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가 아프기 시작한 라엘이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오빠, 이따 밥 먹고 같이 나가서 선물 사줘." 라엘이가 가벼운 주제로 말문을 돌렸다."좋아. 어떤 선물이 갖고 싶은지 지성이랑 같이 잘 생각해 봐. 난 가서 밥 먹고 올 테니." 라엘이가 지성이를 떼어낸 것처럼 한이가 라엘이를 떼어놓았다.병원.진아연이 박시준을 만났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눈빛을 반짝였다.지금, 이 순간, 진아연의 눈을 보자, 그는 비로소 자신이 정말로 살아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시준 씨,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진아연이 흐느껴 울며 말했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다.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나 몰래 하다니, 내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기나 해요?"간호사가 옆에서 진아연에게 주의를 주었다: "진 아가씨, 박 대표님 가까스로 깨어나셨어요. 놀라게 하시면 안 돼요." 간호사의 말에 진아연이 억지로 다음 말을 삼켰다."박 대표님을 일반 병실로 옮길까요?" 간호사가 물었다.박시준의 현재 신체 징후를 확인한 다음, 진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준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벌써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그가 혼수상태에 빠진 지난 며칠 동안, 그의 수술 부위도 조금씩 아물었다.몸 상태가 조금 약해지기는 했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이미 벗어났다.그를 일반 병실로 옮긴 후, 진아연은 주치의와 위정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이 좋은 소식을 알렸다.이어서 그녀는 이모님에게도 소식을 전했다.이모님이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역시 하늘이 도울 줄 알았어요! 박 대표님께서 깨어나실 줄 알았어요! 한이와 라엘 한테도 알리셨어요? 저녁 식사 후에 셋이 함께 놀러 나갔어요.""이 밤에 어딜 놀러 갔어요?" 진아연은 아이들이 집에 있을 거로 생각했다."한이가 이번에 돌아오면서 라엘이랑 지성이한테 선물을 사 오지 않았잖아요. 라엘이랑 지성이가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한이가 선물을 사주러 데리고 나갔어요." 이모님이 상
"그래, 아연아. 이제 깨어났으니, 앞으로는 별문제 없을 거야." 위정이 주치의의 말을 거들었다.병상 위의 남자를 흘끗 보고는 진아연이 위정에게 나가서 할 이야기가 있다며 위정을 밖으로 불러냈다.위정은 그녀가 자기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걸 알았다."시은 씨는 괜찮아요?" 병실을 나온 진아연이 먼저 시은의 상황을 물었다."괜찮아. 시준 씨가 죽지 않았다고 했더니, 이틀 만에 겨우 잠을 잘 잤어." 위정은 말을 하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아연아, 이번 일은 다 내 잘못이야. 다 내 탓이야!""위정 선배, 선배 탓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 지금 선배를 부른 건, 선배를 탓하려고 부른 게 아니에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줬으면 해서 부른 거예요."위정이 콧등 위의 안경을 밀어 올리며 대답했다: "이번 일에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진아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저한테는 말해도 돼요, 선배. 만약 시준 씨가 죽는 한이 있어도 수술을 꼭 받아야겠다고 했으면, 제가 어떻게 말릴 수 있었겠어요?"위정이 숨을 들이켰다: "아연아, 너 너무 너를 잘 모르는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하기에, 네가 이번 일을 알았다면, 넌 분명 시준 씨와 크게 싸우고서 시준 씨가 죽지 못 하게 말렸을 거야."진아연: "???"위정이 당황해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너에 대해 오해한 거라면, 시준 씨도 너에 대해 오해한 거로 생각해? 시준 씨가 네게 부탁했을 때, 네가 시준 씨의 말을 들어줄 것 같았다면, 시준 씨가 왜 너에게 이 일을 숨겼겠어? 시준 씨는 너에게 이 일을 알리면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으니, 네게 숨기기로 한 거겠지."진아연: "위정 선배, 제가 그렇게 권위적이에요?""이건 권위적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야. 네가 시준 씨를 많이 사랑하는 만큼 시준 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위정은 그녀가 이해해주길 바랐다.
