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켰어. 그만 도착할 거야.” 그는 휴대폰 화면을 힐끔 보며 말했다.“배달 도착하면 공항에 가서 먹어요!” 그녀는 시간이 부족할까봐 두려웠다.“서두를 필요 없어. 늦으면 시간 바꾸면 되지.”“비행이 취소되지 않는 이상 바꿀 수 없잖아요.” 그녀는 Y국에 가는 것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박시준 씨, 전 현이의 생사 여부가 정말 알고 싶어요.”“나도 그래.”잠시 뒤, 배달 음식이 도착했다.경호원들은 캐리어를 차에 싣고 차에 올랐다.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고 둘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만이 가득했다.“경호원들은요?” 그녀가 물었다.“공항에 먼저 가있으라고 했어.”“아, 경호원들이랑 같이 안 가는 줄 알았어요!” 그녀가 말했다.“경호원들이랑 같이 다니는 게 불편하다면 안 데려가도돼.”“왜 항상 혼자서 그렇게 생각이 많아요? 그냥 물어본 건데 너무 의미부여를 하시는 거 아니에요?” 진아연이 말했다.박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에 성빈 씨 부모님이랑 만났어요?” 진아연은 최은서가 보낸 다이아 반지 사진이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 “대화는 어땠어요?”“정확히 말하면 그냥 밥만 먹고 온 거야.” 박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른하게 말했다. “알아서 하겠지. 은서가 어린 애도 아니고.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래도 당신이 친오빠잖아요.”“만약 내가 친오빠가 아니었다면 그런 식사 자리에 나가지 않았을 거야.”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굳이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3자가 판단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그럼 언제 결혼한데요?” 진아연은 궁금한 듯 계속 그에게 물었다. “뭐 자세한 결혼 내용에 대해서는 말 안 했어요?”“그런 건 없었어.” 박시준이 대답했다. “그냥 난 계속 밥만 먹었어. 뭐라고 대화하는 지 잘 못 들었어.”“은서 씨 결혼에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에요?”“그 둘이 결혼하는데 굳이 나까지 나서서 간섭할 필요는 없지 않나?” 박시준은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박시준: “두렵긴. 난 네가 어떻게 될까봐 두려운 거야.”“내가 왜 그를 두려워 해야하죠? 나랑 당신이 이상한 짓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설마 뭐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죠?”박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왜 자꾸 제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 제가 잊어버리기라도 할까봐 그래요?” 그녀는 배부른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티슈로 천천히 입가를 닦았다. “나이는 대체 어디로 먹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아직도 어린애 같애.”“진아연, 내가 유치하다는 거야?”“음, 제가 아무리 유치하다고 해도 당신보다는 성숙할 걸요. 저는 이렇게 대놓고 사생활에 대해 묻지는 않으니깐요.”“그건 유치한 거랑 상관 없어.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지.” 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그녀는 물병을 들어 물을 컵에 따른 뒤, 천천히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그에게 말했다. “당신, 몇 살인데 아직도 사랑 타령이에요? 부끄럽지도 않아요?”“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진아연은 뭔가 소름이 돋았다. 더욱더 그를 도발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확실히 사랑에 나이가 어디 있겠는가.다음 날, 아침 8시 반.라엘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그녀라면 보통 이렇게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 오늘 이렇게 늦잠을 자는 이유는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었다.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지만 라엘이는 듣지 못 한듯 일어나지 않았다.지성이가 벨 소리를 듣고 방으로 달려왔다.침대 옆에 가만히 서있다 잠들어 있는 누나를 보더니 손을 내밀어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누나의 휴대폰을 가져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지성이는 어른 흉내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은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를 듣고는 잠시 당황했다. “라엘이 전화 아닌가요?”지성이는 작은 입을 움직여 말했다. “저는 라엘이 누나가 아니에요. 누나는 자고 있어요!”“아... 라엘이 동생이니?”“네! 근데 누구세요~?” 지성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안녕,
