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람들과 의논했다. "술만 마시면 취하거든. 취하면 주사가 있어. 사람을 욕하거나 술상을 엎는다거나 하니까 너희들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다면... 술 한잔 마시도록 할게. 어때?"그의 말에 협조하기 위해 진아연은 와인잔을 높이 들었다."됐어, 그만하자. 오랜만에 어렵게 만났는데 술이나 마시자... 진아연 씨, 술잔을 내려놔요." 그중 한 사람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렸다.진아연은 뾰로통해서 술잔을 내려놓았다.웨이터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고 잠시 후 맛있는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진아연은 너무 배가 고파 음식이 다 오른 후 말했다. "여러분, 음식이 다 올랐으니 드세요. 저한텐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요."말을 마친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집어먹었다.평소 잘 사는 그들은 이미 질리도록 고기를 먹었지만 진아연이 고기만 골라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언짢았다.그들의 여자친구는 평소 고기를 별로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아연 씨, 왜 고기를 이렇게 많이 먹어요? 살찔까 걱정되지 않아요?" 그녀의 행동이 한 남자의 불만을 자아냈다."시준 씨가 그러는데 제가 너무 말랐대요. 제가 고기를 먹어야 좋아해요.""그래요? 별로 마른 것 같지 않은데요? 진아연 씨 같은 몸매는 아주 평범...""당신이 내 남편도 아닌데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진아연은 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느끼한 남자가 제일 싫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당신과는 다르게 교양이 있어서 싫은 게 있어도 참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요. 당신이 먼저 저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다면 저는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녀의 말은 박시준을 제외한 다른 남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박시준은 분위기가 팽팽해진 걸 보고 술잔을 높이 들었다.이렇게 많은 음식을 시켜놓고 먹지 않는다면 낭비일 것이니 일단 밥부터 먹고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아연이가 어려서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 다들 이해해 주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기사가 물었다. "진아연 씨, 어디로 갈까요?""집으로 가요." 진아연은 배부르게 먹었더니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그녀는 휴대폰을 켜고 새로운 문자가 없나 확인했다.마이크가 그녀에게 드론이 찍은 동영상 스크린샷을 보내왔다.마이크: 오늘 오전엔 첫 번째 목표 아파트를 순찰했어. 총 7개의 창가에 빨간색 물품이 놓여 있길래 하나씩 조사해 봤는데 네가 찾는 그 환자는 없었어. 오후에 계속 찾아볼게.진아연은 마이크가 이토록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줄 몰랐다. 그녀는 마이크에게 수고했다고 문자를 보냈다.마이크: 이제 깬 거야? 어젯밤 박시준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디야? 아직도 박시준 집이면 가서 밥 좀 얻어먹자.진아연: 나 지금 그 집에 없어. 오늘 어중이떠중이들이 잔뜩 왔길래 내가 내쫓았어.마이크: 이런, 너 그렇게 대단했어? 그 사람들은 손님이잖아!진아연: 날 처음 알고 지내는 것도 아니잖아. 그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결혼했으니 시준 씨 일이면 우리 가족의 일이잖아. 만약 결혼한 후에 시준 씨가 나에게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나도 그 사람을 위해 변할 거야.마이크: 그래. 너희들 결혼했으니 이젠 한 가족이지. 박시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너한테도 불똥이 튈 거야. 너 혹시 어젯밤 한이를 혼냈어?진아연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누가 그래?마이크: 오늘 아침 아이들이 네가 집에 없는걸 보고 네가 화나서 나간 줄 알더라고. 그래서 어젯밤 한바탕했겠구나 했지. 하지만 애들 걱정은 하지 마. 이모님이 아침에 홍 아줌마에게 전화했어. 그래서 네가 박시준이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진아연: 그런 과장된 단어 좀 안 쓰면 안 돼? 내가 그 사람을 찾아간 건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야.마이크: 그렇게 늦은 시간에 네가 무슨 일로 박시준을 찾아가?진아연: ...마이크: 하하하하하!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대꾸하지 않으려 했다.잠시 후 마이크에게서 전화가 걸