진아연은 밥을 먹고 나서 물을 마시며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강훈에게서 문자가 온 걸 확인한 그녀가 답장했다.진아연: 강민의 행방은 알아봤어?강훈: A국에 있는데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넌 아무 소식이 없어?진아연: 없어. 찾으면 어떻게 할 거야?강훈: 아빠 성격으로 봤을때 죽여버릴 거 같아.진아연: 너의 아빠가 그럴 분이긴 해. 새 프로젝트는 중단한 거야?강훈: 박시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박시준이 죽으면 새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거라는 희망을 아직도 품고 있어.진아연: 너의 아빠는 지는 걸 못 견디나 보구나?강훈: 반평생 져 본 적이 없으니 지는 걸 못 견디는 거지. 아빠뿐만 아니라 나도 그래.진아연: 지는 걸 못 견딘다고 안 진다는 건 아니야.강훈: 알아. 이번에 강민을 찾아내지 못하면 아빤 재산을 일 원 한 푼 나한테 주지 않을 거래.진아연: 앞으로의 생계가 걱정되는 거라면 내가 도와줄게.강훈: 필요 없어. 나도 손이 있으니 굶어 죽진 않을 거야.강훈은 진아연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한숨을 길게 내쉬고 그녀와의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그는 강민의 번호를 눌렀다.그의 예상대로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그는 강민의 전화번호만 알고 있었지 다른 소셜 계정을 알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그는 강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A국에 왔어요, 살고 싶으면 한번 만나요. 절 믿지 못하겠다면 먼저 통화해도 되고요.강민은 부모님의 번호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수신 차단했지만 문자는 받을 수 있었다.강훈의 문자를 본 그녀는 마음속에 희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 희망은 곧 꺼졌다.강도평과 마찬가지로 태생에 의심이 많은 그녀는 강훈을 믿지 않았다.그녀는 강훈의 이복 누나였지만 그들 사이엔 아무런 감정이 없이 남은 것이라곤 경쟁 관계 뿐이었다.잠시 후 강훈에게서 또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그가 머무는 호텔의 주소였고 그 뒤로 문자도 첨부했다: 아빠가 박시준에게 사기당한 2조8000억은 찾아왔어요. 저한테 강민 씨를 찾아오라고 해요
강민의 웃음소리는 강훈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강훈도 자신이 강도평의 바둑알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 바둑알은 별 쓸모없는 바둑알이었다.강도평은 그에 대한 불만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강도평은 그의 모든 것을 자신이 준 것이라 생각하며언제든지 내키지 않으면 도로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목줄에 묶인 것 같았고 이 목줄 한끝은 강도평의 손에 들려 있다고 생각했다."싫으면 말아요.” 강훈은 그녀의 말에 화를 내지 않고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거절한 거 아니에요.” 웃음을 멈춘 강민은 마음을 다잡고 이 일에 관한 가능성에 대해 빠르게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가 실수해서 강도평이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 강도평은 날 죽이려 할 뿐만 아니라 당신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도 알게 될 거예요.”"당신은 죽었다가 부활하는 건데 왜 내 탓이에요? 예전에 박시준도 죽었다가 부활했잖아요.” 강훈이 말했다. ”그리고, 100% 확신이 없이 당신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 않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죽는 거로 끝날 일이었다면 내가 끼어들 필요 없겠죠. 강도평의 의심병은 이미 절정에 이르러 조금만 방심해도 의심을 살 수 있어요.”“알면 됐어요. 강도평은 우리의 공동의 적이에요. 적의 적은 친구라고 볼 수 있죠.” 강민은 지금 누군가 같은 편이 돼 주길 바라고 있었고, 강훈은 좋은 선택이었다.강훈이 그녀를 보호할 순 없지만 강도평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이었다."우린 친구가 아니고 앞으로도 친구가 될 수 없을 거예요. 일이 끝나고 나면 각자 제 갈 길 가야 해요.” 강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좋아요. 나중에 오리발이나 내놓지 말아요. 미리 얘기해 드리지만 전 강씨 가문의 재산에 관심이 없어요.”"네, 지금 어디예요? 당신을 가짜로 죽이기로 했으니 당신은 앞으로 내 감시하에 움직여야 해요. 당신이 살아있다는 걸 강도평이 알게 되면 나한테 불리하거든요.” 강훈은 자신의 걱정을 그녀에게 말했다.강민은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
