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 "라엘아, 목소리 낮춰. 아빤 아무 일 없어. 하지만 지금은 몸이 조금 허약해, 그래서 오늘 밤 너희들을 데리고 아빠 보러 병원에 갈 수 없어. 내일 보러 가자.”"하지만 난 지금 보고 싶은데.” 라엘은 황급히 엄마를 이끌고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나 빨리 샤워할래요...”"라엘아, 아빠 지금 주무셔, 오늘 밤 못 가.”"그럼 내일 아침에 아빠 보러 가도 돼요?” 라엘은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그래. 그럼 일찍 자.” 진아연은 딸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렇게 비 맞고 다니면 안 돼. 여름에 비를 맞았다면 걱정하지 않겠는데 겨울에는 감기 걸려.”"엄마, 나 안 추워요. 옷 다 말랐어요.” 라엘은 몸에 얇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차 안에서 이미 다 말랐다."너랑 오빠는 감기 안 걸리겠네, 하지만 지성이는 너무 더워서 울어 버렸잖아.” 진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이 차 안에서 덥다는 말 안 했어?”"덥다는 말을 못 들었어요, 덥다고 말했으면 내가 모른 척하지 않았을 거예요.”"너희들 다 젖어 있는 걸 보고 말 안 했나 보다.” 진아연이 짐작했다.라엘은 생각이 달랐다."동생이 차에서 졸다가 잠들어서 집에 와서야 너무 덥다는 걸 느꼈을 거예요.”라엘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지성이가 더 걱정되었다.하지만 라엘과 한이가 일부러 지성이를 덥게 한 게 아니기에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라엘이 머리 감는 것을 도와주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진아연은 지성이 보러 갔다.지성이는 이미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컨디션도 정상으로 회복한 후였다.목에 땀띠가 난 것을 볼 수 있었다."엄마, 이거 봐요!" 지성이는 조금 전 너무 더워서 울었던 것을 이미 잊은 듯했다.그는 차에서 잤기에 지금 컨디션이 좋았다. 그는 손에 형이 그에게 사준 로봇 장난감을 들고 엄마에게 보여줬다."이건 형이 사준 거예요. 로봇이 변신도 하는 데 아주 멋져요.” 지성이가 말하며 리모컨으로 로봇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진아연은 갑자기 한이와 라엘도 지성이처럼 어릴 때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유치원과 아이들을 싫어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많이 걱정했었다. 특히 한이는 말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이모님은 진아연의 걱정을 눈치채고 웃으면서 위로했다. "지성이 나이 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정상이에요. 지성이가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놀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유치원에 친한 친구도 있는걸요. 다만 집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것 뿐이죠. 가끔 지성이를 데리고 동네에서 놀고 있을 때 다른 아이들 부모님들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지성이보다 학교 가는 걸 더 거부하는 애들이 많더라고요.""제가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나 봐요. 지성이는 사실 어디로 보나 활기차고 건강해요.""맞아요!" 이모님은 대답하다가 박시준이 떠올랐다. "대표님은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앞으로 별일 없겠죠?""별일 없을 거예요." 진아연은 감히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며칠 더 회복하고 자세한 검사를 다시 받을 거예요.""그래요. 아연 씨, 앞으로 다시는 사고 나지 말아요. 애들이 그 충격을 견딜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 또한 두 사람 때문에 마음을 졸이느라 심장병이 걸릴 뻔했다니까요." 이모님이 말했다."앞으로 좀 더 신경 쓸 거예요. 이제 많은 경험을 얻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주의해야죠.""그래요, 어서 가서 샤워하고 쉬세요. 제가 좀 있다 지성이를 데리고 잘게요." 이모님이 말했다."네."다음 날 아침. 진아연은 세 아이와 함께 박시준 보러 병원에 찾아갔다.예기치 않게 성빈과 조지운이 병실에 있었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진아연이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이제 겨우 7시인데요.""성빈이 형이 어젯밤에 와서 밤새 병실을 지켰어요." 조지운이 말했다. "전 방금 왔고요.""그렇군요." 진아연은 침대에 누워 있는 박시준을 힐끗 보았다."저기... 성빈이 형, 아연 씨 왔으니 내가 바래다줄게." 조지운이 성빈이를 이끌고 황급히
