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사택 F1 2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박시준이 그녀에게 오늘 밤 데이트 장소를 보내온 것이었다.진아연은 이 메시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누구야?" 여소정은 고개를 기울이고 일부러 물었다. "문자 하나 받은 건데 그렇게 좋아? 둘이 이미 애를 셋이나 낳았는데 어떻게 된 게 아직도 연애 중인 거 같니?"진아연은 볼이 빨개져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애 낳은 게 뭐가 어때서? 백발이 돼서도 연애 초반처럼 달달한 부부 본 적 없어? 난 본 적 있어.""으이구! 현실에선 본 적 없지만 책에서는 봤었다. 부부가 나이가 들면 틀니를 바꿔 끼고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고... 저자는 이걸 상유이말이라고 하더라."여소정의 말은 진아연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다. "그건 너무 비위생적이다.""하하하하! 너 그거 직업병이지? 너 말대로라면 남녀 간에 키스도 비위생적이겠네?"진아연: "..."임강 아파트 단지.최운석은 하얀 약병을 열어 알약을 모두 쏟아냈다.그것은 최경규의 고혈압약이었다.그는 약을 몰래 가져왔다.그는 손바닥에 든 하얀 알약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여긴 12층이고 뛰어내릴 수 없다. 최은서가 종일 집에서 지키고 있어 현관으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최은서를 벗어난다 해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새집은 매우 깨끗하고 아름다웠지만, 그는 이곳에 두려움만 가득 찼다.그가 도망치지 않는다면 진아연은 그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그는 여기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는 늘 절망감을 느꼈다.사람은 숨을 쉰다고 사는 게 아니다, 자유가 있어야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그는 심호흡을 한 후 손에 든 한 줌의 알약을 망설임 없이 입에 넣고 물 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알약을 통째로 삼킨 그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죽을 거면 죽어버리자! 어쨌든 이렇게 사는 건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혹여나 죽지 않고 병원으로 이송된다면 진아연을 연락할 방법을 찾을 수
최운석 이 멍청이 자식, 어떻게 죽을 수 있지? 그가 어떻게 죽을 수 있냐고?!구급차가 10분 후에 동네에 도착했다!최운석은 들것에 실려 엘리베이터에 실려 들어갔다.15분 정도 후 그는 부근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명절이라 거리에는 사람들로 붐볐고 모두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도 이런 어리석은 방법으로 자유를 찾아 헤매는 멍청이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응급실.최운석이 실려들어간 후 문이 닫혔다.두 시간의 구조 끝에 의사는 최운석을 죽음에서 건져냈다.의사가 가족에게 알리려고 할 때 그는 손을 뻗어 의사의 흰 가운을 움켜쥐었다."의사선생님..." 그는 힘없이 말했다."무슨 일이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의사가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도와주세요... 진아연씨를 찾아주세요... 그녀는 제 주치의입니다... 그녀를 만나고 싶습니다..." 최운석은 허약한 상태라 이 말을 하면서 진땀을 뺐다."누구를 찾으십니까?" 의사는 머리를 얼굴에 바짝 갖다 댔다."진, 진아연... 진아연씨를 찾고 있어요!" 최운석은 이 말을 내뱉으며 거센 기침을 했다."진아연이라고 했나요! 저 진아연 알아요! 그녀를 아는 건가요?" 의사는 그의 손을 침대에 올려주었다.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 근데 연락이 될지 모르겠네요. 일단 쉬고 계세요...""그녀가 안 오면...전 죽을겁니다..." 최운석은 기침을 멈추고 눈물을 흘렸다.진아연이 오지 않는다면 살아서 퇴원해도 무조건 최경규에게 맞을 것이다. 이를 본 의사는 연민을 느꼈다."울지 마세요. 제가 그녀를 찾아드릴게요."...여소정은 쇼핑을 마치고 진아연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그들은 커피를 마시고 각자의 짝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벌써 오후 4시 30분이었고 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갔다."아연아, 남산 사택의 F1 건물이 시준씨가 설계한 거 알고 있니?" 여소정은 오늘 밤 데이트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진아연은 잠시 당황한 후 고개를 저었다. "시준씨가 나한테 말을 안
