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가서 잠이나 자! 꿈에선 뭐든지 다 이뤄질 수 있으니까."…김세연이 무대에서 내려온 후, 비서는 당장 그를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대표님, 어떻게 이렇게 제멋대로일 수 있어요? 우리 오늘 경호원도 안 데려왔다구요!" 아비는 너무 놀라서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현장에 질서 유지하는 경호원들 많잖아.""그래도 너무 위험했어요! 그리고 저 미형 씨 봤어요...""네가 본 미형은 가짜일 거야. 아연 씨가 진짜 미형 씨 봤대. 아주 참한 여자애라고 했어, 사진이랑 똑같대. 남동생이 하나 있다고 했어, 그녀의 카톡 프사에 있는 남자가 바로 남동생이래." 김세연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경호원에게 말했다. "네가 본 사람은 아마 남동생일 거야. 그녀도 나처럼 부모님께 떠밀려서 억지로 선 보러 나온 거야. 나와 같은 피해자였어.""피해자는 무슨, 맞선 상대가 대표님이신데 어떻게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제가 만약에 그녀라면 기뻐해도 모자랄걸요." 아비는 차를 몰고 시끄러운 해변가를 떠났다."아비야, 그건 네 생각이고, 모든 사람이 너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야.""전 이해가 안 돼요. 물론 이해할 필요두 없지만요. 어쨌든 앞으로 그 여자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그래."김세연이 떠난 후, 진아연 일행도 음악 축제 현장을 떠났다.사실 마이크는 더 놀고 싶었지만 진아연과 한이가 돌아가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조지운도 내일 진아연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고 하니 차마 자신과 함께 더 늦게까지 놀자고 말하지 못했다.조지운이 떠난다면 마이크 혼자 여기 남는다고 해도 아무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함께 자리를 떠났다."아연아, 너 혼자 돌아가는 거야? 돌아간 다음에는 뭐 어쩌려고?"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이크가 진아연에게 물었다.그는 진아연의 돌아간 후의 계획에 대해 알고 싶었다."그 사람이 나한테 어쩌면 조명주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 진아연이 말했다. "그래서 시준 씨 머릿속에 있는 장치를
그녀는 택배를 집어들었다, 아주 가볍고 작은 소포였다.그녀는 발신자의 정보를 유심히 살펴 보았고 A국에서 보내온 택배였다. 발신자_ 위혹시 위정 선배가?그녀는 '위'라는 글을 보았을 때 신경이 곤두박질쳤다. 호기심이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칼을 찾아 바로 포장을 뜯었다."이게 뭐야?" 마이크는 그녀 옆에 서서 소포 앞에 머리를 대고 살펴 보았다.한이는 그녀의 곁에서 택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려고 기다렸다.물건은 하늘색 상자에 들어 있었다.마이크는 하늘색 상자를 보고 바로 택배를 그녀의 손에서 가져갔다."보아하니 이 물건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열어볼게! 혹시 위험한 물건이면 어떻게?" 마이크는 말하며 파란색 상자를 열었다.상자를 열자마자 마이크의 표정은 얼어붙었다.이게 뭐지?알 수 없었다.혹시 위험한 물건은 아니겠지?"저도 볼래요." 한이는 혹시나 위험한 물건일까봐 엄마가 받기 전에 마이크로부터 뺏어갔다.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건이 마이크의 손에서 한이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이 물건이 조금 낯익은 것 같다고 느꼈다...곧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즉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위정 역시도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의 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본 위정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연아, 혹시 내가 보낸 택배 확인한 거야?""네. 그게 뭐에요?" 진아연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차분한 척 물었다.사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있었지만 그녀의 짐작이 옳다는 확신은 없었다."박시준 머릿속에 있던 장치야. 3일 전에, 의사 한 분을 모셔서 그 장치를 빼냈어." 위정은 사실대로 고백했다. "아연아, 미안해. 차마 너한테 미리 말을 못했어. 수술 전에 박시준이랑 약속했거든, 절대 너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수술은 이미 끝났고...""수술은 어떻게 됐어요? 수술 끝난지 이미 3일이나 지났잖아요, 그 사람 지금 어때요?!" 진아연은 찢어질 듯한