말을 마친 지성이는 킥보드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여선생님은 절뚝거리며 정자에서 내려왔다.”혹시 절름발이세요?” 경호원은 고지식한 상남자였다, 선생님의 걸음걸이를 보고 궁금한 마음에 직설적으로 물었다.여교사는 무례한 그의 질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가 박시준의 집 경호원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여교사도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아니요, 그냥 실수로 발을 삐었을 뿐이에요.””발이 삐었는데도 출근하시고 참 일에 충성이시네요.” 경호원은 낮은 목소리로 감탄했다.여교사는 지금 이 상황이 웃프기만 했다: “오해에요. 저 오늘 아침에 오다가 발을 삐었거든요.””네...” 상황을 파악한 경호원은 여교사을 팔을 덥석 잡아 어깨동무를 하고 그녀가 모든 힘을 자신에게 싣도록 도와줬다.여교사는 당황한 나머지 입을 벌리고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랐다.아무리 그녀가 지금 발을 다쳐 걷기 불편하다고 해도 경호원이 그녀를 부축이기 전에 그녀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남녀가 이러면 안되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왜 그렇게 저 쳐다보세요 이렇게 쳐다보는건 기본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그쪽 선생님이시잖아요?” 경호원은 선생님을 쏘아보았다. “지난번 절 그렇게 쳐다보던 사람은 이미 저한테 호되게 혼났습니다.”여교사는 겁에 질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바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저, 저 혼자 갈수 있어요... 부축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여교사는 경호원에게서 풍기는 그런 거칠고 어두운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다.경호원은 그녀가 고맙게 여기지 않는 것을 보고 재빨리 그녀를 놓아주었다.킥보드를 타고 앞으로 쌩쌩 달리던 지성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돌아보았다.”빨리 오세요! 왜 이렇게 느린 거에요...” 지성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그들을 재촉했다.지성이는 빨리 집에 가서 누나가 깨어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경호원은 재촉을 듣고 별 생각없이 여교사를 어깨에 매고 지성이를 쫓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여교사: 온몸이 굳은 채로
”전에 한 번도 안 왔었는데 왜 갑자기 가정방문 온 거지?” 라엘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간단히 씻었다.선생님은 박시준의 집 거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도 럭셔리함을 잃지 않았고, 어디서나 아이들의 장난감과 생활용품을 볼 수 있었지만 지저분하지 않았다.라엘이는 위층에서 내려오면서 새 담임 선생님이 젊고 아름다운 여선생님인 것을 보고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것 같았다.”라엘아, 안녕? 난 너의 새 학기 새 담임 선생님이야. 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이하늘은 라엘이의 앞으로 걸어가 자신을 소개했다. “참, 난 영어선생님이야.””네... 이 선생님, 그럼 전에 담임 선생님은요?” 라엘이가 물었다.”전에 담임 선생님께서 승진하셨어.” 이하늘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여름방학숙제는 다 했어?”라엘이는 마치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다 했어요. 검사해 보실래요?””그냥 한 번 물어본 거야. 네가 보여주고 싶다면 그래도 되고.” 이하늘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은 집에 안 계시니? 아버님께 연락 드렸는데 휴대폰이 꺼져 있던데.””부모님 멀리 나가셨어요. 꼭 부모님 만나셔야 해요?” 라엘이는 새 담임의 가정방문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경계심과 함께 물었다.”부모님 안 계시다면 라엘이랑 얘기해도 괜찮아.” 이하늘은 소파에 앉아 라엘이에게 옆에 앉으라고 했다. “예전 담임 선생님께 라엘이 상황에 대해서 대충 들었는데, 라엘이 전에는 성적 엄청 좋았는데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성적이 많이 내려갔다며.”선생님의 잔소리를 들으며 라엘이는 마치 잠이 덜 깬 것 같은 미련없는 표정을 지었다.이모님은 이런 라엘이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고는 아침을 가져다 주러 주방으로 갔다.”라엘아, 공부는 너 자신을 위한 것이지 부모님을 위한 것이 아니야. 너 자신의 성적을 위해 책임져야 해.””너희 집안 조건이 좋다는 거 선생님도 알아, 공부를 못해도 나중에 먹고 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거
