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국.강훈은 진아연이 한 말을 아버지에게 전했다.그는 아버지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 게다가 강민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과 함께 잠에서 깰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그와 그의 아버지는 이익 공동체 관계였다.그는 강씨 가문에 문제가 생기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그 소식을 들은 강도평의 안색이 주먹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검푸르게 변했다.그는 박시준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의 새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지에만 향해있었다.정말로 진아연이 그가 큰돈을 벌어들이는 걸 막겠다고 결심한 거라면, 그는 당해낼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마치 의학상을 받은 적은 없지만, 진아연은 의학계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아버지, 이만 손 떼시죠!" 강훈이 살기 가득한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우린 예전처럼 자체 사업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다간, 좋은 결말을 맺기 어려울 거예요.""강훈아, 넌 도대체 진아연과 무슨 관계냐? 도대체 진아연은 왜 너에게 모든 걸 다 말해주는 거냐?" 강도평이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마시고는, 짙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가느다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진아연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무 사이도 아닌데, 진아연이 너한테 이런 얘기를 다 한다는 말이야? 진아연은 내가 대량의 자본금을 쏟아부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를 칠 수도 있었어. 그렇게 되면 난 본전도 찾지 못했을 테지."강훈의 얼굴이 ‘확’하고 붉어졌다.그가 예전에 진아연과 여러 차례 내통한 사실을 절대 아버지에게 들켜서는 안 되었다."진아연이 예전에 자기와 함께 아버지께 맞서자며 저를 찾아왔었어요. 그런데 제가 거절했고요." 강훈이 차분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아버지, 그 일을 말씀드리지 않았던 건, 그게 제 본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진아연과 박시준은 이제야 아버지의 통
강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아버지의 욕설을 들었다: "아버지, 사실상 강민이 지금 A국에 있다는 건 확실해졌어요.""그 아이가 A국에 있다고 확신하면서, 왜 붙잡지 못하는 거냐? A국은 너무 크다느니 하는 말은 집어치워라... 만약 너와 강민이의 처지가 바뀌었으면, 강민이는 진작에 너를 붙잡아 왔을 거야!" 강도평이 짜증 내며 말했다. "강훈아, 정말로 내가 너를 중용하고, 내 사업을 네게 넘기길 원한다면, 너도 뭔가를 해야 해! 네 몸에 내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내가 가진 모든 걸 네게 넘길 거로 생각한다면, 꿈 깨거라!"강도평의 호통에 강훈이 무거운 숨을 들이마셨다: "아버지, 그럼, 제가 A국에 다녀올게요. 강민을 찾아낼 수 있는지 보세요.""넌 아까 이 난리를 수습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가 A국에 가면, 이 난리는 누가 수습한단 말이야?!" 강도평은 이미 새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음에도, 여전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우선 기다려 보거라. 박시준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면서? 만약 박시준이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린다면? 박시준이 죽으면, 우린 박시준이 그 장치를 제거했기 때문에 사망한 거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오히려 그 장치의 효과를 증명하는 셈이 될 거야!"여기까지 말하자, 강도평은 갑자기 흥분되었다."알았어요, 그럼 좀 더 기다려 볼게요." 강훈이 말했다. "제가 우선 A국에 가 있을게요. 그럼, 박시준에 대한 소식을 알아내기 더 편할 거예요.""좋아. 지금 바로 가거라. 강훈아, 이번에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면, 내 모든 재산을 기부하는 한이 있어도 너같이 무능한 놈한테 내 재산을 주지는 않을 거란 거 명심해라!" 강도평이 아들에게 압력을 가했다.A국.저녁.한이가 여동생을 데리러 학교에 갔다.라엘이는 교문을 나서자마자, 키가 크고 마른 오빠를 발견했다."오빠!" 라엘이가 소리치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시선이 라엘이를 향했다.라엘이는 큰 목소리로 오빠를 부른 다음, 곧바로 오빠를 향해 달