그녀는 경직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주먹을 꼭 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오늘의 비참함을 그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앞으로 좋은 날이 온다고 해도 오늘 받았던 수모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주룩주룩 내렸고 강민은 미움과 고통 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그녀의 머리 위로 빗물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 집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너무 낡아서 비가 새고 있었다.그리고 비가 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그녀는 희미한 불빛을 빌어 방안을 둘러보았다. 적어도 열 군데가 비가 새고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대야와 양동이를 찾아와 물이 새는 곳에 놓았다.그때 침대에 있던 그녀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더니 문자가 왔다.같은 시각, 도심의 한 쇼핑몰 앞."와, 비가 엄청 많이 와요, 오빠. 우리 우산이 없지 않아요?” 라엘은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오빠의 겉옷을 잡았다.경호원: "차에 우산이 있긴 한데 하나밖에 없어. 내가 먼저 지성이를 차에 데려다 놓고 다시 너희들 데리러 올게.”경호원은 말을 마치고 나서 겉옷을 벗어 지성이를 감쌌다.꼬맹이는 겉옷에 꽁꽁 싸인 채 까맣고 큰 눈동자만 밖으로 드러났다.아이가 반항하기도 전에 경호원은 빠른 속도로 주차장을 향해 달렸다,"오빠, 우리도 뛰어가자.” 라엘은 비를 맞는 느낌을 아주 궁금했다.오빠가 옆에 있어서 기분이 좋은 라엘은 오빠와 함께 즐기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옷이 젖어도 엄마가 자신만 탓하지 않을 것이다.한이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동안 라엘은 이미 그의 손을 잡고 빗속으로 달려들었다."오빠! 기분 너무 좋아. 비 맞는 기분 진짜 좋아. 오빠와 함께 비를 맞으니 더 좋아!” 라엘은 빗속에서 행복해하며 소리 질렀다.한이는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내일 감기 걸리고 울지나 마.”"감기 걸리고 왜 울어? 감기 걸리면 약 먹으면 되잖아. 아직도 내가 어린 애인 줄 알아? 난 다 컸다고!” 라엘이 태연하게 말했다.주차장, 지성이를 차에 내
"어떻게 해. 큰일났어! 엄마가 집에 있어!" 라엘이 소리쳤다.경호원은 라엘이 두려워하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뭐가 두려워, 오빠탓해.”"싫어요!" 라엘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게다가 오빠가 날 데리고 비를 맞았다고 말하면 엄마가 믿을 것 같아요?”"그럼 너 혼날 거야.” 경호원은 조금 고소해하는 것 같았지만 너무 티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나도 같이 혼나야 하니깐.”라엘은 한숨을 크게 들이쉬고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비가 덜 내리고 있었다.진아연과 이모님은 함께 우산을 쓰고 그들을 데리러 나왔다.지성이는 엄마와 이모님을 보고는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나 더워요... 더워 죽겠어요. 흑흑!"진아연은 아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곧 차 앞에 다가갔다.한이는 동생의 카시트를 풀고 안아서 엄마한테 건넸다.경호원이 갑자기 머리를 ‘탁’ 쳤다.방금 한이와 지성이가 추울까 봐 히트를 최고치로 켰는데지성이의 외투를 벗긴다는 것을 깜박했다.꼬맹이가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 뜨거운 차 안에 있었으니 덥지 않을 리 없다.아들을 품에 안은 진아연은 불덩이를 안은 줄 알았다.그녀는 한이와 라엘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지성이를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아가야, 왜 이렇게 뜨거워?” 진아연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했다. “열이 나는 거 아니야?”진아연은 지성이를 안고 방 안에 들어가서 곧 외투를 벗겼다.아이의 내복이 흠뻑 젖어 있었다.진아연은 잔뜩 긴장한 채 아이의 내복을 벗기고 소파에 있는 담요로 아들을 감쌌다."차 안이 더워요... 너무 더워요! 흑흑!" 지성이가 서럽게 울었다.이때 경호원과 한이, 라엘이 들어왔다.라엘과 한이의 외투가 젖어 있는걸 본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했다."진아연 씨, 제가 설명할게요.” 경호원이 진아연에게 사건 경과를 설명하려 했다.라엘은 빠른 걸음으로 엄마 옆에 다가가더니 조그마한 손을 내밀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성아, 울지 마. 우리가 일
