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바로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H시에서 만났던 그 사람, 신국장의 보물…“당신이 여기에 온 다음에요. 만나서 얘기하죠.” 문소남은 말을 끝내고는 냉정하게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문훈아는 계속 주방에 있었다. 똘망똘망한 훈아의 눈빛이 차갑고 엄숙한 아빠의 눈빛과 마주쳤고 그의 눈빛에 훈아의 몸이 제멋대로 떨리기 시작했다.원원이도 주방 입구에 있었지만 감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아빠가 원아 아줌마를 울린 거야? 진짜 못됐어!원원이는 아빠와 원아 아줌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아
저녁, 문 씨 저택.온 가족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 문소남은 없었다.장인숙은 오이 반찬을 훈아와 원원이의 그릇에 얹어주었다. “할머니 말 들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해. 너네 지금 한창 클 나이야. 이렇게 편식하면 키 안 큰다.”식탁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고 있었다.훈아는 그릇에 있는 오이를 보더니 고분고분하게 그것을 입안을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양파 안 먹어?”식탁에는 양파볶음이 놓여져 있었다. 훈아랑 원원이는 그 반찬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증조할아버
하지만 나중에는 또다시 그의 꿈을 꾸게 되었다.원아는 자신이 평생 꿈에 시달리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왜 이미 지나간 현실이 자꾸 꿈으로 날 찾아오는 거지?잊어보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원아는 고개를 창가로 돌리더니 창문 쪽을 향해 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식이 빨리 현실로 돌아오길 바랬다.하지만 그 순간, 문소남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무슨 생각 해요? 왜 울어요?”원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단단히
아이에게는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훈아는 욕실 문 앞에 서서 아빠가 샤워를 끝내기만을 기다렸다.문소남은 아래에 샤워 타월 하나만 걸친채로 밖으로 나왔다. 그의 상반신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고 튼실한 몸에는 야릇한 물방울이 걸려있었다.“아빠, 원아 아줌마한테도 엄마 아빠가 있을 거잖아. 근데 왜 아빠가 아줌마를 보살펴?” 훈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문소남은 자리에 앉더니 다리를 벌린 채로 머리에 떨어지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훈아에게 물었다. “넌 몇 살이고, 아줌마는 몇 살이야.”“음… 난 5살이
“도씨, 목소리 좀 낮춰! 괜히 억울한 사람한테 누명 씌우지 말고!”아줌마들은 도씨의 말에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사자가 찾아오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아줌마들이 자신의 말은 의심하자 도씨는 펄쩍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도씨는 손에 들린 부채로 12동을 가리키며 말은 이어 나갔다. “내가 누명을 씌운다고? 진짜 거짓말 아니라니까!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 내가 이 나이 먹고 다른 사람들한테 죄지은 적 있나! 뭐 무서울게 있겠어! 그 여자가 감히 내 앞에 찾아오면 난 그 년이랑 당당하게 맞설 거야! 내가 오늘 여기서 이름도 까발린
원아는 이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이강에게 건 전화에도 똑같은 기계음이 들릴 뿐이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일시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원아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떡하지?그녀는 또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연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원아야, 왜 그래?” 이연이 그녀에게 물었다.원아는 이때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그녀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었다.“우리 엄마 고스톱 치러 간 거 아니야? 넌 모르지? 우리 엄마 고스톱 칠 때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어놓거든. 그래서 전화를 못 받아. 우리
여자의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원선미는 고작 말 한마디로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누명을 씌웠다…이 일은 약혼자의 불신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녀를 배신한 것과 다름이 없다.이강은 아직도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책문했다. “아파트에 같이 있었던 그 남자, 누구야? 모른 척할 생각 하지 마! 너네 동네에 사는 도씨 아줌마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원아는 조용히 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말은 한 글자도 더 듣고 싶지 않았다.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지만,
도씨는 무표정으로 서 있는 원아를 쳐다보았다. 도씨는 속으로 그녀를 깔보기 시작했다. ‘첩이나 하는 사람답네. 모질기도 하지. 친 언니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안 보태니, 원!’도씨는 너무 후회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말을 저 첩년에게 할걸!지하철은 이제 동대문역을 지나고 있었다. 도씨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 원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교양이라는 게 없어?”원아는 도씨를 쳐다보았다.내가 왜 교양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그녀는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이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