"애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우리 일은 나중에 따로 얘기해요." 진아연은 조금 있다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그와 단둘이 얘기하려 했다.박시준은 이렇게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녀의 이런 태도를 보니 좀 있다가 또 혼나야 할 것 같았다."한이야. 너 이번에는 며칠 더 놀다가 가." 박시준은 자상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한이는 초췌한 박시준의 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그와 싸우기 싫었다."내 걱정은 하지 말고 본인이나 잘 챙기세요." 한이는 아빠에게 다정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퉁명스럽게 뱉은 말이지만 어투가 예전처럼 차갑거나 공격적이지는 않았다."그래, 아빠가 앞으로 자신을 잘 챙길게. 너희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되지." 박시준이 자책하며 말했다."한이는 당신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 진아연은 그가 아들을 오해할까 걱정했다. "당신을 보러 돌아왔으니 예전처럼 당신이 싫지 않다는 거예요."진아연의 말을 들은 지성이는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형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형은 왜 그렇게 아빠를 싫어해요?"한이: "..."진아연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지성이를 안고 설명했다. "형은 아빠를 싫어하지 않아.""엄마가 방금 그랬잖아요. 형이 아빠를 싫어한다고요." 지성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형이 예전에 아주 조금 아빠를 싫어하긴 했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진아연의 설명을 지성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지성이는 눈에 힘을 주고 형을 노려보았다."그만해. 아빠를 봤으니 이젠 학교 가야지. 형이 널 유치원에 데려다줄게." 한이가 지성이를 엄마 품에서 안고 병실을 나섰다.지성이가 울어대자걱정된 진아연은 따라 나가려 했다."엄마는 여기서 아빠를 돌봐주세요. 제가 동생을 달랠게요. 동생을 달래고 나서 학교 갈 거에요." 말을 마친 라엘이가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엄마 말을 잘 들어요. 저녁에 학교 끝나면 다시 올게요.""그래." 박시준은 딸이 병실을 나서는 걸 보며 마음
물론 박시준도 이걸 알고 있었지만진아연처럼 긴장하진 않았다.현이도 그의 친자식이었기에 현이를 찾는 도중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다만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뱉을 수 없었다. 말하고 나면 진아연이 화를 낼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안타깝군." 그는 마른침을 삼키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공들였는데 현이 소식을 못 찾았어.""예전에는 안 믿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소식이 없으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박시준은 조용히 듣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준 씨, 이젠 내려놓아요, 우리도 계속 살아가야 하잖아요." 진아연은 그를 힐끗 보고 나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그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냈었다.한 번도 어려움에 굴복한 적이 없는 사람이기에 현이를 찾는 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래." 그는 빠르게 대답했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현이의 일로 계속 고통받게 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뭐 먹을래요?" 진아연은 아침밥을 갖고 왔다.이모님은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죽을 끓였는데 진아연이 아침에 병원에 갈 때 갖고 가서 박시준에게 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이모님도 함께 오려고 했는데 죽을 끓이느라 밤새 자지 못해서 못 왔어요. 약불에 끓여야 맛있다고 밤새워 끓였거든요. 너무 힘들어 보여서 쉬라고 했어요." 그녀가 보온 통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풍겨와박시준의 식욕을 자극했다.그녀는 침대 높이를 조절하고 그가 기대어 앉도록 했다.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최은서와 여소정, 하준기가 박시준을 찾아왔다.그들은 병실 밖에 서 있는 조지운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아연 씨가 안에 있어요." 조지운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방해하기 미안해서요.""하지만 오빠가 깨어난 후 아직 못 봤어요." 최은서는 말을 뱉고 나서 병실 문을 열었다.박시준이 병상에 기대어 앉아 있고 진아연은 손에 면도기를 든 채 박시준에게 면도해 주고 있었다.최은서는 호
