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과 아들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사실 진아연은 방금 말을 하고 바로 후회가 되었다.한이가 3살은 아니지만 그래봤자 아직 10살도 안되는 아이뿐이었다.그리고 아이는 몇 살이든 엄마 앞에서는 늘 엄마의 용서와 포용을 원하기 마련이다.장희원이 돌아가기 전에 진아연도 마찬가지였다.진아연은 후회됐다. 최경규한테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까지 가져와 아들한테 쏟아부은 건 잔아연의 잘못이었다.진아연이 한이를 쫓아가려고 할 때, 한이는 이미 별장을 떠나 버렸다.진아연이 내려왔을 때 아래층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라엘아, 그만 울어. 엄마가 경호원 아저씨한테 쫓아가라고 했어. 별일 없을 거야." 이모님은 지성이를 안고 라엘을 달래고 있었다.진아연의 기분은 최악이었다.진아연이 집에 있는 라엘을 먼저 달랠까 집 나간 한이를 먼저 달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라엘이가 다가와 엄마를 안았다."엄마, 오빠 혼냈어요?"진아연은 겨우 입을 열었다. "오늘 엄마 기분이 많이 안 좋아. 아마도 오빠한테 말을 좀 심하게 한 것 같아.""흥흥...오빠가 집 나가는 거 싫어요! 엄마 빨리 오빠 찾으러가요!" 라엘은 눈물을 닦으며 진아연을 밖으로 끌어냈다.진아연이 라엘이랑 함께 한이를 찾아 나가려던때 경호원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경호원은 이모님에게 전화를 했다.이모님은 전화를 받고 '네' 라고 두 번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아연 아가씨, 경호원이 걱정하지 말래요. 한이를 따라 갔다고 하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 한이가 밖에서 바람 좀 쐬다 보면 기분이 풀릴 거예요, 괜찮아지면 데리고 들어온대요." 이모님은 진아연에게 말했다.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좀 심하게 말한 것 같아요.""아연 아가씨, 너무 자책하지 마요. 아이한테 심하게 한들 얼마나 심하게 하겠어요? 한이 반응이 격한 거였을 거예요." 이모님도 마음이 무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아마 한이가 아빠가 준 글씨본을 보고 아빠가 글씨를 잘 못 쓴다고 놀렸다고 생각했나 봐요.
엄마와 아들은 그렇게 벤치에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30분 정도 흐르고 나서 한이가 입을 열었다. "엄마, 들어가요."진아연은 멍을 때리다 바로 일어나 한이의 손을 꼭 잡아줬다.오늘 밤의 모든 갈등은 박시준으로부터 일어났다. 하지만 정작 박시준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진아연은 이모님한테 오늘 일을 박시준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결혼식 준비만으로도 버거운데 최경규까지 나타나 박시준은 이미 많이 피곤한 상태였다. 진아연은 더이상 사소한 일들로 박시준을 더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저녁 10시,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진아연은 텅 빈 침대를 보며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그는 박시준이 몹시 보고싶었다.박시준이 같이 있을 때 저녁에 누워 낮에 있었던 일 얘기도 하고 아이 교육에 대해서 논의도 하고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하곤 했었다.두 사람은 분명히 오랫동안 함께했지만 여전히 할 말은 끝없었다.진아연은 한숨을 쉬었다.지금 박시준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잠시 고민 끝에 진아연은 지금 박시준한테 가기로 했다.30분 후 진아연은 박시준 별장 앞에 도착했다.경호원이 문을 열어줄 때, 진아연은 말했다. "대표님께 알리지 말아요."경호원은 바로 진아연의 뜻을 알아차렸다.서프라이즈!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 하는 것이 틀림없다.진아연은 별장에 들어갔다.홍 아줌마가 진아연을 보고 왜 왔는지 물어보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대표님이 결혼식 세부사항들을 체크하느라 아직 주무시지 않을 거예요.""네, 들어가서 쉬세요! 저 오늘 밤 여기서 묵을 거예요." 진아연은 수줍게 말했다.홍 아줌마도 얼굴이 빨개지며 바로 자리를 피했다.2층, 서재.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린 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진아연과의 모든 과거를 하나 하나 떠올리고 있었다.박시준은 결혼 서약서를 쓰고 있었다.박시준은 이미 자기의 서약서는 다 썼다. 하지만 진아연의 서약서를 쓰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진아연한테 쓰라고 했고
박시준은 마음이 조여왔다. 그래서 잡은 손을 끌고 서재를 떠나려고 했다.진아연은 박시준이 피하려고 하니 바로 손을 놓고 책상 쪽으로 갔다."결혼식 현장 배치는 잘 됐어요? 리허설은 언제 해요? 오늘 동영상 찍었어요?" 진아연은 질문을 하며 아예 의자에 앉았다.자리에 앉자 박시준의 노트북에 열려 있는 문서가 한눈에 보였다."에헴!" 진아연의 얼굴은 순간 달아올랐다. 그리고 기침을 했다."너가 너무 조금 써서 내가 좀 늘려 쓰려고." 잘생긴 박시준의 얼굴도 조금 빨개졌다.박시준은 긴 팔을 뻗어 노트북을 덮으려 했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손을 막고 그를 쳐다보았다. "제가 쓸게요! 그때 좀 급해서 대충 썼어요. 다시 쓰면 좀 많이 쓸 수 있어요.""그렇게 많이 쓰지 않아도 돼. 감정을 실어 써서 나를 감동시키면 돼." 박시준은 가장 기본적인 요구를 했다.이 기본적인 요구에 진아연은 도로 긴장이 되었다."왜? 어려워?" 박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진아연은 보며 물었다.진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 너무 쉽죠!