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은 지친 표정으로 실눈을 뜨며 원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16, 17살 때의 너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는데, 지금 네 몸에는 가시가 가득 박혀있네. 다른 사람들한테 진실을 들키게 되면 나타나는 그런 가시 말이야.”이강이 내뱉는 수치스러운 말들을 듣자, 원아는 그가 어제 자신에게 쏘아붙인 살벌한 말들이 떠올랐다.말이라는 건 감정이 있어서, 예리한 말들은 사람의 마음 아프게 콕콕 찌르곤 했다.그 말들은 원아의 심장에 수천 수만개의 구멍을 냈고, 그녀의 심장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원아의 심장은 그대로 죽어버렸다.“출근 시
이강은 원아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주먹을 더 세게 쥐기 시작했다. 그는 원아가 받은 꽃다발과 원선미가 했던 말, 그리고 동네 아줌마가 했던 충고를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그러더니 정신 나간 모습으로 동생을 보며 말했다. “내가 쟤를 너무 믿어서 지금 이 신세가 된 거야. 나한테 걔는 영원히 그런 사람인 거야.”…원아는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 복잡했다.“원아 아줌마.”남자아이의 말랑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그녀의 다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다리를 끌어안
원아는 디자인 팀으로 출근했다.로비에서 겨우 이강을 털어내고 왔는데… 출근하면 그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두 사람의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원아가 자리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소은은 거울을 보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출장도 똑같이 다녀오고, 밤도 둘이 같이 샜는데… 왜 나만 다크써클이 이렇게 심할까? 원아씨는 피부가 왜 그렇게 좋은 거야?”“원아씨, 아이크림 어디꺼 써요?” 다른 동료가 원아에게 급박하게 물었다.그녀의 물음에 원아는 고개를 들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써본 적 없는데…”
"하,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연은 젓가락으로 밥을 뒤적거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신입이 참 인권이 없어. 주소은이 너한테 행정팀 일 시키는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네 발목까지 잡으려 들어? 주소은이 승진하고 월급 오르면 너한테 한 몫 떼어주겠데?""국장 딸이라며. 딱 봐도 접대하기 힘들겠네." 이연은 원아의 국그릇은 내리치며 그녀에게 경고했다. "너무 굽신거릴 필요 없어. 그 여자가 너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다 찢어 버릴게!"원아는 순식간에 점심을 다 먹더니 식판을 챙기며 이연에게 말했다. "넌 천천히 먹어.
차는 도심에 도착했다.동준은 핸들을 돌리며 신지은에게 물었다. “아가씨, 더 퍼스트 호텔로 모실까요, 아님 백화점부터 도실래요?”“다 필요 없어요. 친구랑 밥 먹기로 했거든요.” 신지은은 화장을 고친 후 립스틱을 가방 안에 집어넣으며 대답했다.동준은 또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식사하실 곳은 예약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저희가 언제든지 해드릴 수 있어요.”만약 T그룹을 황실이라고 비유하면, 문소남은 그 황실의 황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준은 그와 어깨를 견주는 옆나라 황실 주인쯤 될 것이다.이런 인물이 자신에게
신지은과 엄마의 다정한 모습에 원선미는 우쭐해졌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주머니, 선미야. 어서 앉으세요. 어서 앉아." 신지은이 말했다.원선미는 앞으로 걸어갔다. 원아를 스쳐 지나갈 때 그녀가 물었다. "넌 여기 왜 있어?""얘기들 나누세요. 저는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원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말을 끝낸 후, 그녀는 룸을 빠져나왔다."지은아, 쟤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새엄마 이혜진의 목소리였다."아주머니, 저 쟤 누군지 몰라요." 신지은이 황급히 대답했다. "저 이번에 A시에 약혼자 만나러
원선미는 깜짝 놀랐다. “그래도… 걔 내 동생인데…”이혜진은 사회생활을 오래 했다. 그래서 여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각종 음침한 수법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눈썹만 들썩여도 그녀는 신지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신지은은 차가운 얼굴로 원선미에게 중얼거렸다. "넌 그년 편들어주지 마! 쟤 같은 년은 미리 치워버려야 해. 너랑 아주머니가 이미 도와줬다며. 해외로 유학도 보내주고, 돈도 아낌없이 지원해줬잖아. 그럼 미안할 일 없는 거야. 그 년이 사람이 덜 되먹어서 여기저기 남자 꼬시고 다닌 거니까!""말하는데, 난
이번에는 꼭 원아를 나락으로 보내야 한다!김도준은 변태였다. 32살의 나이에 아직도 양아치 무리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작년에 에이즈에 걸려 버렸다.원선미는 김도준이 에이즈에 걸린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밤, 원아도 에이즈에 걸리게 만들 것이다!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원아가 인생을 다시 뒤집을 수 있을까!여자 넷은 그렇게 룸안에서 몇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원아는 그 자리에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그 모습에 이혜진은 바로 입을 열었다. "원아야, 아빠한테는 연락해봤어?"자리를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