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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0 화

원아는 그 냉랭한 남자가 지금 자신의 왼손에 껴있는 반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 반지는 약혼의 의미였다.

“음... 나도 모르겠어......”문훈아는 원아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아이는 순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해가 안 되는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할 일 끝났으면 이제 집에 가자!” 문소남은 아들에게 말 한마디 할 뿐이었다. 그는 깊고 짙은 눈빛으로 선물 박스를 안고 있는 원아를 바라보더니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원아와 훈아는 가차 없이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우리 아빠가...” 훈아는 말을 하려다 그만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원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훈아에게 말했다. “아줌마 이 선물 못 받아.”

“왜?”

그 이유는 5살의 남자아이에게 들려줄 수 없었다. 들려줘도 이해 못 한다.

그녀는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까.”

말이 끝나자 원아는 웃으며 커다란 박스를 훈아에게 다시 돌려줬다.

“더 있으면 아빠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하겠다. 빨리 가. 선물도 아줌마 대신 돌려줘.”

......

동네 입구, 길가에는 흰색 포르쉐 스포츠카가 세워져 있었다.

남자는 침울한 표정으로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남자는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더니 다시 내뱉었다.

“뒤에 쓰레기통 보이지? 거기다 버려!” 문소남은 아들이 안고 있는 박스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

두 사람은 문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문소남이 차를 세우자마자 내내 조용히 앉아있던 훈아는 벨트를 풀더니 차에서 껑충 뛰어내렸다.

어르신은 마당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르신은 증손자가 차에서 단번에 뛰어내려 바로 집으로 뛰쳐 올라가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 증손자가 왜 저러지? 누가 괴롭힌 거야?”

이 부자는 5년 동안 싸우거나 다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문소남은 넥타이를 살짝 풀더니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너한테 질척거리는 거, 훈아가 또 본 거야?” 문소남의 엄마의 장인숙은 아들의 정장 재킷을 받으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문소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인숙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훈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이런 일들밖에 없었다.

훈아와 원원이는 애지중지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외부인과 접촉한 적이 거의 없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엄마가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서 엄마가 뭔지 알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아빠만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도 있다는 사실을.

훈아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물었다. “엄마는 어딨어?”

어르신은 너네들은 엄마가 없다면서 계속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5살의 훈아는 철이 많이 들었고 어르신의 거짓말은 아이를 속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이의 순진하고 진실을 갈망하는 두 눈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어르신은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네 엄마는 아주 먼 곳으로 갔어. 다시 돌아온다면 증조할아버지가 아빠한테 꼭 만나게 해주라고 말할게.”

이 말은 훈아만 듣게 되었고, 그는 이 말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장인숙은 아들의 재킷을 하인에게 건넸고, 하인은 자리를 떠났다.

장인숙은 창가에 서서 별장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 문소남의 엄마로, 두 아이의 할머니로서 그녀는 아이들의 엄마가 누구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궁금 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난 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무도 그때의 거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엄마로서 아들에게 이 일에 대해 물어본 적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에 아들의 곁을 지키던 정 집사와 박 기사 부부는 좋지 않은 몸 상태 문제로 은퇴를 했다. 장인숙은 생각에 빠졌다. 나중에 거기를 지나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가서 한 번 물어봐야겠어. 혹시라도 뭔가를 알아낼 수 있게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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