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이 어떤 남자를 찾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저 당신이 걱정될 뿐.” 강민이 말했다. “저번에 빌리 씨에 대해서 이야기한 거. 만약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못 생기고 키가 작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박시준은 일부러 침착한 척을 하려고 했다. “그런 것 때문에 고통스럽진 않아요.”“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빌리 씨가 변태같다는 거예요.” 강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약간 몸에 장애가 있어서 그런가...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같아요. 아무 동물들이나 다 키워요. 뱀... 도마뱀, 쥐, 거미... 아무튼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고요.”박시준: “...”“아마도 진아연 씨는 의사라 그런가 그런 동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지만... 변태적인 건 이것만 있는 게 아니라...” 강민은 계속 말했다. “진아연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남자와 연애를 한다는 게 진짜...”박시준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 주먹을 꽉 쥐었다.그리고 팍-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아연이 그걸 알리가 없겠죠! 아직 진아연은 그 자식이랑 결혼하지 않았으니 같은 취급하지 마시죠!”그리고 그는 카페에서 나갔다.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은 최은서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오른쪽 눈꺼풀에서 미세한 경련이 느껴졌다.그녀는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계속 몸을 뒤척였고,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열었다.창밖의 하늘은 아까와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아까 점심까지만 해도 밝았지만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라엘이는 어젯밤 그녀에게 전화로 여름방학숙제가 끝나기까지 하루 남았다고 말했다.라엘이는 지성이와 한이의 관계 개선을 위해 B국에 놀러 가기로 결정했다.라엘이는 박시준에게 이 계획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분명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라엘이는 그녀에게도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진아연은 만약 박시준이 그녀게 아이들을 데리고 B국에 갔다는 사
그가 이렇게 바로 거절하다니.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그냥 우산을 주지 말고 흠뻑 비에 젖게 놔둘 걸 그랬다.그가 오는 것을 보고 먼저 문을 열고 배웅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가 이렇게 바로 거절할 줄 알았다면 말이다.라엘이는 누구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그녀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었던 것이었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후회해도 너무 늦었다.진아연은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서 미리 말한 거예요. 당신이 허락하지 않아도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B국에 갈 거예요!” 진아연은 그를 쳐다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라엘이가 그러자고 했어요. 딸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아니겠죠? 그러니 그냥 허락해 줘요.”박시준은 그녀의 화난 표정을 본 뒤,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 바로 거실로 걸어갔다.“도망가지 말아요.” 진아연은 그를 뒤따라갔다. “제게도 아이들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거 잊지 않았겠죠? 저도 아이들의 부탁을 들어줄...”“현이에 대해서 신경 쓰이지 않아?” 박시준은 소파에 앉아 잠깐이나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 좀 가져다 줘. 목 말라.”진아연: “???”물을 가져다 달라니?그리고 갑자기 현이 이야기는 왜?“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일어났어요? 뭐... 아이 시체라도 찾은 거예요?” 진아연은 방금까지 그에게 화를 냈다는 사실을 까먹은 채, 그의 곁에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목 말라.” 그는 불안한 표정의 그녀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목이 마르면 혼자 가서 따라 드세요!” 그녀는 그의 이런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물 컵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손님 접대라도 바라는 거예요?”“손님이 아니면 주인인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직접 가서 따라 마실게.”그녀는 그에게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일어선 그를 잡아 당겨 다시 소파에 앉혔다!“아, 아니요! 손님하세요!”그녀는 마지못해 물을 가지러 갔다.그리고 그녀는 그