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당신이랑 왜 결혼하겠어요? 안 그래요?""응. 그래, 그럼 쓰고 있어, 나 씻고 올게. 다 씻고 나왔을때 마음에 쏙 드는 결혼 서약서가 내 앞에 있었으면 좋겠어." 박시준은 부드럽게 진아연을 바라보며 큰 손으로 어깨를 토닥해줬다.아주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듯했다.진아연은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럼 오늘 좀 오래 씻고 와요...""알았어. 천천히 씻을게."박시준이 나가고 진아연은 궁금증을 못 참고 컴퓨터에서 박시준이 쓴 서약서를 찾았다.10분 후, 진아연은 박시준의 서약서를 읽고 완전히 감동에 빠져 버렸다.박시준은 씻고 나와 진아연이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다 씻었어요?" 진아연은 박시준을 올려다보았다."서약서 다 썼어?" 박시준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깊은 눈망울로 진아연을 바라보았다.진아연은 노트북을 가져와 박시준에게 보여주었다."방금 당신이 쓴
진아연은 드라이기 전원을 꽂고 박시준에게로 다가갔다.박시준은 갑자기 진아연을 안아 버렸다.진아연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마치 한손에 잡혀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사랑의 보따리에 싸인 듯했다.얇은 잠옷을 넘어 박시준의 체온은 그대로 진아연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의 숨결이 다가왔다.진아연은 자기가 박시준에게 한 질문이 들려왔다. "시준 씨, 요즘 많이 힘들죠?""응, 하지만 보람이 있어." 박시준은 천천히 대답했다. 그의 숨소리는 더 거칠어졌다. 박시준이 완전히 편한 상태인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럼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마요.""응."진아연은 드라이기를 켰다.진아연은 손끝으로 박시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따스한 바람에 박시준은 슬슬 잠이 왔다.잠시 후 박시준의 머리는 다 말랐다. 하지만 진아연은 드라이기를 끄기가 아쉬웠다.진아연은 자기 몸에 기대어 잠이 든 박시준이 느껴졌다.박시준의 무게가 슬슬 자기에게로 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최경규가 지금 자기를 찾아와 한 달에 400억을 달라고 해도 줄 것 같았다.진아연은 박시준을 위해 짐을 같이 안고 가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그가 덜 힘들고 덜 억압받았으면 했다.하지만 박시준 몰래 최경규에게 돈을 주는 걸 알면 박시준이 엄청 화를 낼 것이다.진아연은 중간에 가장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었다.깊은 밤, 진아연의 눈망울은 희미한 별빛 아래 더욱 또렷또렷해 보였다.박시준의 현재 능력으로 최경규가 어떤 협박을하든 박시준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때문에 최경규가 가장 큰 위협은 될 수 없었다.가장 큰 위협은... 최운석이다.최운석이 박시준한테 무슨 짓을 한다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이 신분이 뒤바뀐 것이 알려지면 박시준이 박준구를 죽인 사실까지 밝혀지는 것이 아닐닐까?박시준이 A국에서 엄첨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모든 일들이 하나, 하나 속속 드러나면 그에게 가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눈물은 소리없이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차갑게 적셨다.진아연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시준 씨, 이건 당신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제가 악몽을 꿔서 그래요."그녀가 황급히 설명하는 모습을 본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무슨 악몽을 꿨는지 알려줄래?"그녀는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르려 했다."우리가 결혼하는 꿈을 꿨어요. 성당 앞에 서 있었는데 주위엔 하객들로 붐볐고 난 아주 기뻐했죠. 그런데 갑자기 성당 지붕이 열리더니 눈부신 빛줄기가 들어왔어요. 아주 큰 검은색 괴물이 빛과 함께 나타나더니 거대한 발톱을 내밀어 당신을 잡아갔어요..."말을 하는 그녀는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가슴이 아파져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연아. 그건 꿈이야. 현실이 아니라고. 세상에 거대한 괴물 따위가 어디에 있어. 정말 거대한 괴물이 나타난다고 해도 난 잡혀가지 않고 오히려 괴물을 잡을 거야."그녀는 눈앞에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안고 잘게." 그는 불을 끄고 옆에 누워 기다란 팔을 내밀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녀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그의 익숙하고 따뜻한 숨결을 느끼며 슬픈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녀가 오늘 밤 그를 찾아온 건 그가 보고 싶어서였기도 하지만 최경규의 일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최경규의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면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 밤 그에게서 긴장함과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최경규가 나타난 게 그에겐 아무런 위협이 안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그녀가 깊은 잠에 빠진 후 박시준은 잠이 들 수 없었다.그녀의 흐느낌 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그 흐느낌은 너무 슬프고 괴로워 보였다. 안정감이 부족해서인 걸까?결혼에 대한 두려움이거나 그녀가 그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어서인 건 아닐까?그는 최근 그녀의 생활을 돌이켜봤다.그녀는 결혼식 준비에 참여하지 않았다. 매일 회사로 출근하는 것 외 여소정과 가끔 만나거나 아이들과 함