방금 어떤 의사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최운석이라는 환자가 그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의사는 그녀에게 지금 병원에 올 수 있는지 물었다.그녀는 최운석의 이름을 듣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동의했다.차가 출발한 후 그녀는 불안감을 느꼈다.최운석 어디가 많이 아픈 걸까? 심각하지 않으면 병원으로 보내지 않을 텐데.어째서 의사한테서 연락이 온 걸까? 최경규가 아니라?누가 의사한테 연락하라고 한 걸까? 분명 최경규는 아니야. 최경규가 그녀에게 연락하려면 의사에게 부탁할 필요 없으니까.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병원.최운석은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최경규는 최운석이 일부러 과한 양의 고혈압제를 삼켜 중독을 일으킨 걸 알고 분노했다.이 멍청한 자식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약 먹고 자살할 생각을 하다니!그는 죽고 싶었지만, 최경규는 그를 죽게 둘 수 없었다!그가 죽어버리면 최경규는 어떻게 박시준을 위협하겠는가? 어떻게 박시준한테서 돈을 빼내겠는가?어쨌든 박시준한테서 많은 돈을 빼내야 한다.그렇다면 박시준이 최경규를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아도 남은 생에 걱정 없이 살 수 있다.40분 정도 후 병실 문이 열렸다.건장한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와 최경규를 병동 밖으로 몰아냈다."뭐 하는거야?! 넌 누구야?" 최경규가 목을 째며 소리쳤다. "누워있는 환자 내 아들이야! 사람을 잘못 끌어내고 있다고?!"경호원은 짜증을 냈다. "환자의 이름이 최운석인가요? 대표님이 그를 보호하라고 했습니다!""네 상사가 누구지? 최운석은 내 아들이야! "최경규는 무능하고 격렬하게 소리쳤다.스무 살만 어렸어도 경호원과 직접 싸웠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많고 몸이 약해져 감히 경호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다."진아연 대표님이십니다!" 경호원이 병상 옆에서 최경규에게 소리쳤다. "대표님은 지금 사무실에 계십니다. 직접 찾아가 얘기 나누세요! 혹여나 감히 대표님을 건드리신다면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겁니다."최경규는 이를 악물고 흉악한 얼굴로 진료실로
어떻게 이럴 수가?"진아연! 거기 서!" 최경규는 그녀를 쫓아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너무 사람 몰고 가지 마!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야! 난 박시준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 박시준을 무너지게 하고 싶지 않으면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최운석을 곁에 두는 건 단지 박시준한테서 돈을 얻으려는 것뿐이야! 박시준의 목숨은 필요 없어! 최운석도 마찬가지고!"진아연은 주먹을 꽉 쥐고 차갑게 말했다. "박시준한테 돈 얻을 거면 가서 달라고 하세요. 근데 최운석은 다시 당신 곁에 둘 수 없어요. 당신 곁에서 다시 자살하려고 하면 어떻게요? 제가 어렵게 치료한 환자인데 이런 모험을 다시 겪게 할 수 없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최경규는 그녀를 죽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이곳은 병원이고 주변에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남산 사택.박시준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진아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준기는 그에게 여소정과 진아연이 이미 헤어졌고 진아연이 곧 그를 찾아갈 거라고 메시지를 보냈다.시간을 보니 이미 다섯 시 반이었다.하준기가 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5시였다.정상대로 반 시간이라면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프러포즈는 2층 야외 발코니에 준비되어 있었다.현장에는 여러 가지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하늘이 어두워지면 아름다운 쇼가 펼쳐질 것이다.이외에 그는 유명한 피아노 거장들을 초청하여 라이브 공연을 준비했고 주방장의 성찬도 거의 준비가 다 되어갔다.하늘은 점차 어두워졌지만 진아연의 모습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다.박시준은 2층에 서서 아래층으로 다니는 차들을 바라보며 다음 순간에 그녀가 나타나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 짓기를 바라고 있었다.저녁 6시가 되자 박시준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진아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걸려 가자 바로 받았다.진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준씨, 조금만 더 기다리셔야 될 거 같아요."그녀는 지금 병실 밖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최운석은 방금 깨