“나랑 Y국에 가는 거... 남자친구한테 말해야 하지 않겠어?”진아연: “내 일이에요. 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요. 설령 남편이라도 이 일에 대해서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박시준은 이를 악물었다.그녀가 방금 한 말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었다.그녀와 빌리. 둘 사이는 진짜였다.그리고 빌리는 그녀를 통제할 수 없었다.그러니 그녀는 빌리에게 끌려다니지도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그래. 다행이네! 가서 그럼 준비해. 아, 라엘이한테는 말해야 하지 않겠어?” 박시준이 말했다.“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당신이나 준비하세요!” 진아연은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말했다. “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데 오늘 밤 항공편이 취소되지 않을까요?’박시준은 휴대폰을 들어 날씨를 확인했다. “저녁 7시 쯤에 비가 그칠 거 같아.”“아... 갈 거예요? 갈 거면 우산 하나 들고 가요.” 진아연은 짐을 싸기 위해 그를 배웅 나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데 가라고?”“우산까지 빌려줬는데 쫓아내는 사람처럼 말하네요... 뭐 마음대로 해요.” 진아연은 방으로 들어갔다.박시준은 같이 들어오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나가지도 않았다.그는 이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짐을 챙겨달라 말한 뒤, 운전 기사에게 진아연의 집으로 가져달라는 말을 전했다.그리고 Y국에 간다고 이모님에게 말했다.이모님은 기뻐해 하며 말했다. “대표님, 아연 씨랑 같이 가시는 건가요? 이번 기회에 현이를 찾아오시지 않으셔도 되니까 아연 씨랑 싸우지 말고 잘 다녀오세요. 아연 씨가 성격 좋다고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시지 마시고요.”“정말 성격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박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만난 여자들 중에 최고인 걸요.”“성격은 시은이가 제일 좋지 않나요?” 박시준의 마음 속에서는 시은이가 가장 착하고 성격이 좋다 생각했다.이모님은 웃으며 말했다. “시은 씨가, 고집만 좀 부리지 않는다면 뭐... 그래도 아연 씨와는 다르죠.”“왜 내 앞에 있
“라엘아, 아빠랑 엄마는 적이 아니야.” 그녀가 당황해 하며 말했다.“그러면... 절친 사이에요?” 라엘이가 말했다.“그... 그럼...” 진아연은 딸에게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당황스러웠다. “아빠랑 대화는 하겠지만 잠은 따로 잘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네...” 라엘이는 약간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휴... 엄마. 아빠가 같이 자자고 해도 자면 안 되는 거 알죠?”진아연: “...”진아연은 딸과의 통화를 마친 뒤, 박시준이 거실에서 뭐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라엘이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약간 불안하게 만들었다. 박시준이 그녀 뒤에서 무언가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그녀가 머리를 빼곰히 내밀었을 때, 그 역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라엘이랑 통화했어?”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네. 혹시 라엘이한테 말했어요?”“아니, 아직. 당신이 말한다고 해서 아직 말하지 않았어.”“제가 말하긴 했지만 당신도 말해야죠!” 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고... 저는 저니까요. 만약 이런 기본적인 것도 책임을 지실 수 없으시다면 제게 양육권을 건네주세요!”박시준: “...”그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라엘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엄마가 다 말해주셨어요.” 라엘이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에게 말했다. “엄마 잘 돌봐주세요. 엄마가 만약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다치면... 라엘이는 아빠를 영원히 미워할 거예요.”박시준: “응. 당연하지. 동생이랑 집에 얌전히 있어야 한다. 동생 데리고 Y국에 한이를 보고 싶으면 경호원 아저씨랑 같이 가는 거 잊지 말아야한다.”라엘이는 아빠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남동생과 함께 B국에 있는 오빠를 보러 간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아... 당연히 경호원 아저씨랑 같이 갈게요. 저 혼자 당연히 동생이랑 갈 수 없어요...!”
