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원아에게 주의만 줄 뿐이었다. “음식 다 식겠어요.”그러더니 발걸음을 옮기더니 마치 이 집 구조를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그녀의 2평도 남짓한 좁은 베란다로 걸어갔다.원아는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문소남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여유로웠다. 그는 걸으면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그것을 물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여기는 그녀의 집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빚 독촉하는 사람처럼 숟가락을 들고 텅 빈 밥그릇을 바라보며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
“문 대표님……저 남자친구 있고 약혼도 했어요. 문 대표님의 이런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소문이라도 나면 문 아마 대표님의 명성에도 누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원아는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자신의 가슴이 남자의 셔츠 아래에 감춰진 긴장된 몸에 스칠까 봐 걱정이 됐다.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벨트의 버클과 브로치를 풀 때 남자의 그곳이 반응한 일을……더 이상 솔로가 아니라고 선언한 원아의 말이 남자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그녀는 지금 명분상 이미 다른 남자의 소유였다. 문
문소남의 뜨겁고 촉촉한 입술이 원아의 쇄골에 다가갔다…‘펑-‘원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뜨거운 눈물이 갑자기 주체가 안 될 정도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이 강제적으로 5년 전 그 끔찍한 밤으로 끌려가게 되었다.남자의 거친 숨소리 외에 원아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원아는 또 그해에 낳은 아이가 떠올랐다. 이연과 영상통화를 했을 때 무심코 본 티비뉴스에 나온 상업계의 거물이 생각났다.거래는 거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그녀에게는 말할 자격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강제적으로 키스를 당하
원아는 바로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H시에서 만났던 그 사람, 신국장의 보물…“당신이 여기에 온 다음에요. 만나서 얘기하죠.” 문소남은 말을 끝내고는 냉정하게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문훈아는 계속 주방에 있었다. 똘망똘망한 훈아의 눈빛이 차갑고 엄숙한 아빠의 눈빛과 마주쳤고 그의 눈빛에 훈아의 몸이 제멋대로 떨리기 시작했다.원원이도 주방 입구에 있었지만 감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아빠가 원아 아줌마를 울린 거야? 진짜 못됐어!원원이는 아빠와 원아 아줌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아
저녁, 문 씨 저택.온 가족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 문소남은 없었다.장인숙은 오이 반찬을 훈아와 원원이의 그릇에 얹어주었다. “할머니 말 들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해. 너네 지금 한창 클 나이야. 이렇게 편식하면 키 안 큰다.”식탁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고 있었다.훈아는 그릇에 있는 오이를 보더니 고분고분하게 그것을 입안을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양파 안 먹어?”식탁에는 양파볶음이 놓여져 있었다. 훈아랑 원원이는 그 반찬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증조할아버
하지만 나중에는 또다시 그의 꿈을 꾸게 되었다.원아는 자신이 평생 꿈에 시달리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왜 이미 지나간 현실이 자꾸 꿈으로 날 찾아오는 거지?잊어보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원아는 고개를 창가로 돌리더니 창문 쪽을 향해 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식이 빨리 현실로 돌아오길 바랬다.하지만 그 순간, 문소남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무슨 생각 해요? 왜 울어요?”원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단단히
아이에게는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훈아는 욕실 문 앞에 서서 아빠가 샤워를 끝내기만을 기다렸다.문소남은 아래에 샤워 타월 하나만 걸친채로 밖으로 나왔다. 그의 상반신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고 튼실한 몸에는 야릇한 물방울이 걸려있었다.“아빠, 원아 아줌마한테도 엄마 아빠가 있을 거잖아. 근데 왜 아빠가 아줌마를 보살펴?” 훈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문소남은 자리에 앉더니 다리를 벌린 채로 머리에 떨어지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훈아에게 물었다. “넌 몇 살이고, 아줌마는 몇 살이야.”“음… 난 5살이
“도씨, 목소리 좀 낮춰! 괜히 억울한 사람한테 누명 씌우지 말고!”아줌마들은 도씨의 말에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사자가 찾아오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아줌마들이 자신의 말은 의심하자 도씨는 펄쩍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도씨는 손에 들린 부채로 12동을 가리키며 말은 이어 나갔다. “내가 누명을 씌운다고? 진짜 거짓말 아니라니까!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 내가 이 나이 먹고 다른 사람들한테 죄지은 적 있나! 뭐 무서울게 있겠어! 그 여자가 감히 내 앞에 찾아오면 난 그 년이랑 당당하게 맞설 거야! 내가 오늘 여기서 이름도 까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