"사람의 생사는 하늘에 달린 거야. 걱정하지 마." 박시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박시준 씨는 마음이 참 속편하시네요. 아연이가 박시준 씨 목숨을 구하느라 얼마나 마음고생했는지도 모르고." 여소정이 말했다. "애들보다 훨씬 속 썩이는 것 같네요. 라엘이도 착하고 지성이도 말을 잘 듣고, 한이는 말할 나위없죠. 한 번도 걱정시킨 적 없으니.""소정아, 그만해." 하준기가 아내에게 눈짓했다. "시준이 형이 계략에 당해서 그런 거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지나간 일은 다시 언급하지 말자."진아연은 화장실에서 나와 보온 통을 열고 숟가락으로 죽 한 그릇을 담았다.그녀는 죽그릇을 들고 침대 옆에 앉아 박시준에게 떠먹여 주려 했다."사실 처음에 나 몰래 머릿속 장치를 꺼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화가 나 미칠 것 같았어. 만나면 어떤 욕을 할까 고민까지 했다니까? 욕만으로 화가 안 풀릴 것 같으니 흠씬 두들겨 팰 생각까지 했었어." 진아연은 잔잔한 어투로 독한 말을 내뱉었다.박시준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그는 방금 그녀가 그들의 앞에서 그를 한바탕 욕하고 때릴 줄 알았다."살아만 있다면 다른 건 다 사소한 일에 불과한 거지." 그녀는 죽 한 숟가락을 떠서 그의 입가에 갖다 댔다.그는 황급히 입을 벌리고 그녀가 건네오는 죽을 받아먹었다.죽은 간이 잘 돼 있어서 느끼하지 않고 아주 맛있었다."아연 씨 말이 맞아요, 시준이 형이 죽었다면 미워하고 욕해도 돼요. 그땐 나도 같이 욕할 거예요. 하지만 시준이 형은 안 죽었어요.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 좋은 일이잖아요. 그러니 화낼 필요 없어요." 하준기가 대답했다."준기 씨, 시준 씨가 죽으면 누구 들으라고 욕을 해요?" 진아연은 어이없었다."아연아, 너 지금 욕 안하다가 퇴원하고 나면 마음이 바뀔걸?" 여소정이 말을 보탰다. "지금은 너무 허약해 보여, 나였어도 불쌍해서 훈계하지 못했을 거야."하준기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아내가 말을 너무 가리지 않고 한다고 생각했다."소정아, 오늘 출근해
최은서는 여소정의 제안이 너무 좋았지만실제 행동에 옮기려면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지금은 그들 두 사람만 이 계획을 알고 있지만 하루 빨리 다른 사람에게 알려 다 같이 움직여야 했다."오늘 밤에 돌아가서 성빈 씨에게 말해봐야겠어요.""은서 씨, 성빈 씨 의견을 왜 물어요? 두 사람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은서 씨 말을 듣게 해야죠." 여소정은 선배의 자세로 그녀에게 경험을 전수했다. "남자는 독하게 다뤄야 해요. 아연이와 시준 씨가 좋은 예잖아요. 박시준이 예전에는 기고만장하더니 지금은 아연이한테 꽉 잡혀 살잖아요."최은서가 놀렸다. "아연 씨가 떠받들고 사는 것 같은데요? 아연이가 면도도 해주고 죽도 먹여줬잖아요. 만약 성빈 씨가 병상에 저렇게 누워 있더라도 전 못할 것 같은 걸요.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쿨럭, 성빈 씨가 안 도와주면 어떻게 하죠?" 여소정이 계획이 물거품 될까 걱정되었다."도와줄걸요? 이건 아연 씨랑 오빠를 도와주는 거잖아요. 두 사람 지난번 결혼식이 실패했으니 내가 아연 씨였다면 마음에 한으로 남았을 거예요. 그 한도 풀 수 있고 직접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아연 씨가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최은서는 진아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이 결혼식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기쁘겠지만 망치면 문제가 될 거예요. 그러니 우리 둘만의 힘으론 안 돼요. 저녁에 돌아가서 성빈 씨랑 의논해 봐요. 저도 제 남편이랑 의논해 볼게요."최은서가 놀렸다. "소정 언니, 언니도 남편이랑 의논해요? 소정 언니가 다 결정하지 않고요?"여소정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허리를 곧게 펴고 말했다. "우리 집 일은 당연히 제가 결정하죠. 전 돌아가서 하준기에게 무슨 일을 시킬지 의논하려는 거예요.""하하! 사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언니 남편이 언니 말을 잘 듣긴 해요. 하준기 씨가 자기주장이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하고 언니가 똑똑해서 주장이 강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은서 씨 사람을