정신을 차리자, 눈앞의 모든 것들이 점차 선명해졌다.여긴 어디지?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그가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손가락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팔을 들어 올리려 하자, 팔이 천근만근 무거워, 팔을 들기는커녕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힘들 것 같았다.그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끊임없이 온갖 생각들이 떠올라, 그에게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기시켰다.그는 대뇌에 있던 장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미 죽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지금 자신은 살아있는 것 같았다.머리의 통증이 계속해서 체내의 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그의 눈에 보이는 장면과 그의 귀에 들리는 기계음, 그리고 그의 코에 진동하는 소독약 냄새가 지금 그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살아있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지금은 움직일 힘도 없지만, 살아있는 한 아직 희망은 있다.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 진아연과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그가 깨어난 것을 본 간호사가 곧바로 진아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진아연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비현실적인 듯한 희열마저 느껴졌다."진 아가씨, 박 대표님께서 깨어나셨어요. 어서 가보세요!" 간호사가 웃으며 그녀를 재촉했다.진아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빠른 걸음으로 간호사를 따라 중환자실로 향했다.박시준의 별장.한이가 라엘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자, 지성이가 곧바로 라엘이의 손을 잡아끌어, 형과 대립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로 라엘이를 자기 곁으로 데리고 왔다. 지성이는 형에게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 게다가 형 역시 그에게 그다지 다정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성이는 누나를 형에게서 빼앗아 오려 했다."지성아, 오빠한테 형이라고 불렀어?" 라엘이가 동생을 안아 들고, 한이 앞으로 데려갔다. "어서 형이라고 불러 봐. 안 그럼 너 선물 없어."지성이는 선물이라는 말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귀여운 목소리로 외쳤다: "형!"한이가 입꼬리를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 라엘이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오빠, 이따 밥 먹고 같이 나가서 선물 사줘." 라엘이가 가벼운 주제로 말문을 돌렸다."좋아. 어떤 선물이 갖고 싶은지 지성이랑 같이 잘 생각해 봐. 난 가서 밥 먹고 올 테니." 라엘이가 지성이를 떼어낸 것처럼 한이가 라엘이를 떼어놓았다.병원.진아연이 박시준을 만났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눈빛을 반짝였다.지금, 이 순간, 진아연의 눈을 보자, 그는 비로소 자신이 정말로 살아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시준 씨,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진아연이 흐느껴 울며 말했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다.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나 몰래 하다니, 내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기나 해요?"간호사가 옆에서 진아연에게 주의를 주었다: "진 아가씨, 박 대표님 가까스로 깨어나셨어요. 놀라게 하시면 안 돼요." 간호사의 말에 진아연이 억지로 다음 말을 삼켰다."박 대표님을 일반 병실로 옮길까요?" 간호사가 물었다.박시준의 현재 신체 징후를 확인한 다음, 진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준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벌써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그가 혼수상태에 빠진 지난 며칠 동안, 그의 수술 부위도 조금씩 아물었다.몸 상태가 조금 약해지기는 했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이미 벗어났다.그를 일반 병실로 옮긴 후, 진아연은 주치의와 위정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이 좋은 소식을 알렸다.이어서 그녀는 이모님에게도 소식을 전했다.이모님이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역시 하늘이 도울 줄 알았어요! 박 대표님께서 깨어나실 줄 알았어요! 한이와 라엘 한테도 알리셨어요? 저녁 식사 후에 셋이 함께 놀러 나갔어요.""이 밤에 어딜 놀러 갔어요?" 진아연은 아이들이 집에 있을 거로 생각했다."한이가 이번에 돌아오면서 라엘이랑 지성이한테 선물을 사 오지 않았잖아요. 라엘이랑 지성이가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한이가 선물을 사주러 데리고 나갔어요." 이모님이 상