그녀의 휴대폰은 왜 꺼져 있는 걸까?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그저 휴대폰 배터리가 없는 걸까?그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간다고 해놓고, 두 시간이 지나도록 여태 못 골랐을 리는 없지 않은가?그녀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그는 그녀의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경호원이 전화를 받았다.경호원이 말했다. "대표님의 휴대폰 벨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대표님께선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고, 다른 분이 입원하셨는데 대표님께서 함께 와주셨습니다.""누가 입원했나?" 박시준의 목소리에 불안함이 역력했다.경호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가 말씀드리긴 좀 곤란합니다... 남성분이십니다.""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낼 수 있어." 박시준의 눈빛이 불현듯 차가워졌다. 그는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말해!" 경호원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그게... 그 환자 이름이 최운석이라 합니다."최운석의 이름을 듣자, 박시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진아연은 최운석과 함께 있느라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그녀는 전화로 그의 선물을 사러 간다며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선 최운석과 함께 있었다.박시준은 전화를 끊은 후 의자에 앉았다.갑자기 하늘에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그가 오늘 아침 날씨를 봤을 때, 흐리긴 해도 비 소식은 없어 그는 테라스를 장식했다.한 웨이터가 우산을 들고 와 말했다. "박 대표님, 비가 옵니다. 실내로 들어가시죠."박시준은 자리를 옮기고 싶지 않았다.그는 단지 진아연이 오늘 밤에 올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박 대표님, 진 아가씨께선 언제 오시나요?" 웨이터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먼저 식사를 하시는 게 어떠시겠습니다? 진 아가씨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셨다가는...""꺼져."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신경 끄라고!"병원.경호원은 박시준과의 전화를 마친 후, 병실로 돌아왔다.최운석이
그녀가 말을 마치자, 최운석이 그녀의 팔을 놓았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며 뚝뚝 눈물을 흘렸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진아연은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가방을 꺼내들었다. 휴대폰을 찾아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휴대폰 액정은 여전히 어두웠다.휴대폰이 언제 배터리가 다 되어 꺼져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전화 한 통 하게 휴대폰 좀 빌려줘."경호원은 즉시 휴대폰의 잠금을 풀어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박시준의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머릿속으로 그녀가 왜 약속 장소로 갈 수 없는지 그에게 설명할 방법을 빠르게 생각했다.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전화가 걸렸고, 신호도 갔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시스템이 자동으로 전화를 끊자, 그녀는 휴대폰을 경호원에게 돌려주었다."간호사실에서 충전기 좀 빌려다 줄래? 내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 진아연이 경호원에게 말했다."제가 가서 물어볼게요." 경호원이 성큼성큼 병실을 나섰다.경호원이 나간 후, 진아연이 최운석에게 말했다. "가지 않을게요. 심하게 메스껍지 않으면 눈 감고 좀 쉬세요. 빨리 회복해야 제가 데리고 갈 수 있잖아요."그녀의 말에 최운석은 눈을 감았다.잠시 후, 경호원이 빌린 충전기를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진아연은 휴대폰에 충전기를 연결한 후 전원을 켰다.박시준의 부재중 전화를 보자 그녀는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그것이 최운석의 휴식을 방해할까 염려되었다.그녀는 최운석이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그녀는 박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이따가 만나러 갈게요.최운석이 잠이 들자, 그녀는 곧바로 그를 찾아갔다.창밖에는 거센 빗줄기가 창을 때리며, 탁탁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진아연은 비가 오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빗소리는 그녀를 평온하게 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창밖의