한 시간 후 운전기사는 공항에 가서 박시준을 픽업했다.박시준이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가 물었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박시준은 미간을 누르며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회사로 가."운전기사: "알겠습니다."차가 출발한 후 운전기사는 백미러로 박시준의 안색을 살폈다.마침 그 모습을 본 박시준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대표님, 진아연 씨를 모셔다드릴 때 진아연 씨가 누군가와 전화로 싸웠어요." 운전기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 일을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 대표님이 진아연 씨에게 프러포즈를 안 해서 절차 하나가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아연 씨가 화를 내며 얼굴이 빨개진 채 전화를 끊었어요."진아연과 마이크는 이런 다툼이 늘 있는 일이었지만 운전기사는 처음 보는 거라 진아연이 많이 화가 난 줄로 알았다.운전기사가 과장된 표정으로 말하는 바람에 박시준은 진아연이 정말 크게 화가 나 있는 줄 알았다.진아연이 프러포즈를 받지 못한 걸 비웃는 사람이 있으니 5월 휴가 때 프러포즈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프러포즈에 관한 것을 구상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프러포즈를 했던 경험이 없던 그는 결국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그는 그룹 채팅에 문자를 발송했다. "5월 휴가 때 진아연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는데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없을까?"성빈: 결혼식 날짜를 이미 잡아놓은 거 아니었어? 왜 번거롭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거야?조지운: 대표님 혹시 한 번 로맨틱한 행동을 하고 싶은 거예요? 5월 휴가 때 프러포즈하고 며칠 뒤에 결혼하면 딱 좋네요.하준기: 난 소정이와 휴가 때 가족들의 도움으로 프러포즈 했어요. 휴가 때 머무는 방을 장식하고. 예쁜 조명이랑 장미꽃도 준비했어요. 은은한 음악도 켜고 나중에 방으로 불러 무릎을 꿇고 반지를 꺼냈더니... 감동에 눈물을 흘리더라고요.박시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성빈: 평범해.조지운: 평범 +1하준기: 하지만 소정이가 정말 울었다니까. 아주 감
그날 저녁.스타팰리스 별장.저녁 식사 시간.마이크는 자신의 5월 휴가 계획을 진아연에게 자세히 말해주었다."나한테 왜 그걸 알려주는 거야? 내가 같이 갈 것도 아닌데." 진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내가 한이를 데려갈 거거든. 그래서 너한테 알려주는 거야." 마이크가 설명했다. "한이가 우리랑 같이 놀러 가는 걸 허락하지?"진아연은 한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같이 가고 싶어? 5월에 휴가 갈 수 있어?"한이: "이미 약속했어요."진아연: "..."마이크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너만 의견이 없다면 5월 휴가 때 한이를 데리고 갈 거야. 라엘이도 김세연 씨와 함께 놀러 간다고 하던데 우리 지성 왕자님도 데리고 가고 싶은데 이모님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진아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들을 둘러보았다. "왜들 그래? 정말 나 혼자 집에 있으라는 거야?""박시준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며?" 마이크가 놀렸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냥 해본 얘기야. 내가 그 사람이랑 무슨 오붓한 시간을 보내? 5월 휴가 때 시간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진아연은 혼자 남겨졌단 생각에 조금 섭섭했다."같이 놀자고 하면 되잖아. 결혼식까지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며칠 놀 시간이 없겠어?" 마이크가 그녀를 위로했다. "어쨌거나 난 이미 한이의 티켓까지 예매했어. 그때 가서 매일 너한테 영상 통화할게."진아연은 코웃음 치고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라엘이가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 엄마도 나랑 같이 세연이 삼촌이랑 놀아요. 세연이 삼촌이 다이빙하는데 데려가 준댔어요.""됐어. 엄만 집에 있을 거야."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5월 휴가 때 뭐 할 거냐고 물으려 했다.이때 이모님이 국 한 그릇을 들고 걸어왔다."아연 씨, 마이크 씨가 지성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던데 안 좋을 것 같아 거절했어요." 이모님이 진아연에게 말했다. "지성이가 아직 어려서 면역력이 낮아요. 