"그래, 아연아. 이제 깨어났으니, 앞으로는 별문제 없을 거야." 위정이 주치의의 말을 거들었다.병상 위의 남자를 흘끗 보고는 진아연이 위정에게 나가서 할 이야기가 있다며 위정을 밖으로 불러냈다.위정은 그녀가 자기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걸 알았다."시은 씨는 괜찮아요?" 병실을 나온 진아연이 먼저 시은의 상황을 물었다."괜찮아. 시준 씨가 죽지 않았다고 했더니, 이틀 만에 겨우 잠을 잘 잤어." 위정은 말을 하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아연아, 이번 일은 다 내 잘못이야. 다 내 탓이야!""위정 선배, 선배 탓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 지금 선배를 부른 건, 선배를 탓하려고 부른 게 아니에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줬으면 해서 부른 거예요."위정이 콧등 위의 안경을 밀어 올리며 대답했다: "이번 일에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진아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저한테는 말해도 돼요, 선배. 만약 시준 씨가 죽는 한이 있어도 수술을 꼭 받아야겠다고 했으면, 제가 어떻게 말릴 수 있었겠어요?"위정이 숨을 들이켰다: "아연아, 너 너무 너를 잘 모르는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하기에, 네가 이번 일을 알았다면, 넌 분명 시준 씨와 크게 싸우고서 시준 씨가 죽지 못 하게 말렸을 거야."진아연: "???"위정이 당황해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너에 대해 오해한 거라면, 시준 씨도 너에 대해 오해한 거로 생각해? 시준 씨가 네게 부탁했을 때, 네가 시준 씨의 말을 들어줄 것 같았다면, 시준 씨가 왜 너에게 이 일을 숨겼겠어? 시준 씨는 너에게 이 일을 알리면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으니, 네게 숨기기로 한 거겠지."진아연: "위정 선배, 제가 그렇게 권위적이에요?""이건 권위적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야. 네가 시준 씨를 많이 사랑하는 만큼 시준 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위정은 그녀가 이해해주길 바랐다.
진아연은 밥을 먹고 나서 물을 마시며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강훈에게서 문자가 온 걸 확인한 그녀가 답장했다.진아연: 강민의 행방은 알아봤어?강훈: A국에 있는데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넌 아무 소식이 없어?진아연: 없어. 찾으면 어떻게 할 거야?강훈: 아빠 성격으로 봤을때 죽여버릴 거 같아.진아연: 너의 아빠가 그럴 분이긴 해. 새 프로젝트는 중단한 거야?강훈: 박시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박시준이 죽으면 새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거라는 희망을 아직도 품고 있어.진아연: 너의 아빠는 지는 걸 못 견디나 보구나?강훈: 반평생 져 본 적이 없으니 지는 걸 못 견디는 거지. 아빠뿐만 아니라 나도 그래.진아연: 지는 걸 못 견딘다고 안 진다는 건 아니야.강훈: 알아. 이번에 강민을 찾아내지 못하면 아빤 재산을 일 원 한 푼 나한테 주지 않을 거래.진아연: 앞으로의 생계가 걱정되는 거라면 내가 도와줄게.강훈: 필요 없어. 나도 손이 있으니 굶어 죽진 않을 거야.강훈은 진아연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한숨을 길게 내쉬고 그녀와의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그는 강민의 번호를 눌렀다.그의 예상대로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그는 강민의 전화번호만 알고 있었지 다른 소셜 계정을 알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그는 강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A국에 왔어요, 살고 싶으면 한번 만나요. 절 믿지 못하겠다면 먼저 통화해도 되고요.강민은 부모님의 번호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수신 차단했지만 문자는 받을 수 있었다.강훈의 문자를 본 그녀는 마음속에 희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 희망은 곧 꺼졌다.강도평과 마찬가지로 태생에 의심이 많은 그녀는 강훈을 믿지 않았다.그녀는 강훈의 이복 누나였지만 그들 사이엔 아무런 감정이 없이 남은 것이라곤 경쟁 관계 뿐이었다.잠시 후 강훈에게서 또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그가 머무는 호텔의 주소였고 그 뒤로 문자도 첨부했다: 아빠가 박시준에게 사기당한 2조8000억은 찾아왔어요. 저한테 강민 씨를 찾아오라고 해요
