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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장

점심.

진아연은 업무를 마치고 직접 운전해서 여소정을 만나러 갔다.

오늘은 여소정이 두번 째 심리치료를 받는 날이었다. 치료를 받고난 후의 컨디션은 전에보다는 훨씬 좋아보였다.

"강진이 죽으니 내 마음속의 한도 조금 줄었나봐." 여소정은 커피를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열등감 때문에 자신한테 부담주지 말래. 죄책감을 가질 사람은 가해자이기 때문이라고."

"응. 너 지난번에 매니큐어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이따가 같이 하자! 나도 하고 싶어." 진아연은 조금 가벼운 화제로 바꿨다.

여소정은 진아연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너 언제부터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했어? 오늘 목걸이까지 하고, 날 만난다고 일부러 한 건 아니지? 이따가 박시준 만나?"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시준 씨 요즘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어. 데이트는 무슨. 결혼하는 데 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많을 줄 몰랐어."

"그건 그쪽에 도와주는 어른이 없어서 그래." 여소정은 한마디로 정곡을 찔렀다. "나랑 하준기가 결혼식을 할 때 봐봐, 우리 둘은 식사 메뉴 정하는 거랑 하객 리스트 정하는 거 빼고 다른 건 전혀 신경 안 썼어. 보통 다 그래, 젊은 사람들이 결혼 하면 부모님들이 다 도와서 하는 거야. 너희는 양쪽 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힘들지."

이 얘기를 할 때마다 진아연은 마음속으로 늘 쓸쓸했다.

"박시준 씨가가 그제 밤에도 이것 때문에 술을 잔뜩 마시고 취했었어." 진아연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너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나도 엄마 생각이 나네.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나랑 박시준이 화해하고 아이도 하나 더 생기고 하는 걸 보시면 엄청 좋아하셨을텐데."

"어머님이 당연히 좋아하셨겠지. 근데 넌 아빠 생각은 안 나?" 여소정은 물었다.

진명그룹은 사실 진준이 설립한 회사였다. 파산이 나서 진아연이 다시 애써 재창립을 한 것이었다.

진준이 바람을 피운 건 잘못한 것이지만 죽기 전에 모든 유산을 다 진아연에 남기고 간 것이었다. 때문에 그나마 미움만 남기지 않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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