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훈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아빠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아빠에게 제대로 상처를 줬다는 걸 알고 있다. 훈아는 쓸쓸한 아빠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원원이는 위에서 내려오더니 오빠에게 물었다. “아빠는?”“아빠 갔어. 내 말에 상처받았을 거야.” 아이는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 훈아는 불편한 마음으로 동생에게 대답했다. “오빠, 나 원아 아줌마 보고 싶어.”아빠 같은 건 재미도 없고 맛도 없었다. 무서운 표정으로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선생님보다도 더 싫었다. 문원원은 주말에 아빠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관심이
오빠가 끌어당기자 원원이는 그 힘에 바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직 어렸던 원원이는 피부가 얇았다. 거친 돌멩이에 부딪힌 그녀는 무릎이 까지고 말았다. “엉엉……”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원아는 넘어진 원원이를 끌어안더니 등을 툭툭 치며 원원이를 달래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 아줌마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자.”“엉엉……”울고 있던 원원이는 아줌마가 그녀와 오빠를 데리고 집에 간다는 말을 듣더니 바로 울음을 그쳤다. 원원이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더니 원아의 품에 쏙 안겼다. “응, 원아 아줌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문소남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원아에게 주의만 줄 뿐이었다. “음식 다 식겠어요.”그러더니 발걸음을 옮기더니 마치 이 집 구조를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그녀의 2평도 남짓한 좁은 베란다로 걸어갔다.원아는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문소남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여유로웠다. 그는 걸으면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그것을 물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여기는 그녀의 집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빚 독촉하는 사람처럼 숟가락을 들고 텅 빈 밥그릇을 바라보며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
“문 대표님……저 남자친구 있고 약혼도 했어요. 문 대표님의 이런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소문이라도 나면 문 아마 대표님의 명성에도 누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원아는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자신의 가슴이 남자의 셔츠 아래에 감춰진 긴장된 몸에 스칠까 봐 걱정이 됐다.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벨트의 버클과 브로치를 풀 때 남자의 그곳이 반응한 일을……더 이상 솔로가 아니라고 선언한 원아의 말이 남자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그녀는 지금 명분상 이미 다른 남자의 소유였다. 문
문소남의 뜨겁고 촉촉한 입술이 원아의 쇄골에 다가갔다…‘펑-‘원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뜨거운 눈물이 갑자기 주체가 안 될 정도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이 강제적으로 5년 전 그 끔찍한 밤으로 끌려가게 되었다.남자의 거친 숨소리 외에 원아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원아는 또 그해에 낳은 아이가 떠올랐다. 이연과 영상통화를 했을 때 무심코 본 티비뉴스에 나온 상업계의 거물이 생각났다.거래는 거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그녀에게는 말할 자격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강제적으로 키스를 당하
원아는 바로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H시에서 만났던 그 사람, 신국장의 보물…“당신이 여기에 온 다음에요. 만나서 얘기하죠.” 문소남은 말을 끝내고는 냉정하게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문훈아는 계속 주방에 있었다. 똘망똘망한 훈아의 눈빛이 차갑고 엄숙한 아빠의 눈빛과 마주쳤고 그의 눈빛에 훈아의 몸이 제멋대로 떨리기 시작했다.원원이도 주방 입구에 있었지만 감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아빠가 원아 아줌마를 울린 거야? 진짜 못됐어!원원이는 아빠와 원아 아줌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아
저녁, 문 씨 저택.온 가족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 문소남은 없었다.장인숙은 오이 반찬을 훈아와 원원이의 그릇에 얹어주었다. “할머니 말 들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해. 너네 지금 한창 클 나이야. 이렇게 편식하면 키 안 큰다.”식탁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고 있었다.훈아는 그릇에 있는 오이를 보더니 고분고분하게 그것을 입안을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양파 안 먹어?”식탁에는 양파볶음이 놓여져 있었다. 훈아랑 원원이는 그 반찬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증조할아버
하지만 나중에는 또다시 그의 꿈을 꾸게 되었다.원아는 자신이 평생 꿈에 시달리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왜 이미 지나간 현실이 자꾸 꿈으로 날 찾아오는 거지?잊어보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원아는 고개를 창가로 돌리더니 창문 쪽을 향해 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식이 빨리 현실로 돌아오길 바랬다.하지만 그 순간, 문소남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무슨 생각 해요? 왜 울어요?”원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단단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