강민의 웃음소리는 강훈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강훈도 자신이 강도평의 바둑알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 바둑알은 별 쓸모없는 바둑알이었다.강도평은 그에 대한 불만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강도평은 그의 모든 것을 자신이 준 것이라 생각하며언제든지 내키지 않으면 도로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목줄에 묶인 것 같았고 이 목줄 한끝은 강도평의 손에 들려 있다고 생각했다."싫으면 말아요.” 강훈은 그녀의 말에 화를 내지 않고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거절한 거 아니에요.” 웃음을 멈춘 강민은 마음을 다잡고 이 일에 관한 가능성에 대해 빠르게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가 실수해서 강도평이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 강도평은 날 죽이려 할 뿐만 아니라 당신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도 알게 될 거예요.”"당신은 죽었다가 부활하는 건데 왜 내 탓이에요? 예전에 박시준도 죽었다가 부활했잖아요.” 강훈이 말했다. ”그리고, 100% 확신이 없이 당신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 않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죽는 거로 끝날 일이었다면 내가 끼어들 필요 없겠죠. 강도평의 의심병은 이미 절정에 이르러 조금만 방심해도 의심을 살 수 있어요.”“알면 됐어요. 강도평은 우리의 공동의 적이에요. 적의 적은 친구라고 볼 수 있죠.” 강민은 지금 누군가 같은 편이 돼 주길 바라고 있었고, 강훈은 좋은 선택이었다.강훈이 그녀를 보호할 순 없지만 강도평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이었다."우린 친구가 아니고 앞으로도 친구가 될 수 없을 거예요. 일이 끝나고 나면 각자 제 갈 길 가야 해요.” 강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좋아요. 나중에 오리발이나 내놓지 말아요. 미리 얘기해 드리지만 전 강씨 가문의 재산에 관심이 없어요.”"네, 지금 어디예요? 당신을 가짜로 죽이기로 했으니 당신은 앞으로 내 감시하에 움직여야 해요. 당신이 살아있다는 걸 강도평이 알게 되면 나한테 불리하거든요.” 강훈은 자신의 걱정을 그녀에게 말했다.강민은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
그녀는 경직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주먹을 꼭 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오늘의 비참함을 그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앞으로 좋은 날이 온다고 해도 오늘 받았던 수모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주룩주룩 내렸고 강민은 미움과 고통 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그녀의 머리 위로 빗물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 집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너무 낡아서 비가 새고 있었다.그리고 비가 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그녀는 희미한 불빛을 빌어 방안을 둘러보았다. 적어도 열 군데가 비가 새고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대야와 양동이를 찾아와 물이 새는 곳에 놓았다.그때 침대에 있던 그녀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더니 문자가 왔다.같은 시각, 도심의 한 쇼핑몰 앞."와, 비가 엄청 많이 와요, 오빠. 우리 우산이 없지 않아요?” 라엘은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오빠의 겉옷을 잡았다.경호원: "차에 우산이 있긴 한데 하나밖에 없어. 내가 먼저 지성이를 차에 데려다 놓고 다시 너희들 데리러 올게.”경호원은 말을 마치고 나서 겉옷을 벗어 지성이를 감쌌다.꼬맹이는 겉옷에 꽁꽁 싸인 채 까맣고 큰 눈동자만 밖으로 드러났다.아이가 반항하기도 전에 경호원은 빠른 속도로 주차장을 향해 달렸다,"오빠, 우리도 뛰어가자.” 라엘은 비를 맞는 느낌을 아주 궁금했다.오빠가 옆에 있어서 기분이 좋은 라엘은 오빠와 함께 즐기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옷이 젖어도 엄마가 자신만 탓하지 않을 것이다.한이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동안 라엘은 이미 그의 손을 잡고 빗속으로 달려들었다."오빠! 기분 너무 좋아. 비 맞는 기분 진짜 좋아. 오빠와 함께 비를 맞으니 더 좋아!” 라엘은 빗속에서 행복해하며 소리 질렀다.한이는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내일 감기 걸리고 울지나 마.”"감기 걸리고 왜 울어? 감기 걸리면 약 먹으면 되잖아. 아직도 내가 어린 애인 줄 알아? 난 다 컸다고!” 라엘이 태연하게 말했다.주차장, 지성이를 차에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