸었다. 대관람차 앞까지 오는 동안 그녀의 손이 제멋대로 그를 만졌고, 그녀의 입술이 그의 목젖과...... 쇄골의 피부를 오가며 함부로 입을 맞추었다. 원아는 남자가 누구인지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그저 몸의 본능이 그녀를 그렇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