“배달 시켰어. 그만 도착할 거야.” 그는 휴대폰 화면을 힐끔 보며 말했다.“배달 도착하면 공항에 가서 먹어요!” 그녀는 시간이 부족할까봐 두려웠다.“서두를 필요 없어. 늦으면 시간 바꾸면 되지.”“비행이 취소되지 않는 이상 바꿀 수 없잖아요.” 그녀는 Y국에 가는 것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박시준 씨, 전 현이의 생사 여부가 정말 알고 싶어요.”“나도 그래.”잠시 뒤, 배달 음식이 도착했다.경호원들은 캐리어를 차에 싣고 차에 올랐다.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고 둘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만이 가득했다.“경호원들은요?” 그녀가 물었다.“공항에 먼저 가있으라고 했어.”“아, 경호원들이랑 같이 안 가는 줄 알았어요!” 그녀가 말했다.“경호원들이랑 같이 다니는 게 불편하다면 안 데려가도돼.”“왜 항상 혼자서 그렇게 생각이 많아요? 그냥 물어본 건데 너무 의미부여를 하시는 거 아니에요?” 진아연이 말했다.박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에 성빈 씨 부모님이랑 만났어요?” 진아연은 최은서가 보낸 다이아 반지 사진이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 “대화는 어땠어요?”“정확히 말하면 그냥 밥만 먹고 온 거야.” 박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른하게 말했다. “알아서 하겠지. 은서가 어린 애도 아니고.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래도 당신이 친오빠잖아요.”“만약 내가 친오빠가 아니었다면 그런 식사 자리에 나가지 않았을 거야.”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굳이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3자가 판단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그럼 언제 결혼한데요?” 진아연은 궁금한 듯 계속 그에게 물었다. “뭐 자세한 결혼 내용에 대해서는 말 안 했어요?”“그런 건 없었어.” 박시준이 대답했다. “그냥 난 계속 밥만 먹었어. 뭐라고 대화하는 지 잘 못 들었어.”“은서 씨 결혼에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에요?”“그 둘이 결혼하는데 굳이 나까지 나서서 간섭할 필요는 없지 않나?” 박시준은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박시준: “두렵긴. 난 네가 어떻게 될까봐 두려운 거야.”“내가 왜 그를 두려워 해야하죠? 나랑 당신이 이상한 짓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설마 뭐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죠?”박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왜 자꾸 제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 제가 잊어버리기라도 할까봐 그래요?” 그녀는 배부른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티슈로 천천히 입가를 닦았다. “나이는 대체 어디로 먹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아직도 어린애 같애.”“진아연, 내가 유치하다는 거야?”“음, 제가 아무리 유치하다고 해도 당신보다는 성숙할 걸요. 저는 이렇게 대놓고 사생활에 대해 묻지는 않으니깐요.”“그건 유치한 거랑 상관 없어.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지.” 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그녀는 물병을 들어 물을 컵에 따른 뒤, 천천히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그에게 말했다. “당신, 몇 살인데 아직도 사랑 타령이에요? 부끄럽지도 않아요?”“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진아연은 뭔가 소름이 돋았다. 더욱더 그를 도발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확실히 사랑에 나이가 어디 있겠는가.다음 날, 아침 8시 반.라엘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그녀라면 보통 이렇게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 오늘 이렇게 늦잠을 자는 이유는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었다.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지만 라엘이는 듣지 못 한듯 일어나지 않았다.지성이가 벨 소리를 듣고 방으로 달려왔다.침대 옆에 가만히 서있다 잠들어 있는 누나를 보더니 손을 내밀어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누나의 휴대폰을 가져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지성이는 어른 흉내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은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를 듣고는 잠시 당황했다. “라엘이 전화 아닌가요?”지성이는 작은 입을 움직여 말했다. “저는 라엘이 누나가 아니에요. 누나는 자고 있어요!”“아... 라엘이 동생이니?”“네! 근데 누구세요~?” 지성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안녕,
