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 "정말이에요?"이모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지성이를 잘 돌볼게요. 절대 아프게 하지 않을 거예요.""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셨어요?" 진아연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모님이 지성이를 데리고 가시면 집에 저 혼자 남겠네요."이모님: "대표님에게 놀아달라고 하세요. 전 이미 마이크 씨랑 약속했어요."이모님은 진아연에게 말한 후 돌아갔다.진아연은 방에 돌아가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준 씨, 5월 휴가 때 무슨 계획이 있어요?"전화기 너머의 박시준은 이 일을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직 5월 휴가가 안 됐잖아?""이틀 뒤면 휴가잖아요. 마이크가 한이랑 지성이를 데리고 여행 가고 세연 씨가 라엘을 데리고 다이빙하러 간대요. 나만 휴가 계획이 없는 줄 알았네요." 그녀는 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아직 계획이 없네요. 설마 5월 휴가 때도 결혼식 일로 바쁜 건 아니겠죠?"박시준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다 나가 놀면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거야?""네, 그 말투는 날 동정하는 거예요? 당신도 혼자잖아요!""어떻게 보내고 싶은데? 내가 같이 놀아줄게." 그는 나지막이 웃었다."그래요... 그럼 그때 가서 다시 봐요. 전 일단 샤워하고 잘 생각해 봐야겠어요." 진아연은 한숨을 내쉬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아이들이 다 떠나간다니 적응이 안 되네요."박시준이 어떻게 그녀를 위로할지 생각할 때 그녀가 한마디를 보탰다. "하지만 난 좋아요, 애들 걱정도 없고 며칠 동안 나만을 위해 살 수 있잖아요."박시준: "...""참, 아연아, 너의 환자 중 최운석이라고 하는 그 사람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 박시준이 갑자기 물었다.진아연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 갑자기 이 문제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그 사람 가족들이 그 사람에게 안 좋게 대해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당신도 그 사람을 찾고 있고. 그 사람 가족
"최경규 신변에 있는 최운석이라는 사람을 조사해 봐." 그의 목소리는 온기가 하나도 없이 아주 차갑게 느껴졌다. "만약 무슨..." 뒷말은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최운석은 시은이의 쌍둥이 오빠다.그는 원래 박 씨 가문의 도련님이어야 했다. 아버지의 이쁨을 받을 수 없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좋은 걸 먹고 좋은 걸 보며 살아갈 수 있었다.박시준은 자신이 그의 이름을 차지하고 그의 가족을 차지하고 그의 인생을 차지한 채 지금은 그를 죽여 자신의 이름과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려 했다.이렇게 하면 너무 잔인한 건가?"대표님,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전화기 너머로 경호원이 물었다. "지시를 내려주세요."박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자신이 다음 생엔 지옥에 갈 거라는 알기에 이번 생은 끝까지 이기적으로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하나님이 그에게 불공평하게 나쁜 카드를 주셨는데, 그가 마음이 약해진다면 어떻게 이 나쁜 카드로 이길 수 있겠는가!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마음이 답답했다.그녀는 박시준과 곧 결혼할 것이고 모든 건 완벽하고 행복해 보였지만 그녀는 그가 고집스럽고 성격이 강해서 아무한테도 굴복하지 않는 남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최운석은 두 사람 사이의 가시가 되었다.이 가시는 두 사람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찌르진 않을 테지만 달콤한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게 했다.그녀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 뒤 화장대 거울 앞에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쁜 결과를 예상해 자신을 놀라게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박시준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했으니 그녀가 그를 찾아가 잘 설득한다면 최운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몰랐다.이렇게 생각하니 답답하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침대에 올라 휴대폰을 손에 들고 5월 휴가 때 어디로 놀러 갈지 찾아봤다.국내에서 핫한 관광지를 찾아봤
