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택배를 집어들었다, 아주 가볍고 작은 소포였다.그녀는 발신자의 정보를 유심히 살펴 보았고 A국에서 보내온 택배였다. 발신자_ 위혹시 위정 선배가?그녀는 '위'라는 글을 보았을 때 신경이 곤두박질쳤다. 호기심이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칼을 찾아 바로 포장을 뜯었다."이게 뭐야?" 마이크는 그녀 옆에 서서 소포 앞에 머리를 대고 살펴 보았다.한이는 그녀의 곁에서 택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려고 기다렸다.물건은 하늘색 상자에 들어 있었다.마이크는 하늘색 상자를 보고 바로 택배를 그녀의 손에서 가져갔다."보아하니 이 물건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열어볼게! 혹시 위험한 물건이면 어떻게?" 마이크는 말하며 파란색 상자를 열었다.상자를 열자마자 마이크의 표정은 얼어붙었다.이게 뭐지?알 수 없었다.혹시 위험한 물건은 아니겠지?"저도 볼래요." 한이는 혹시나 위험한 물건일까봐 엄마가 받기 전에 마이크로부터 뺏어갔다.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건이 마이크의 손에서 한이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이 물건이 조금 낯익은 것 같다고 느꼈다...곧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즉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위정 역시도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의 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본 위정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연아, 혹시 내가 보낸 택배 확인한 거야?""네. 그게 뭐에요?" 진아연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차분한 척 물었다.사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있었지만 그녀의 짐작이 옳다는 확신은 없었다."박시준 머릿속에 있던 장치야. 3일 전에, 의사 한 분을 모셔서 그 장치를 빼냈어." 위정은 사실대로 고백했다. "아연아, 미안해. 차마 너한테 미리 말을 못했어. 수술 전에 박시준이랑 약속했거든, 절대 너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수술은 이미 끝났고...""수술은 어떻게 됐어요? 수술 끝난지 이미 3일이나 지났잖아요, 그 사람 지금 어때요?!" 진아연은 찢어질 듯한
진아연은 몸이 약간 부들부들거리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지금 당장 돌아갈게요." 그녀는 지금 당장 귀국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알았어, 기다릴게." 위정이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마이크의 도움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지금 귀국하려고? 그럼 내가 비행기 티켓 예매할게. 일단 앉아서 진정하고 있어. 너 지금 얼굴이 아주 하얗게 질렸어.""제가 티켓 예매할게요!" 한이가 말했다. "오늘 밤에 마땅한 항공편이 없으면 전세기로 돌아가면 되요.""그래." 마이크는 지금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장 박시준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진아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12시간 후 그들은 함께 A국에 도착했다.공항에서 나오자 마중 나온 경호원들이 곧바로 그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A국은 지금 늦은 밤이었다.위정과 시은이는 모두 병원에 있었다."아연아, 그의 상태는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야." 위정이 진아연에게 박시준의 상태에 대해 말해주었다.그러나 진아연은 더 이상 전처럼 위정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 외에도 그녀는 지금 당장 직접 두 눈으로 박시준을 보고 싶었다."시은이 데리고 그만 돌아가서 쉬세요! 선배가 어쩔 수 없이 저 속였다는 거 저도 알아요. 저 선배 원망 안 해요." 진아연도 위정이 중간에서 많이 난처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사람이 이렇게 제 곁을 영영 떠난다고 해도 저 선배 탓 안 해요.""아연아, 정말 미안해." 위정은 그녀의 괴로운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 것 외에, 박시준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더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위정 씨,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아연이한테 미안한 짓 한 거에요." 시은이는 위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는 위정이 죄인인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내가 위정 씨에게 우리 오빠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어. 우리 오빠 그동안 너무 힘들었거든.""시은 씨, 그런 거 아니에요. 시은 씨랑 위정
"그래... 그럼 돌아가서 필요한 물건들 챙겨올게!" 마이크가 말했다. "필요한 물건 리스트 나한테 보내줘.""응. 경호원 통해서 보내면 돼.""알겠어. 그럼 우린 먼저 가볼게!" 어차피 마이크가 여기 남는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그녀를 도와주는 것이다.그들이 떠나고 진아연은 소독한 후 일회용 비닐 가운을 걸치고 중환자실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그녀는 박시준의 주치의와 함께 중환자실로 들어갔다."진 아가씨,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박 대표님 며칠 안에 의식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시준의 주치의는 슬픔에 빠진 진아연의 모습을 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정확히 며칠 정도일까요?" 진아연은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그녀는 박시준의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주치의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아마 3일 정도 예상됩니다!" 주치의가 대답했다. "3일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는다면 상태가 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겨우 긴장이 조금 풀린듯 한 진아연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진 아가씨, 제가 며칠 안으로 깨어날 수 있을 거 같다고 한 이유는 환자분의 바이탈이 여러 방면으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어날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주치의가 계속해서 말했다. "조명주가 연구해 냈다는 기사회생술은 아주 완전한 사기입니다! 사람들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만들어 낸 거짓말이죠!"박시준이 의식을 되찾고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야만 진아연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박시준이 깨어나지 않는 한 그녀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요 며칠 위정이랑 관련된 얘기를 좀 나누었어요. 저는 조명주가 마치 의학상을 수상하고 자살을 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조명주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든요! 거짓말이 들통난다면 트로피도 명예도 다시 잃을 테니까요.” 박시준의 주치의는 단호하