말을 마친 지성이는 킥보드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여선생님은 절뚝거리며 정자에서 내려왔다.”혹시 절름발이세요?” 경호원은 고지식한 상남자였다, 선생님의 걸음걸이를 보고 궁금한 마음에 직설적으로 물었다.여교사는 무례한 그의 질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가 박시준의 집 경호원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여교사도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아니요, 그냥 실수로 발을 삐었을 뿐이에요.””발이 삐었는데도 출근하시고 참 일에 충성이시네요.” 경호원은 낮은 목소리로 감탄했다.여교사는 지금 이 상황이 웃프기만 했다: “오해에요. 저 오늘 아침에 오다가 발을 삐었거든요.””네...” 상황을 파악한 경호원은 여교사을 팔을 덥석 잡아 어깨동무를 하고 그녀가 모든 힘을 자신에게 싣도록 도와줬다.여교사는 당황한 나머지 입을 벌리고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랐다.아무리 그녀가 지금 발을 다쳐 걷기 불편하다고 해도 경호원이 그녀를 부축이기 전에 그녀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남녀가 이러면 안되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왜 그렇게 저 쳐다보세요 이렇게 쳐다보는건 기본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그쪽 선생님이시잖아요?” 경호원은 선생님을 쏘아보았다. “지난번 절 그렇게 쳐다보던 사람은 이미 저한테 호되게 혼났습니다.”여교사는 겁에 질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바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저, 저 혼자 갈수 있어요... 부축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여교사는 경호원에게서 풍기는 그런 거칠고 어두운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다.경호원은 그녀가 고맙게 여기지 않는 것을 보고 재빨리 그녀를 놓아주었다.킥보드를 타고 앞으로 쌩쌩 달리던 지성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돌아보았다.”빨리 오세요! 왜 이렇게 느린 거에요...” 지성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그들을 재촉했다.지성이는 빨리 집에 가서 누나가 깨어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경호원은 재촉을 듣고 별 생각없이 여교사를 어깨에 매고 지성이를 쫓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여교사: 온몸이 굳은 채로
”전에 한 번도 안 왔었는데 왜 갑자기 가정방문 온 거지?” 라엘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간단히 씻었다.선생님은 박시준의 집 거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도 럭셔리함을 잃지 않았고, 어디서나 아이들의 장난감과 생활용품을 볼 수 있었지만 지저분하지 않았다.라엘이는 위층에서 내려오면서 새 담임 선생님이 젊고 아름다운 여선생님인 것을 보고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것 같았다.”라엘아, 안녕? 난 너의 새 학기 새 담임 선생님이야. 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이하늘은 라엘이의 앞으로 걸어가 자신을 소개했다. “참, 난 영어선생님이야.””네... 이 선생님, 그럼 전에 담임 선생님은요?” 라엘이가 물었다.”전에 담임 선생님께서 승진하셨어.” 이하늘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여름방학숙제는 다 했어?”라엘이는 마치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다 했어요. 검사해 보실래요?””그냥 한 번 물어본 거야. 네가 보여주고 싶다면 그래도 되고.” 이하늘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은 집에 안 계시니? 아버님께 연락 드렸는데 휴대폰이 꺼져 있던데.””부모님 멀리 나가셨어요. 꼭 부모님 만나셔야 해요?” 라엘이는 새 담임의 가정방문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경계심과 함께 물었다.”부모님 안 계시다면 라엘이랑 얘기해도 괜찮아.” 이하늘은 소파에 앉아 라엘이에게 옆에 앉으라고 했다. “예전 담임 선생님께 라엘이 상황에 대해서 대충 들었는데, 라엘이 전에는 성적 엄청 좋았는데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성적이 많이 내려갔다며.”선생님의 잔소리를 들으며 라엘이는 마치 잠이 덜 깬 것 같은 미련없는 표정을 지었다.이모님은 이런 라엘이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고는 아침을 가져다 주러 주방으로 갔다.”라엘아, 공부는 너 자신을 위한 것이지 부모님을 위한 것이 아니야. 너 자신의 성적을 위해 책임져야 해.””너희 집안 조건이 좋다는 거 선생님도 알아, 공부를 못해도 나중에 먹고 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