박시준의 저택.새벽 12시 15분.박시준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오늘 업무가 많아 진아연한테 가지 못했다.저녁에 술을 조금 마신 그는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5월 휴가 때 진아연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했지만 지금 장소도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로맨스를 잘 몰랐다. 그녀는 이 부분에 대해 늘 별 의견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이 과정을 깜박한 것이다.그는 휴대폰을 켜고 사진첩을 클릭했다.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있었다.그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서 프러포즈하면 더 낭만적일 것 같았다.다음날.부동산 영업부.최경규와 큰아들 최운철이 집 보러 갔다.그들은 어젯밤에 임대하고 있던 주택에서 이사해서 지금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하지만 늘 호텔에서 지낼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박시준이 20억만 줬기 때문에 그들은 이 정도 돈에 만족할 수 없었다.박시준과의 전투는 지구전이 될 게 뻔했고, 그래서 두 사람은 의논을 한 뒤 집 하나를 사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부동산 관리사는 그들을 훑어보고 나서 열성스레 여러 가지 방을 추천했다."큰 집으로 할 거죠? 마침 50평짜리 잡이 있는데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도 잘 들어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12층에 자리 잡고 있어요.""이게 마지막 평수가 큰 집인데 어제도 보러 오는 분이 계셨어요. 가 보실래요?" 부동산 관리사가 말했다."그럼 한 번 가 보죠." 최운석은 하루빨리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부동산 관리사가 그들을 데리고 집을 돌아본 후 다시 영업부로 돌아왔다. 그때 또 다른 남성 부동산 관리사 한 명이 성큼성큼 그들에게로 걸어왔다."미스 황, 50평짜리 그 집을 안내해 줄래요? 어제 보러 오셨던 분이 사겠대요."그러자 미스 황이라는 부동산 관리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분도 그 집을 살 의향이 있으세요.""내가 먼저 보여 드렸으니 내 고객에게 넘겨줘야 하는 게 맞아요." 남자 부동산 관리원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미스 황이라는 부동산
최경규는 화가 나 얼굴이 벌게 진 채 '네 그 삼촌이라는 사람이 내 아들이다'라는 말이 입가까지 나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이때 최운철이 팔꿈치로 그를 밀었다."박우진 씨, 저의 아버지께서 성격이 별로 안 좋으니 싸우지 말아요. 이렇게 싸우다가 손찌검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저의 아버지께선 다른 능력은 별로 없는데 싸움은 아주 많이 잘하거든요." 최운철이 좋은 뜻으로 박우진에게 귀띔했다. "못 믿겠으면 돌아가서 박우진 씨 아버지께 물어보세요."박우진은 마음속으로 조금 머뭇거렸다.박시준이 뒤를 봐주지 않는 한 그는 밖에서 다른 사람과 트러블이 생기면 안 됐다.맞아도 그저 참아야 했기 때문이다.그는 분한 마음을 안고 영업부에서 나와 휴대폰을 켜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박한은 아들이 박 씨 집안의 옛 운전기사에게 무시당했다는 말을 듣고 피가 머리끝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전해. 내가 당장 가서 만나야겠어!" 말을 마친 박한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박우진은 영업부로 돌아가 최경규가 카드를 긁어 자신이 봐둔 그 집을 사는 걸 굴욕적으로 지켜보았다.최운석이 계약을 다 작성하자 박한이 마침 도착했다."아빠, 저 사람이에요." 박우진은 최경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우리가 어제 봐둔 집을 이 사람이 가로챘어요."박한은 두 눈을 반짝이며 최경규를 바라보았다.최경규는 부동산 계약서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박한, 내가 이러는 날이 있을 줄 몰랐지?"박한은 그를 알아보고 삽 시에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최경규?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난 거야? 은행에서 훔치기라도 했어?""하하하하하! 웃기는 소리 하네. 은행을 털면 얼마나 나온다고? 난 지금 은행에서 훔칠 필요도 없다고." 최경규의 기세는 하늘이라도 찌를 것 같았다.그가 이토록 기고만장한 모습을 본 박한은 마음속으로 아주 고통스러웠다.예전에 박 씨 집안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한 달에 월급 몇십만 원씩 받았었던 그가 지금 이렇게 기고만장해하고 있었