지성이가 놀라 깰까 걱정된 이모님이 곧바로 지성이를 확인하러 방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이모님이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지성이를 안고 방에서 나왔다.누나가 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본 지성이가 조그만 입술을 삐죽였다."라엘아, 방금 네 목소리가 별장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란 생명체는 모두 깼웠을 거야." 마이크가 물컵을 찾아 물을 따라 마시며 말했다."엉엉엉... 돌아온다고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어요? 제가 잠이 들기 전에도, 아무도 저한테 오늘 밤에 오빠와 마이크 아저씨가 돌아온다고 알려주지 않았다고요!" 라엘이가 오빠를 꼭 끌어안은 채 마이크에게 투덜거렸다."급하게 돌아오느라 얘기할 겨를이 없었어." 마이크가 물컵을 내려놓고는, 시간을 확인한 후 말했다. "벌써 곧 새벽 2시야. 내일 학교 가야 하지?""내일은 결석할래요! 오빠가 얼마나 어렵게 돌아왔는데, 오빠를 두고 학교에 가기 싫어요!" 라엘이가 고민도 하지 않고 혼자서 결정을 내렸다.마이크가 라엘이를 놀리며 말했다: "성적은 잘 받고 있고?""성적은 잘 받으려면 언제든 잘 받을 수 있어요!" 성질이 난 라엘이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대답했다."라엘아, 가서 자. 내일 내가 학교에 데려다줄게." 한이가 라엘이를 떼어내며 말했다. "난 주말까지 있다가 갈 거야.""그래... 알았어! 내일 오빠가 학교에 데려다주면, 오빠한테 내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 내일 친구들에게 오빠를 자랑할 생각에, 라엘이는 순식간에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졌다."오빠, 늦었어, 우리 같이 자러 가자!" 오빠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려고 라엘이가 오빠를 끌어당겼다.한이가 라엘이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라엘아, 우린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야. 이제 같은 방에서 함께 잘 수 없어.""무슨 말이야? 오빠 여자 친구 생겼어?" 자신은 아직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는 라엘이는, 오빠와 한방에서 잠을 자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거울 봐, 라엘아, 넌 이제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야." 옆에서 지켜보던 마이크
진아연이 한 손에는 지성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라엘이의 손을 잡고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마이크가 웃으며 말했다: "네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걸 보니, 박시준의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가 봐?""응, 괜찮아." 진아연이 대답했다. "가려고? 조심해서 가.""가지 말라고 한번 붙잡지도 않네?" 마이크가 이죽거렸다."시간이 많이 늦었어. 생떼 부리지 마." 이렇게 대답하고는, 진아연이 기분 좋게 지성이를 이모님에게 건넸다.그녀는 한이의 방을 정리할 생각이었다."아연 씨, 한이가 쓰던 방은 예전 그대로 두었어요. 격주로 청소했으니, 침구만 교체하면 바로 잘 수 있어요." 이모님이 지성이를 안은 채 말했다. "돌아오기 전에 제게 먼저 귀띔이라도 해 주시지 그러셨어요.""갑자기 돌아오게 되어서, 말씀드릴 겨를이 없었어요.""네, 괜찮아요. 한이랑 방에 가 계세요. 전 지성이를 재우러 갈게요." 말을 하던 이모님의 시선이 라엘이를 향했다. "라엘아...""저도 오빠 방을 보러 갈래요. 지금 하나도 안 졸려요!" 라엘이가 조금의 고민도 없이 껌딱지처럼 엄마와 오빠의 뒤를 따라 오빠 방으로 향했다."엄마. 저 오늘 밤은 엄마랑 같이 잘래요!" 라엘이가 엄마의 팔을 붙잡고 보챘다."좋지!" 너무나도 딸이 보고 싶었던 건 진아연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오빠 침대의 시트랑 이불 커버부터 갈아주고 나서 방으로 갈게.""엄마, 제가 도와줄게요!""그럴래?" 진아연이 서랍에서 깨끗한 침구 커버 세트를 꺼낸 다음, 한이에게 말했다. "한이야, 넌 가서 씻고 오렴."한이가 책가방을 내려놓고는, 캐리어에서 잠옷과 생활용품들을 꺼낸 다음 욕실로 향했다.욕실 문이 닫히자, 라엘이가 곧바로 엄마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엄마, 엄마가 보기에도 제가 정말로 많이 컸어요? 제 생각엔 전 아직 어린아이 같아요!""라엘아, 너 설마 지금도 오빠랑 같이 자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진아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엄마 눈엔 아직 어린아이 같
"한이야, 네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엄마는 정말 행복해. 이제 보니 우리 한이가 정말 많이 컸구나. 엄만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좀 아쉽기도 하네. 왜냐하면 엄만 알거든. 앞으로 엄만 다시는 널 감싸주지 못할 테고, 넌 엄마를 떠나 더 넓은 곳으로 떠나갈 거라는 걸.""엄마, 전 어디를 가던, 엄마가 절 필요로 하시면 언제든 엄마 곁으로 돌아올 거예요.""엄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엄만 그저 네가 행복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랄 뿐이야... 네가 엄마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엄마도 앞으로 네 삶에 관여하지 않을 거야."한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후, 진아연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침실로 돌아왔다.침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인형을 안은 채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향해 미소 짓는 라엘이가 눈에 들어왔다."엄마, 오빠랑 얘기 끝났어요?""응." 진아연이 침대로 걸어가, 다정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오빠와 아빠는 오랜 시간 동안 화해하지 못했잖아. 엄만 두 사람이 다시는 낯선 사람처럼 지내지 않길 바라. 