그녀는 물을 마시면서 휴대폰을 힐끗 확인했다.전날 밤, 그녀는 마치 의학상 심사위원회 회장에게 박시준에 관한 일들을 알렸고 그한테 직접 나서서 대외적으로 설명할 것을 부탁했지만오늘 아침 외출할 때까지 이에 대한 답장을 받지 못했다.전날 그한테 메시지를 보낼 때 B국은 낮이었다.아직도 연락이 없는걸 보니 박시준에 관한 문제를 회피하고 있음이 분명했다.이에 진아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온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계속 메시지를 보냈다. "만약 오늘 내로 답장하지 않으면 제가 직접 나서서 이 모든 것이 전부 거짓이라고 공개 발표할 겁니다!"약 5분 후, 진아연의 휴대폰이 울렸고그녀는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박시준에게 입을 열었다. "잠깐 전화받으러 갈게요."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병실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고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병실에서 나와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그녀가 전화를 받자, 위원회 회장의 목소리가 먼저 전해졌다."아연 씨, 죄송합니다. 낮에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방금 수리가 끝나 확인이 늦었네요." 상대방의 핑계는 지금까지 참고 있던 진아연의 화를 식혔다. "저한테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어요. 솔직히 충격도 충격이지만, 믿기지 않네요.""저도 믿을 수 없습니다. 저는 박시준 씨가 세상을 떠날 거라 생각했는데, 깨어날 줄 몰랐어요."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지만, 비꼬는 말투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깨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신도 멀쩡하고 생활에 문제없어요. 아마 며칠 후,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아, 진짜 정말 축하드립니다." 위원회 회장은 축하하면서 진아연의 말에 따르는 척했다. "저 대신 남편분께 축하의 마음을 전했으면 합니다.""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런 마음 없어도 충분히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죠." 진아연은 그의 말투에서 한 톨의 진심도 느껴지지 않아 바로 거절했다. "그럼 이미 수상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아연 씨,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진아연은 그의 말에 망설였다.박시준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어서 만약 이런 과거가 공개되면 다른 사람의 의논 대상이 될 테니이런 일들이 남한테 알려지기를 절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진 아가씨, 부탁이지만 다시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위원회의 회원들과 다시 논의해 보고 더 좋은 해결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저희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회장은 그녀의 마음이 동요되자 바로 태도를 바꿨다."네. 그럼 잘 생각해 보시고 다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진아연은 잠시 망설였지만,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만약 계속 똑같은 생각이라면 선생님의 명예든, 박시준 씨의 체면이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네. 진아연 씨의 결정 충분히 이해했습니다."진아연은 전화를 마친 후, 다시 병실로 돌아갔고전까지 침대에 누워있던 박시준은 어디로 갔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박시준 씨!" 진아연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고이에 병실 밖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도 놀라 병실로 들어왔다."진 아가씨, 무슨 일이죠?" 경호원은 긴장 가득한 모습을 보이며 진아연에게 물었다."박시준 씨는 어디 갔어요?""대표님께서 병실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호원은 계속해 병실을 지켰고 박시준이 나오지 않았음을 확신했다.진아연이 이런저런 생각 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박시준이 모습을 드러냈고진아연과 경호원은 그를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박시준은 일주일 전에 수술을 마쳤지만, 이틀 전에 정신이 회복되어 다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었고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을 거라 예상 못 했었다.하지만 그의 상태를 보아하니 곧 퇴원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았다."아연아, 방금 누구와 통화했어?" 이때 박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녀의 통화 시간이 길지 않았다면 박시준도 굳이 움직일 생각 없었고아침에 진아연이 아이들과 함께 병문안 오기 전까지, 무력함뿐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