그녀는 곧 최경규의 번호를 눌렀다.—죄송합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이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이-진아연은 멍하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그녀의 망연한 표정이 비쳤다.최경규가 최운석을 데리고 사라진 건가?A국을 떠난 거면 가장 좋겠지만 그저 숨어 있는 거라면 곤란했다.최경규는 교활하고 음흉한 성격의 소유자라 암암리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레스토랑.박한은 최경규에게 술 몇 잔을 권했다. 최경규가 취해서 얼굴이 벌겋게 된 걸 본 박한이 물었다. "최경규,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이렇게 부자가 돼서 나타났어? 내 아들이 전화에서 말하기로는 자네 아들이 A국에서 알아봐 주는 큰 인물이라며... 난 왜 자네와 자네 아들 소식을 한 번도 못 들은 거지?""당신이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나도 귀국한 지 며칠 안 됐거든." 최경규는 오만한 표정을 지은 채 웃으면서 말했다. "내 아들이 큰 인물이 아니면 어떻게 나한테 용돈으로 20억이나 줬겠어?""그렇게 대단해? 자네 아들이 누군데?" 박한이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당한 사업을 하는 게 맞아?"자극 요법이 효과를 본 건지 최경규는 인상을 쓰고 언성을 높였다. "당연히 정당한 사업이지!""그렇단 말이지. 정당한 사업을 하고 있는 거라면 왜 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까?" 박한이 아첨하며 물었다."그럴 리가, 내 아들 이름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을 거야. A국에선 그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이 없거든.""이름이 뭔데?""그의 이름은..." 여기까지 말한 최경규는 갑자기 이성을 되찾았다. "이건 우리 집 개인사니 알려줄 수 없어. 다만 기억해둬, 나 최경규는 당신 박한보다 훨씬 낫다는 걸 말이야. 앞으로 날 만나면 경규 형님이라고 불러."박한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들 이름이 누군지 말해주지 않으면 자네 말을 절대 믿을 수 없어.""그럼 내 20억이 어디서 온 거라 생
진아연이 누가 말했는지 물으려 할 때 김세연이 도착했다."엄마! 세연이 삼촌 왔어요!"라엘이는 말을 하고 마당으로 달려나갔다."라엘아, 천천히 뛰어!" 진아연이 다급히 따라 나갔다.차 한 대가 마당에 천천히 멈춰 서더니 김세연이 차에서 내렸다."아연 씨, 라엘이를 데려갈게요. 잘 놀고 나면 다시 데려올 거예요." 김세연은 진아연의 앞에 다가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휴가 때마다 애를 돌보게 해서 어떡해요?" 진아연이 말했다. "정말 괜찮겠어요?""라엘이가 함께 하지 않으면 제가 더 심심해요." 김세연이 라엘이의 조그마한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먼저 갈게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전화할게요.""알겠어요, 무사히 다녀와요."진아연이 라엘이를 배웅한 후 별장은 텅 비어 있었다.세 아이가 집에 없으니 그녀는 다른 도우미들에게도 휴가를 주었다.지금 집안에는 경호원 한 명만 남아서 그녀의 안전을 지키고 있었다.집에 들어선 그녀는 주방에 들어가 아침 식사 때 사용했던 식기들을 깨끗이 씻었다.그런 다음 다용도실에 들어가 청소 로봇을 찾아 작동시켰다.그녀는 걸레와 대야를 가져와 화장실에 가 물을 받은 뒤 방안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박시준이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기에 언제 올지도 몰랐다.그녀가 마음속으로 그를 떠올리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곧 걸레와 대야를 내려놓고 거실로 가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애들 다 갔지? 우리 쇼핑 가자." 전화기 너머로 여소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준기 씨랑 놀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밤에 놀기로 했어. 낮엔 쇼핑 좀 다니고 싶어." 여소정이 흥분하며 말했다. "오늘 밖에 이벤트가 아주 많아. 지금 시간 되지?""시간 많아. 박시준도 안 와서 지금 청소 중이었어.""대단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운전해서 데리러 갈게." 말을 마친 여소정은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자신의 잠옷을 힐끗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박시준이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으니 여