원수처럼 지내는 건 더욱더 바라지 않고.""오빠가 뭐래요?" 라엘이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사실 너희 오빠가 아빠를 찾는 걸 돕던 순간부터 엄만 느낄 수 있었어. 아빠에 대한 너의 오빠의 앙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단걸. 오빠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적어도 이제는 아빠를 원수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진아연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라엘아, 내일 학교 가야지? 어서 자렴! 엄만 샤워하고 올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렴.""네, 알았어요."진아연은 잠옷과 휴대폰을 가지고 욕실에 들어갔다.비행기에서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한 그녀는 육체적으로 극도로 지친 상태였지만, 귀국해 박시준과 아이들을 만나자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더욱 흥분된 상태였다.그녀는 지금 전혀 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심지어 와인을 조금 마시고 싶은 정도였다
진아연이 그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네 아버지는 더 이상 시준 씨와 나를 통제할 수 없어.강훈이 사진을 클릭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무슨 사진인지 알아챈 강훈이 물었다: 박시준 씨는 어떻게 됐어?진아연: 시준 씨는 죽지 않았어.강훈: 그럼, 기사회생술은 가짜인 거야?진아연: 응.강훈: 그럴 줄 알았어. 사실 아버지도 알고 계실 거야. 그렇지만 이걸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고 싶으시니 알면서도 굳이 파헤치지 않으시는 거지.진아연: 나도 알아. 난 너희 아버지가 이걸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도록 두지 않을 거야.강훈: 마음대로 해.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진아연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 그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그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건 상관없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이제 둘 중 누구도 빚진 사람이 없었다.진아연이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딸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그녀가 침대로 걸어가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그녀는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딸은 이미 똑똑하고 철 든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해 있었다.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어느새 날이 밝았다.이모님이 라엘이를 깨우러 왔다.일어나 눈을 비비던 라엘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그러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재빨리 자기 방으로 달려가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진아연은 그런 라엘이를 따라가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는, 빗을 들어 라엘이의 머리를 빗겨주었다."엄마, 오빠 좀 깨워주세요. 오빠가 오늘 아침에 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로 했단 말이에요." 라엘이가 조르며 말했다. "오빤 분명 아직 자고 있을 거예요! 오빤 꼭 저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해요!""라엘아, 정말 오빠를 깨워도 괜찮겠어?" 진아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뭐 어때요! 오빤 저를 학교까지 데려다준 다음에 돌아와서 계속 자면 되잖아요!" 라엘이가 엄마의 손에서 빗을 가져오며 말했다. "엄마, 얼른 가서 오빠 좀 깨워주세요!
진아연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성아, 엄마는 아프지 않아. 하지만 엄마한테도 화내지 말아줘. 엄만 지금 아빠를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거든.""알았어요... 그럼 화는 조금만 낼게요.""그래! 역시 착한 우리 아들!" 진아연은 아들이 너무 귀여워, 지성이를 안아 올리고는 지성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지성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단지 내의 상업 지구에 있었다.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아들을 학교에 보낸 후, 진아연은 운전 기사에게 병원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박시준의 주치의는 박시준이 깨어나면 바로 그녀에게 알려주기로 했다.그녀는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기를, 박시준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교외의 한건물의 2층 손님방. 침대 옆 탁자에 여러 병의 멜라토닌이 놓여있었다.강민은 거의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멜라토닌은 그녀에게 전혀 소용이 없었다.그녀가 창가에 기대어, 손가락 사이에 여성용 담배를 끼웠다.온 바닥이 담뱃재로 가득했다. 그녀의 잠옷 역시 온통 잿더미였다.박시준이 귀국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그녀는 박시준의 움직임을 더욱 주의 깊게 살폈다.박시준의 수술 소식을 알게 된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소식을 기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아쉽게도 수술 후 박시준에 관한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그녀는 동시에 B국에 있는 강도평의 소식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강도평이 그녀를 뼛속까지 미워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강도평에게 붙잡힌다면, 그녀는 분명 죽은 목숨일 것이다.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부모님을 해외로 보냈다.강도평이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내지 못하는 이상, 그녀를 협박하지 못할 것이다.A국은 강도평의 구역이 아니다. 그러니 그녀가 조금만 종적을 감추면, 한동안은 숨어지낼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꿈속에서 조차 강도평이 사망하거나, 수술 후에 깨어난 박시준이 강도평을 죽여버리기를 바랐다.강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