진아연: "라엘아, 목소리 낮춰. 아빤 아무 일 없어. 하지만 지금은 몸이 조금 허약해, 그래서 오늘 밤 너희들을 데리고 아빠 보러 병원에 갈 수 없어. 내일 보러 가자.”"하지만 난 지금 보고 싶은데.” 라엘은 황급히 엄마를 이끌고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나 빨리 샤워할래요...”"라엘아, 아빠 지금 주무셔, 오늘 밤 못 가.”"그럼 내일 아침에 아빠 보러 가도 돼요?” 라엘은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그래. 그럼 일찍 자.” 진아연은 딸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렇게 비 맞고 다니면 안 돼. 여름에 비를 맞았다면 걱정하지 않겠는데 겨울에는 감기 걸려.”"엄마, 나 안 추워요. 옷 다 말랐어요.” 라엘은 몸에 얇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차 안에서 이미 다 말랐다."너랑 오빠는 감기 안 걸리겠네, 하지만 지성이는 너무 더워서 울어 버렸잖아.” 진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이 차 안에서 덥다는 말 안 했어?”"덥다는 말을 못 들었어요, 덥다고 말했으면 내가 모른 척하지 않았을 거예요.”"너희들 다 젖어 있는 걸 보고 말 안 했나 보다.” 진아연이 짐작했다.라엘은 생각이 달랐다."동생이 차에서 졸다가 잠들어서 집에 와서야 너무 덥다는 걸 느꼈을 거예요.”라엘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지성이가 더 걱정되었다.하지만 라엘과 한이가 일부러 지성이를 덥게 한 게 아니기에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라엘이 머리 감는 것을 도와주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진아연은 지성이 보러 갔다.지성이는 이미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컨디션도 정상으로 회복한 후였다.목에 땀띠가 난 것을 볼 수 있었다."엄마, 이거 봐요!" 지성이는 조금 전 너무 더워서 울었던 것을 이미 잊은 듯했다.그는 차에서 잤기에 지금 컨디션이 좋았다. 그는 손에 형이 그에게 사준 로봇 장난감을 들고 엄마에게 보여줬다."이건 형이 사준 거예요. 로봇이 변신도 하는 데 아주 멋져요.” 지성이가 말하며 리모컨으로 로봇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진아연은 갑자기 한이와 라엘도 지성이처럼 어릴 때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유치원과 아이들을 싫어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많이 걱정했었다. 특히 한이는 말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이모님은 진아연의 걱정을 눈치채고 웃으면서 위로했다. "지성이 나이 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정상이에요. 지성이가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놀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유치원에 친한 친구도 있는걸요. 다만 집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것 뿐이죠. 가끔 지성이를 데리고 동네에서 놀고 있을 때 다른 아이들 부모님들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지성이보다 학교 가는 걸 더 거부하는 애들이 많더라고요.""제가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나 봐요. 지성이는 사실 어디로 보나 활기차고 건강해요.""맞아요!" 이모님은 대답하다가 박시준이 떠올랐다. "대표님은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앞으로 별일 없겠죠?""별일 없을 거예요." 진아연은 감히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며칠 더 회복하고 자세한 검사를 다시 받을 거예요.""그래요. 아연 씨, 앞으로 다시는 사고 나지 말아요. 애들이 그 충격을 견딜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 또한 두 사람 때문에 마음을 졸이느라 심장병이 걸릴 뻔했다니까요." 이모님이 말했다."앞으로 좀 더 신경 쓸 거예요. 이제 많은 경험을 얻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주의해야죠.""그래요, 어서 가서 샤워하고 쉬세요. 제가 좀 있다 지성이를 데리고 잘게요." 이모님이 말했다."네."다음 날 아침. 진아연은 세 아이와 함께 박시준 보러 병원에 찾아갔다.예기치 않게 성빈과 조지운이 병실에 있었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진아연이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이제 겨우 7시인데요.""성빈이 형이 어젯밤에 와서 밤새 병실을 지켰어요." 조지운이 말했다. "전 방금 왔고요.""그렇군요." 진아연은 침대에 누워 있는 박시준을 힐끗 보았다."저기... 성빈이 형, 아연 씨 왔으니 내가 바래다줄게." 조지운이 성빈이를 이끌고 황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