진아연은 몸이 약간 부들부들거리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지금 당장 돌아갈게요." 그녀는 지금 당장 귀국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알았어, 기다릴게." 위정이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마이크의 도움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지금 귀국하려고? 그럼 내가 비행기 티켓 예매할게. 일단 앉아서 진정하고 있어. 너 지금 얼굴이 아주 하얗게 질렸어.""제가 티켓 예매할게요!" 한이가 말했다. "오늘 밤에 마땅한 항공편이 없으면 전세기로 돌아가면 되요.""그래." 마이크는 지금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장 박시준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진아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12시간 후 그들은 함께 A국에 도착했다.공항에서 나오자 마중 나온 경호원들이 곧바로 그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A국은 지금 늦은 밤이었다.위정과 시은이는 모두 병원에 있었다."아연아, 그의 상태는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야." 위정이 진아연에게 박시준의 상태에 대해 말해주었다.그러나 진아연은 더 이상 전처럼 위정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 외에도 그녀는 지금 당장 직접 두 눈으로 박시준을 보고 싶었다."시은이 데리고 그만 돌아가서 쉬세요! 선배가 어쩔 수 없이 저 속였다는 거 저도 알아요. 저 선배 원망 안 해요." 진아연도 위정이 중간에서 많이 난처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사람이 이렇게 제 곁을 영영 떠난다고 해도 저 선배 탓 안 해요.""아연아, 정말 미안해." 위정은 그녀의 괴로운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 것 외에, 박시준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더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위정 씨,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아연이한테 미안한 짓 한 거에요." 시은이는 위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는 위정이 죄인인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내가 위정 씨에게 우리 오빠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어. 우리 오빠 그동안 너무 힘들었거든.""시은 씨, 그런 거 아니에요. 시은 씨랑 위정
"그래... 그럼 돌아가서 필요한 물건들 챙겨올게!" 마이크가 말했다. "필요한 물건 리스트 나한테 보내줘.""응. 경호원 통해서 보내면 돼.""알겠어. 그럼 우린 먼저 가볼게!" 어차피 마이크가 여기 남는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그녀를 도와주는 것이다.그들이 떠나고 진아연은 소독한 후 일회용 비닐 가운을 걸치고 중환자실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그녀는 박시준의 주치의와 함께 중환자실로 들어갔다."진 아가씨,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박 대표님 며칠 안에 의식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시준의 주치의는 슬픔에 빠진 진아연의 모습을 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정확히 며칠 정도일까요?" 진아연은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그녀는 박시준의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주치의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아마 3일 정도 예상됩니다!" 주치의가 대답했다. "3일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는다면 상태가 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겨우 긴장이 조금 풀린듯 한 진아연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진 아가씨, 제가 며칠 안으로 깨어날 수 있을 거 같다고 한 이유는 환자분의 바이탈이 여러 방면으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어날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주치의가 계속해서 말했다. "조명주가 연구해 냈다는 기사회생술은 아주 완전한 사기입니다! 사람들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만들어 낸 거짓말이죠!"박시준이 의식을 되찾고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야만 진아연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박시준이 깨어나지 않는 한 그녀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요 며칠 위정이랑 관련된 얘기를 좀 나누었어요. 저는 조명주가 마치 의학상을 수상하고 자살을 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조명주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든요! 거짓말이 들통난다면 트로피도 명예도 다시 잃을 테니까요.” 박시준의 주치의는 단호하