이하늘은 잠시 얼어붙었다.이모님, 경호원, 지성이의 따가운 눈빛을 인식한 그녀는 갑자기 당황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라엘아, 선생님이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그냥 네가 열심히 공부하길 바라는 것 뿐이야. 선생님도 어릴 때 너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랑 같이 살았는데... 너도 강민 알고 있지?” 이하늘의 갑작스런 얘기에 사람들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그녀가 강민을 언급한 후, 차갑게 노려보던 사람들의 표정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알아요!” 라엘이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선생님도 강민 알아요?”이하늘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내 사촌 언니야.”사람들: "..."이하늘은 가정방문을 마치고 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곧장 강민의 집으로 갔다.”내가 선생님 하지 말라고 했는데 굳이 고집 부리더니.” 이하늘이 도착한 후 강민은 그녀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 “너한테 깜빡하고 얘기 안 했는데, 나 박시준네 집이랑 사이 안 좋아. 거기서 내 얘기 꺼낸 거 정말 어리석은 실수야.”이하늘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난 언니 이름 꺼내면 라엘이가 내 말 잘 들을 줄 알았지!””라엘이는 내가 자기 부모님 재결합하는데 방해된다고 생각해서 날 엄청 싫어하거든, 심지어 자기 집에도 못 들어가게 해.” 강민은 차갑게 얘기했다. “전에 박시준한테 잘 보이려고 이 여자애한테 엄청 심혈을 기울였는데 엄마가 귀국하더니 바로 날 적으로 생각하더라고.””이젠 나도 깨달았어, 내가 강해져야 어딜 가도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강민이 덧붙여 말했다.”그렇구나!” 이하늘은 예전에 강민과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니였다, 지금 이하늘이 귀국해서 취업했기에 부모님들이 서로 챙겨주라고 해서 다시 연락을 하게 됐다. “언니 이렇게 훌륭한데 분명 좋은 남자 찾을 수 있을 거야. 박시준처럼 이혼 했고 자식까지 있는 남자는 그냥 잊어버려!””그래. 나도 이미 내려놨어. 앞으로는 나한테
Y국 공항.박시준이 이하늘과 통화를 마친 지 30분이 지났다.이하늘은 전화로 라엘이의 공부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며 두 사람의 지원을 부탁했다.부모로서 당연히 자녀들이 긍정적인 학습 태도를 가지길 바라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이하늘의 제안에 동의했다.통화를 마칠 무렵에 이하늘은 자신과 강민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강민과 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이 얘기를 들은 박시준은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듯 얼어붙었고, 진아연이 대신 휴대폰을 가져다 이하늘에게 괜찮다고 말했다.”학교 곳곳에 CCTV 있잖아요? 선생님이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라엘이한테 과외 공부를 해줄 수 있대요, 그때 가서 경호원한테 잘 지켜보라고 하면 되죠.” 진아연이 그에게 말했다. “말투 들어보면 꽤 진심인 것 같은데 설사 강민의 사촌 동생이라고 해도 강민이랑 사이가 아주 좋다고 해도 뭐 우리 딸한테 무슨 짓 하겠어요? 진명그룹도 강민한테 맡겼는데 우리 딸을 여동생한테 맡기는 게 뭐가 어때서요?”박시준: "..."그녀의 말에서 그녀의 불쾌한 심정을 들어낸 것 같았다.”일은 일이고 우리 딸은 딸이지, 어떻게 얘기가 같을 수 있어?””진명그룹도 제겐 제 자식이나 다름 없어요.” 진아연은 굳이 다름을 느끼지 못했다.박시준: “그럼 회사 돌려줄까?””이미 강민한테 맡겼잖아요?””강민이랑 평가 조정 메커니즘을 체결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강민이 아직 고민 중이라 체결한 것도 아니지. 내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워 줬거든. 진명그룹이 당신 것이 아니라고 해도 내 것이야, 어떻게 쉽게 남한테 주겠어?” 박시준은 자신의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찌라시나 가짜 뉴스 같은거 쉽게 믿지 마.”진아연은 한 번 더 그를 쳐다보았다.박시준은 그녀가 감동을 받고 자신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고 착각하고 있을 때 그녀는 하품을 하며 환상을 깨뜨렸다.”일단 호텔에 가요! 저 너무 졸려요.” 말을 마친 그녀는 성큼성큼 공항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비행기