보아하니 그도 데이트를 위해 준비를 한 것 같았다.통화를 마치고 마당 밖에서 기적 소리가 들려왔다.여소정이 도착했다.진아연은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방에서 걸어 나왔다.임강 아파트 단지.최경규는 자녀들을 데리고 그저께 구입한 호화롭게 인테리어 된 새집으로 이사했다.집을 산 후 최경규와 그의 아들은 어제 가구 시장에서 많은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입했다.오늘 한 가족 모두 정식으로 입주했다.새집으로 이사한 건 행복한 일이었지만 최경규는 카드에 얼마 남지 않은 잔액을 보니 걱정이 몰아쳤다.최경규는 최운철을 불러다 어떻게 박시준에게서 돈을 빼낼지 상의했다."이번에 얘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가 홧김에 우릴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언론에 연락해야 합니다" 최경규는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호신 도구도 좀 챙겨야 해. 그리고 최운석 그 바보 같은놈이 도망 못 치게 잘 봐야 해.""여기 12층인데 어떻게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합니다. 건물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이상 도망칠 수 없습니다." 최운철은 비웃으며 말했다. "이 바보 녀석 어리석어 보여도 죽는 건 무서워하더라."부자는 수다를 떨며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최운석을 바라보았다.최운석은 소파에 앉아 엄숙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었다.TV에선 멜로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TV를 켠 것은 최가의 딸 최은서였다.최은서는 TV를 켜고 전화를 받으러 방으로 들어갔다.최운석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TV 속 화면을 바라보며 대사에 귀를 기울였다.-아가씨, 그들이 우리를 여기에 가두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망가지 못하면 장 씨 집안의 둘째 아들과 결혼해야 합니다!-나는 죽어도 장 씨 집안에 시집갈 수 없어!-아가씨, 이러지 마세요! 아가씨가 죽으면 전 어떻게 합니까?——내가 죽으면 넌 도망칠 기회가 생길 거야! 월아 꼭 나가서 상호가 나대신 복수하게 해줘!...여소정은 진아연을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 가게로 곧장 가서 샤넬 최신 드레스를 샀다.흰
-남산 사택 F1 2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박시준이 그녀에게 오늘 밤 데이트 장소를 보내온 것이었다.진아연은 이 메시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누구야?" 여소정은 고개를 기울이고 일부러 물었다. "문자 하나 받은 건데 그렇게 좋아? 둘이 이미 애를 셋이나 낳았는데 어떻게 된 게 아직도 연애 중인 거 같니?"진아연은 볼이 빨개져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애 낳은 게 뭐가 어때서? 백발이 돼서도 연애 초반처럼 달달한 부부 본 적 없어? 난 본 적 있어.""으이구! 현실에선 본 적 없지만 책에서는 봤었다. 부부가 나이가 들면 틀니를 바꿔 끼고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고... 저자는 이걸 상유이말이라고 하더라."여소정의 말은 진아연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다. "그건 너무 비위생적이다.""하하하하! 너 그거 직업병이지? 너 말대로라면 남녀 간에 키스도 비위생적이겠네?"진아연: "..."임강 아파트 단지.최운석은 하얀 약병을 열어 알약을 모두 쏟아냈다.그것은 최경규의 고혈압약이었다.그는 약을 몰래 가져왔다.그는 손바닥에 든 하얀 알약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여긴 12층이고 뛰어내릴 수 없다. 최은서가 종일 집에서 지키고 있어 현관으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최은서를 벗어난다 해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새집은 매우 깨끗하고 아름다웠지만, 그는 이곳에 두려움만 가득 찼다.그가 도망치지 않는다면 진아연은 그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그는 여기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는 늘 절망감을 느꼈다.사람은 숨을 쉰다고 사는 게 아니다, 자유가 있어야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그는 심호흡을 한 후 손에 든 한 줌의 알약을 망설임 없이 입에 넣고 물 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알약을 통째로 삼킨 그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죽을 거면 죽어버리자! 어쨌든 이렇게 사는 건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혹여나 죽지 않고 병원으로 이송된다면 진아연을 연락할 방법을 찾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