지성이가 놀라 깰까 걱정된 이모님이 곧바로 지성이를 확인하러 방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이모님이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지성이를 안고 방에서 나왔다.누나가 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본 지성이가 조그만 입술을 삐죽였다."라엘아, 방금 네 목소리가 별장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란 생명체는 모두 깼웠을 거야." 마이크가 물컵을 찾아 물을 따라 마시며 말했다."엉엉엉... 돌아온다고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어요? 제가 잠이 들기 전에도, 아무도 저한테 오늘 밤에 오빠와 마이크 아저씨가 돌아온다고 알려주지 않았다고요!" 라엘이가 오빠를 꼭 끌어안은 채 마이크에게 투덜거렸다."급하게 돌아오느라 얘기할 겨를이 없었어." 마이크가 물컵을 내려놓고는, 시간을 확인한 후 말했다. "벌써 곧 새벽 2시야. 내일 학교 가야 하지?""내일은 결석할래요! 오빠가 얼마나 어렵게 돌아왔는데, 오빠를 두고 학교에 가기 싫어요!" 라엘이가 고민도 하지 않고 혼자서 결정을 내렸다.마이크가 라엘이를 놀리며 말했다: "성적은 잘 받고 있고?""성적은 잘 받으려면 언제든 잘 받을 수 있어요!" 성질이 난 라엘이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대답했다."라엘아, 가서 자. 내일 내가 학교에 데려다줄게." 한이가 라엘이를 떼어내며 말했다. "난 주말까지 있다가 갈 거야.""그래... 알았어! 내일 오빠가 학교에 데려다주면, 오빠한테 내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 내일 친구들에게 오빠를 자랑할 생각에, 라엘이는 순식간에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졌다."오빠, 늦었어, 우리 같이 자러 가자!" 오빠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려고 라엘이가 오빠를 끌어당겼다.한이가 라엘이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라엘아, 우린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야. 이제 같은 방에서 함께 잘 수 없어.""무슨 말이야? 오빠 여자 친구 생겼어?" 자신은 아직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는 라엘이는, 오빠와 한방에서 잠을 자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거울 봐, 라엘아, 넌 이제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야." 옆에서 지켜보던 마이크
진아연이 한 손에는 지성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라엘이의 손을 잡고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마이크가 웃으며 말했다: "네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걸 보니, 박시준의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가 봐?""응, 괜찮아." 진아연이 대답했다. "가려고? 조심해서 가.""가지 말라고 한번 붙잡지도 않네?" 마이크가 이죽거렸다."시간이 많이 늦었어. 생떼 부리지 마." 이렇게 대답하고는, 진아연이 기분 좋게 지성이를 이모님에게 건넸다.그녀는 한이의 방을 정리할 생각이었다."아연 씨, 한이가 쓰던 방은 예전 그대로 두었어요. 격주로 청소했으니, 침구만 교체하면 바로 잘 수 있어요." 이모님이 지성이를 안은 채 말했다. "돌아오기 전에 제게 먼저 귀띔이라도 해 주시지 그러셨어요.""갑자기 돌아오게 되어서, 말씀드릴 겨를이 없었어요.""네, 괜찮아요. 한이랑 방에 가 계세요. 전 지성이를 재우러 갈게요." 말을 하던 이모님의 시선이 라엘이를 향했다. "라엘아...""저도 오빠 방을 보러 갈래요. 지금 하나도 안 졸려요!" 라엘이가 조금의 고민도 없이 껌딱지처럼 엄마와 오빠의 뒤를 따라 오빠 방으로 향했다."엄마. 저 오늘 밤은 엄마랑 같이 잘래요!" 라엘이가 엄마의 팔을 붙잡고 보챘다."좋지!" 너무나도 딸이 보고 싶었던 건 진아연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오빠 침대의 시트랑 이불 커버부터 갈아주고 나서 방으로 갈게.""엄마, 제가 도와줄게요!""그럴래?" 진아연이 서랍에서 깨끗한 침구 커버 세트를 꺼낸 다음, 한이에게 말했다. "한이야, 넌 가서 씻고 오렴."한이가 책가방을 내려놓고는, 캐리어에서 잠옷과 생활용품들을 꺼낸 다음 욕실로 향했다.욕실 문이 닫히자, 라엘이가 곧바로 엄마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엄마, 엄마가 보기에도 제가 정말로 많이 컸어요? 제 생각엔 전 아직 어린아이 같아요!""라엘아, 너 설마 지금도 오빠랑 같이 자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진아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엄마 눈엔 아직 어린아이 같