두 명의 경호원: "..."”어때요?” 진아연은 세 사람에게 물었다.진아연의 입장에서 볼 때 박시준과 단둘이 스위트 룸에서 지내는 것은 안전하지 않으며 두 명의 경호원까지 함께 지내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박시준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제안을 직접 거절했다.”난 여럿이 같이 지내는 거 싫어.” 박시준이 말했다. “우리 둘이 같은 방 쓰고, 경호원 두 명이 한 방 쓰고, 그냥 그렇게 해.”진아연: "???"그냥 그렇게 하자니, 그게 무슨 말이지?박시준의 경호원은 박시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자신과 진아연의 경호원의 신분증을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건넸다."이인용 방으로 하나 해주세요."곧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그들을 위해 더블룸을 내주고 객실 카드를 건네주었다.박시준의 경호원은 진아연의 경호원에게 당장 자신을 따라오라고 눈빛을 주었다.”대표님...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일 있으시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경호원은 아쉬운 마음으로 진아연에게 인사를 건네며 진아연의 캐리어를 내려놓고 박시준의 경호원을 뒤따라갔다.두 골칫거리를 보낸 후 박시준은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아까 졸리다고 했잖아? 일단 올라가서 쉬고 내일 시체 현장에 가보자.”그는 그녀에게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서로 돌보기 편하기 위해 같은 방을 잡은 것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정말 피곤했던 그녀는 계속 내려오는 눈꺼풀을 때문에 마지 못해 동의했다.체크인 수속을 마친 후 박시준은 그녀의 캐리어를 들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박시준이 선택한 룸은 방이 5개인 로열 스위트 룸이였다.두 사람은 룸으로 들어간 후 우선 진아연이 먼저 방을 하나 선택했다, 그리고 박시준에게 자신의 방과 가장 거리가 먼 방으로 선택해 주었다.”다른 의견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아연, 지금 변태랑 거리 두기 하는 거야?””제가 정말로 당신을 변태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당신이랑 같은 룸에서 지내지 않았을 거에요.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직접 가서 눈으로 보는 것만큼 확실하지 않을 것이다.”호텔에서 거기까지 얼마나 걸려요?”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물었다."빠르면 1시간 정도." 그가 대답했다.”왜 현장 근처에 있는 호텔로 찾지 않았어요?” 그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 왕복하는 데 두 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 시차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차로 2시간 왕복한다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그 시체 현장에서 유골들을 도심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해서 신원 확인하거든.” 박시준은 오기 전에 이미 알아보았다. “근데 그 병원이 이 호텔 근처에 있어.”그녀는 옷을 들고 일어섰다: “그래도 같이 가볼래요!”그녀가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그도 그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B국.조지운은 라엘이와 지성이를 데리고 B국 공항에서 나왔다.마이크가 공항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두 아이를 본 마이크는 먼저 두 팔을 크게 벌려 라엘이를 안아주고 그다음 지성이를 안았다.”한이는 저녁에야 돌아오니까 우리 먼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마이크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타며 조지운을 바라보았다. “고생했어요, 제가 데리러 갔어야 했는데...””요즘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쁘세요? 이렇게 바쁜 모습 처음 봐요.” 조지운은 아이들 옆에 앉아 투덜거렸다. “당신 설마 무슨 나쁜 일 하는 건 아니죠?”마이크는 냉정하게 코웃음을 쳤다: “당신 말은, 제가 나쁜 짓을 해야 돈 번다 이겁니까!””누가 계속 감추기만 하고 얘기 안 하랬어요?” 조지운은 빈정이라도 상한듯 얘기했다. “혹시 제가 와서 당신 일 방해하는 거에요?””아니, 괜찮아요! 집에서 일해도 되요.””집에서 일해도 괜찮은데 왜 굳이 B국에 있어야 해요? A국에 같이 가면 안되요?””한이가 여기 있잖아요. 그 녀석 여기 혼자 있는데 제가 남아서 돌보면 좋잖아요!” 마이크는 죄책감에 조지운의 눈을 감히 보지 못했다.모두가 알다시피, 한이는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