"선물은?" 그가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고작 세 글자의 단어일 뿐이었지만, 그녀가 깜짝 놀라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그의 눈동자는 그녀의 놀란 얼굴을 차갑게 바라보았다.그녀가 먼저 솔직하게 말해줬더라면, 자신을 내버려 두고 최운석을 간병하러 병원에 간 그녀를 참지 못할 것도 없었다."미안해요, 시준 씨." 진아연은 깊게 심호흡을 하며 다시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비 맞고 있지 말아요. 감기 걸려요."그는 또다시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그 남잔 어딨어?"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담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그의 얼굴은 더욱 싸늘해 보였다. "병원에서 계속 간병이나 하지 그랬어?""그 사람은 잠들었어요." 그녀는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힘겹게 설명했다. "그 사람, 고혈압 약 한 통을 다 먹어버려서 거의 죽을 뻔했어요. 아마 제때 구조하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차라리 죽어버리라고 해!" 박시준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졌다. "그 인간, 어차피 지금 죽지 않았어도 언젠가 내가 죽여버릴 거야!""시준 씨!" 진아연은 누가 목을 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신 지금 화난 것 충분히 이해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진작 시준 씨한테 전화했어야 했어요. 당신을 이렇게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됐어요. 우선 들어가요. 들어가서 얘기해요. 제발 부탁이에요!"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그를 의자에서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완강히 버티며 몸을 일으키려 하지 않았다.순간, 무력감과 두려움이 그녀의 온몸에 가득 퍼졌다.그녀는 그가 계속해서 비를 맞고 있다가 몸이라도 상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 그녀의 말이 들릴 리 없었다.밀려오는 깊은 절망감에 그녀는 결국 속절없이 울어젖혔다.그녀의 애끊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오늘 밤,
"아뇨, 안 들어가요. 그 사람이 여기서 기다린 만큼 저도 여기서 기다릴 거예요."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웨이터는 가녀린 그녀의 체구를 보자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즉시 다른 직원을 불러 옥외 파라솔을 설치하게 했다.그런 다음, 두꺼운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다."진 아가씨, 이미 주방에 오더를 내렸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가시죠! 여기서 계속 기다리시는 것보다, 박 대표님께 사과를 하러 가시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잠시 후, 온갖 진수성찬이 테이블에 올라왔다.테이블 위에 펼쳐진 수준급의 음식들을 보자, 그녀는 비로소 박시준이 그토록 화가 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오늘 밤의 데이트가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데이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잘못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초빙해 연주를 준비했고, 이렇게 아름다운 이벤트도 준비했다. 게다가 대통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호화로운 저녁 식사까지, 이걸 어떻게 그저 평범한 데이트라 할 수 있을까."진 아가씨, 이 요리는 아가씨께서 직접 열어주시죠." 웨이터가 다섯 번째 요리를 가리키며 진아연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아연은 다섯 번째 요리의 뚜껑을 열었다.다섯 번째 요리는 연꽃 모양의 디저트였다. 연꽃 모양을 한 디저트 옆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금붕어 한 마리가 있었고, 그 금붕어는 입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물고 있었다.진아연의 눈길이 다이아몬드 반지에 쏠렸다."이건..." 그녀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진 아가씨, 사실 박 대표님께서 오늘 밤에 프러포즈를 준비하셨습니다." 웨이터가 말했다. "오늘 밤의 데이트를 위해, 박 대표님께선 그저께부터 직접 가게로 오셔서 이벤트를 준비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보고 계신 이 모든 것은 다 박 대표님의 아가씨를 향한 사랑의 표현입니다."그녀는 주체할 수없이 뚝뚝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름다운 불빛들이 서로를 비추는 가운데 펼쳐진 다양한 꽃들이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