아연 씨가 함께 가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 "정말이에요?"이모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지성이를 잘 돌볼게요. 절대 아프게 하지 않을 거예요.""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셨어요?" 진아연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모님이 지성이를 데리고 가시면 집에 저 혼자 남겠네요."이모님: "대표님에게 놀아달라고 하세요. 전 이미 마이크 씨랑 약속했어요."이모님은 진아연에게 말한 후 돌아갔다.진아연은 방에 돌아가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준 씨, 5월 휴가 때 무슨 계획이 있어요?"전화기 너머의 박시준은 이 일을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직 5월 휴가가 안 됐잖아?""이틀 뒤면 휴가잖아요. 마이크가 한이랑 지성이를 데리고 여행 가고 세연 씨가 라엘을 데리고 다이빙하러 간대요. 나만 휴가 계획이 없는 줄 알았네요." 그녀는 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아직 계획이 없네요. 설마 5월 휴가 때도 결혼식 일로 바쁜 건 아니겠죠?"박시준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다 나가 놀면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거야?""네, 그 말투는 날 동정하는 거예요? 당신도 혼자잖아요!""어떻게 보내고 싶은데? 내가 같이 놀아줄게." 그는 나지막이 웃었다."그래요... 그럼 그때 가서 다시 봐요. 전 일단 샤워하고 잘 생각해 봐야겠어요." 진아연은 한숨을 내쉬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아이들이 다 떠나간다니 적응이 안 되네요."박시준이 어떻게 그녀를 위로할지 생각할 때 그녀가 한마디를 보탰다. "하지만 난 좋아요, 애들 걱정도 없고 며칠 동안 나만을 위해 살 수 있잖아요."박시준: "...""참, 아연아, 너의 환자 중 최운석이라고 하는 그 사람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 박시준이 갑자기 물었다.진아연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 갑자기 이 문제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그 사람 가족들이 그 사람에게 안 좋게 대해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당신도 그 사람을 찾고 있고. 그 사람 가족
"최경규 신변에 있는 최운석이라는 사람을 조사해 봐." 그의 목소리는 온기가 하나도 없이 아주 차갑게 느껴졌다. "만약 무슨..." 뒷말은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최운석은 시은이의 쌍둥이 오빠다.그는 원래 박 씨 가문의 도련님이어야 했다. 아버지의 이쁨을 받을 수 없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좋은 걸 먹고 좋은 걸 보며 살아갈 수 있었다.박시준은 자신이 그의 이름을 차지하고 그의 가족을 차지하고 그의 인생을 차지한 채 지금은 그를 죽여 자신의 이름과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려 했다.이렇게 하면 너무 잔인한 건가?"대표님,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전화기 너머로 경호원이 물었다. "지시를 내려주세요."박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자신이 다음 생엔 지옥에 갈 거라는 알기에 이번 생은 끝까지 이기적으로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하나님이 그에게 불공평하게 나쁜 카드를 주셨는데, 그가 마음이 약해진다면 어떻게 이 나쁜 카드로 이길 수 있겠는가!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마음이 답답했다.그녀는 박시준과 곧 결혼할 것이고 모든 건 완벽하고 행복해 보였지만 그녀는 그가 고집스럽고 성격이 강해서 아무한테도 굴복하지 않는 남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최운석은 두 사람 사이의 가시가 되었다.이 가시는 두 사람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찌르진 않을 테지만 달콤한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게 했다.그녀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 뒤 화장대 거울 앞에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쁜 결과를 예상해 자신을 놀라게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박시준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했으니 그녀가 그를 찾아가 잘 설득한다면 최운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몰랐다.이렇게 생각하니 답답하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침대에 올라 휴대폰을 손에 들고 5월 휴가 때 어디로 놀러 갈지 찾아봤다.국내에서 핫한 관광지를 찾아봤