"한이야, 네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엄마는 정말 행복해. 이제 보니 우리 한이가 정말 많이 컸구나. 엄만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좀 아쉽기도 하네. 왜냐하면 엄만 알거든. 앞으로 엄만 다시는 널 감싸주지 못할 테고, 넌 엄마를 떠나 더 넓은 곳으로 떠나갈 거라는 걸.""엄마, 전 어디를 가던, 엄마가 절 필요로 하시면 언제든 엄마 곁으로 돌아올 거예요.""엄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엄만 그저 네가 행복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랄 뿐이야... 네가 엄마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엄마도 앞으로 네 삶에 관여하지 않을 거야."한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후, 진아연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침실로 돌아왔다.침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인형을 안은 채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향해 미소 짓는 라엘이가 눈에 들어왔다."엄마, 오빠랑 얘기 끝났어요?""응." 진아연이 침대로 걸어가, 다정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오빠와 아빠는 오랜 시간 동안 화해하지 못했잖아. 엄만 두 사람이 다시는 낯선 사람처럼 지내지 않길 바라. 원수처럼 지내는 건 더욱더 바라지 않고.""오빠가 뭐래요?" 라엘이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사실 너희 오빠가 아빠를 찾는 걸 돕던 순간부터 엄만 느낄 수 있었어. 아빠에 대한 너의 오빠의 앙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단걸. 오빠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적어도 이제는 아빠를 원수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진아연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라엘아, 내일 학교 가야지? 어서 자렴! 엄만 샤워하고 올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렴.""네, 알았어요."진아연은 잠옷과 휴대폰을 가지고 욕실에 들어갔다.비행기에서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한 그녀는 육체적으로 극도로 지친 상태였지만, 귀국해 박시준과 아이들을 만나자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더욱 흥분된 상태였다.그녀는 지금 전혀 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심지어 와인을 조금 마시고 싶은 정도였다
진아연이 그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네 아버지는 더 이상 시준 씨와 나를 통제할 수 없어.강훈이 사진을 클릭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무슨 사진인지 알아챈 강훈이 물었다: 박시준 씨는 어떻게 됐어?진아연: 시준 씨는 죽지 않았어.강훈: 그럼, 기사회생술은 가짜인 거야?진아연: 응.강훈: 그럴 줄 알았어. 사실 아버지도 알고 계실 거야. 그렇지만 이걸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고 싶으시니 알면서도 굳이 파헤치지 않으시는 거지.진아연: 나도 알아. 난 너희 아버지가 이걸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도록 두지 않을 거야.강훈: 마음대로 해.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진아연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 그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그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건 상관없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이제 둘 중 누구도 빚진 사람이 없었다.진아연이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딸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그녀가 침대로 걸어가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그녀는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딸은 이미 똑똑하고 철 든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해 있었다.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어느새 날이 밝았다.이모님이 라엘이를 깨우러 왔다.일어나 눈을 비비던 라엘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그러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재빨리 자기 방으로 달려가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진아연은 그런 라엘이를 따라가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는, 빗을 들어 라엘이의 머리를 빗겨주었다."엄마, 오빠 좀 깨워주세요. 오빠가 오늘 아침에 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로 했단 말이에요." 라엘이가 조르며 말했다. "오빤 분명 아직 자고 있을 거예요! 오빤 꼭 저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해요!""라엘아, 정말 오빠를 깨워도 괜찮겠어?" 진아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뭐 어때요! 오빤 저를 학교까지 데려다준 다음에 돌아와서 계속 자면 되잖아요!" 라엘이가 엄마의 손에서 빗을 가져오며 말했다. "엄마, 얼른 가서 오빠 좀 깨워주세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