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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5 화

문소남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원아에게 주의만 줄 뿐이었다. “음식 다 식겠어요.”

그러더니 발걸음을 옮기더니 마치 이 집 구조를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그녀의 2평도 남짓한 좁은 베란다로 걸어갔다.

원아는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문소남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여유로웠다. 그는 걸으면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그것을 물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여기는 그녀의 집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빚 독촉하는 사람처럼 숟가락을 들고 텅 빈 밥그릇을 바라보며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은 은근히 귀여웠다.

하지만 어른은…이 집의 주인을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예의 바르게 어떻게 들어왔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을 했을 것이다.

…….

원아는 애들의 밥을 챙겨주었다. 하지만 본인은 먹지 않았다. 그녀는 주방에 숨어 있었다.

문훈아와 문원원의 엄마가 해야 할 일을 그녀가 다 하고 있었다. 심지어 무급으로 말이다.

이대로는 방법이 없다.

원아는 주방이 자기의 프라이빗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

향긋하고 특이한 담배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맴돌았다.

고개를 들자 원아는 깊고 복잡한 시선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원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단지 그의 몸이 길을 막고 있어서인지 주위의 공기까지 삭막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의 몸이 그녀를 사각지대로 가두었다…

숨 막히는 이 기분이 원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그가 길을 막았다.

원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사람 괴롭히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문소남의 시선이 부드럽고 촉촉해 보이는 입술로 향했다.

느껴지는 시선에 원아는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했다.

“원아 아줌마, 왜 아줌마가 만든 음식에는 양파가 없어……” 원원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원아는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아줌마 양파 안 먹어.”

말하는 틈을 타 원아는 밖을 나가려 했다.

주방에서 숨어있는 것보다 두 아이와 같이 있는 게 훨씬 더 안전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남자의 의해 어깨를 잡혀 몸이 눌리게 되었다.

“미쳤어요?” 원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그녀의 시선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와 마주쳤다.

문소남의 차가운 시선에는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남자들만 알 수 있는 억눌린 감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예요?” 원아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발버둥 쳤다.

문소남의 눈빛은 심연처럼 깊었다. 그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조금씩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너무 무서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벗어날 수가 없다.

원아는 화가 나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문 대표님, 자중하세요.” 아이들이 있었기에 원아는 심한 말을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나라의 미래가 되는 애들에게 나쁜 걸 배워주게 될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인 문소남은 지금 선을 넘고 있었다.

“자중?” 여자는 문소남의 듬직하고 훤칠한 몸매에 눌려있었다. 그래서 북을 치는 듯 쿵쾅대는 여자의 강한 심장 박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섬세하고 매끄러운 피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중은 말이나 행동, 몸가짐 따위를 신중하게 하고 자신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신을 중요시 여긴 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 매우 자중하고 있어요.”

원아의 그의 억지스러움에 할 말을 잃었다……

말을 하던 남자는 그녀를 품 안에 꼭 가두었다. 그녀의 몸과 그의 몸이 빈틈없이 찰싹 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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