박시준의 저택.새벽 12시 15분.박시준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오늘 업무가 많아 진아연한테 가지 못했다.저녁에 술을 조금 마신 그는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5월 휴가 때 진아연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했지만 지금 장소도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로맨스를 잘 몰랐다. 그녀는 이 부분에 대해 늘 별 의견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이 과정을 깜박한 것이다.그는 휴대폰을 켜고 사진첩을 클릭했다.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있었다.그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서 프러포즈하면 더 낭만적일 것 같았다.다음날.부동산 영업부.최경규와 큰아들 최운철이 집 보러 갔다.그들은 어젯밤에 임대하고 있던 주택에서 이사해서 지금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하지만 늘 호텔에서 지낼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박시준이 20억만 줬기 때문에 그들은 이 정도 돈에 만족할 수 없었다.박시준과의 전투는 지구전이 될 게 뻔했고, 그래서 두 사람은 의논을 한 뒤 집 하나를 사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부동산 관리사는 그들을 훑어보고 나서 열성스레 여러 가지 방을 추천했다."큰 집으로 할 거죠? 마침 50평짜리 잡이 있는데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도 잘 들어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12층에 자리 잡고 있어요.""이게 마지막 평수가 큰 집인데 어제도 보러 오는 분이 계셨어요. 가 보실래요?" 부동산 관리사가 말했다."그럼 한 번 가 보죠." 최운석은 하루빨리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부동산 관리사가 그들을 데리고 집을 돌아본 후 다시 영업부로 돌아왔다. 그때 또 다른 남성 부동산 관리사 한 명이 성큼성큼 그들에게로 걸어왔다."미스 황, 50평짜리 그 집을 안내해 줄래요? 어제 보러 오셨던 분이 사겠대요."그러자 미스 황이라는 부동산 관리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분도 그 집을 살 의향이 있으세요.""내가 먼저 보여 드렸으니 내 고객에게 넘겨줘야 하는 게 맞아요." 남자 부동산 관리원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미스 황이라는 부동산
최경규는 화가 나 얼굴이 벌게 진 채 '네 그 삼촌이라는 사람이 내 아들이다'라는 말이 입가까지 나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이때 최운철이 팔꿈치로 그를 밀었다."박우진 씨, 저의 아버지께서 성격이 별로 안 좋으니 싸우지 말아요. 이렇게 싸우다가 손찌검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저의 아버지께선 다른 능력은 별로 없는데 싸움은 아주 많이 잘하거든요." 최운철이 좋은 뜻으로 박우진에게 귀띔했다. "못 믿겠으면 돌아가서 박우진 씨 아버지께 물어보세요."박우진은 마음속으로 조금 머뭇거렸다.박시준이 뒤를 봐주지 않는 한 그는 밖에서 다른 사람과 트러블이 생기면 안 됐다.맞아도 그저 참아야 했기 때문이다.그는 분한 마음을 안고 영업부에서 나와 휴대폰을 켜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박한은 아들이 박 씨 집안의 옛 운전기사에게 무시당했다는 말을 듣고 피가 머리끝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전해. 내가 당장 가서 만나야겠어!" 말을 마친 박한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박우진은 영업부로 돌아가 최경규가 카드를 긁어 자신이 봐둔 그 집을 사는 걸 굴욕적으로 지켜보았다.최운석이 계약을 다 작성하자 박한이 마침 도착했다."아빠, 저 사람이에요." 박우진은 최경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우리가 어제 봐둔 집을 이 사람이 가로챘어요."박한은 두 눈을 반짝이며 최경규를 바라보았다.최경규는 부동산 계약서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박한, 내가 이러는 날이 있을 줄 몰랐지?"박한은 그를 알아보고 삽 시에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최경규?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난 거야? 은행에서 훔치기라도 했어?""하하하하하! 웃기는 소리 하네. 은행을 털면 얼마나 나온다고? 난 지금 은행에서 훔칠 필요도 없다고." 최경규의 기세는 하늘이라도 찌를 것 같았다.그가 이토록 기고만장한 모습을 본 박한은 마음속으로 아주 고통스러웠다.예전에 박 씨 집안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한 달에 월급 몇십만 원씩 받았었던 그가 지금 이렇게 기고만장해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