"아연이가 그 환자에게 창가에 빨간색 물건을 놓으라고 했대요. 창가에 빨간 색 물건이 있는 걸 발견하면 제가 찾아갈 거예요." 마이크는 사진 한 장을 꺼내면서 말했다. "이걸 봐요, 이 사람이 바로 그 환자예요."몇 초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던 조지운이 놀랍게 소리 질렀다. "이 사람이 어딘가 낯익어요.""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시은 씨랑 닮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마이크가 말했다. "아연이가 이 사람에게 병을 봐주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예요."조지운은 사진을 받아들고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봤다. "얼핏 보면 비슷하긴 한데 자세히 보면 또 너무 닮은 것 같진 않아요.""찾아내면 다시 보죠. 어쨌거나 불쌍한 사람이에요. 방안에 갇힌 채 자유롭지 못하니 말이에요." 마이크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연이는 쓸데없는 일에 간섭하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이런 일에 간섭하는 게 나쁘다고만 생각할 순 없는 것 같아요.""자신의 삶에 지장이 없고 자신의 능력이 닿는 선에서 좋은 일을 하니까요."모 주거 지역.최운철은 여동생의 옷을 말릴 때 창밖에 드론 하나가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형, 밖에 드론이 있어.""드론이 뭐가 이상해.""저 드론 너무 느리게 날고 있는데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 곧 우리 이쪽으로 올 거야."이 말을 들은 최운철은 미간을 찌푸리고 창가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드론을 본 그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고황급히 최운석의 방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최운석은 창가에 서서 밖에 있는 드론을 바라보며 창밖을 향해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최운철은 숨을 들이쉬고 성큼성큼 다가가 최운석을 끌어당겼다."저 드론이 널 찾아온 거야? 진아연이 보낸 드론이지? 진아연의 회사가 드론을 만드는 회사잖아. 왜 드론이 여기 있나 했어. 너희들이 미리 짰던 거구나!"화가 난 최운철은 최운석을 밀어 땅에 쓰러뜨리고빠른 속도로 다가가 창문을 닫았다.창문을 닫는 순간 그는 창밖에 놓인 빨간색 티셔츠를 보았다. 그는 창문을 다시 열고 티셔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그녀는 오늘 박시준이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줄 몰랐다.박시준은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습관이 없었고이 사람들은 낮은 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기 전에는 거실에 사람들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했다.거실에 있는 사람들을 3초 정도 바라보던 진아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녀는 곧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아래층으로 내려갈 땐 조용했었는데 올라갈 땐 '턱턱' 하고 우레 같은 소리를 냈다.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눈빛을 거두었다."시준아, 네가 결혼하려는 여자가 저 여자야?""지난번 그 여자 아니야? 지난번에 널 죽일 뻔했던 걸 잊었어?""어쩐지 눈에 익다 했더니, 지난번 그 여자야? 시준아, 너 꽤 순정적이야?""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저 여자가 시준의 아이를 낳았잖아. 그것도 셋이나. 그럼 된 거야.""하지만 시준이는 아이를 싫어하잖아.""하하! 다른 사람의 아이를 싫어하는 거지 자기 자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너도나도 당사자 앞에서 깔깔대며 이야기를 나눴다.박시준은 얼굴이 빨갛게 된 채 담담한 기분으로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예전에 어떤 원한이 있었던지 지금의 그와 진아연은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위층에서, 진아연은 이미 방문 앞까지 갔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곧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아래층에 있는 저 사람들이 예전에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포레스트 별장에서 그들을 본 적이 있다.몇몇은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다른 몇몇은 포레스트 별장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이 사람들이 왜 갑자기 여기에 있는 것일까? 박시준이 초대한 건가? 아니면 그들이 직접 온 건가?박시준은 그들과 무슨 사이인 걸까?그녀는 직감적으로 그들이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그녀의 지인 한 명이 이 사람 중 한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이 사람은 오지 않았다.그 사람은 노경민 교수님을 찾아 병을 본 적이 있고 수술할 때도 그녀가 노경민 교수
"어떻게 상관없을 수 있어? 너 그럼 손해 보는 거야, 네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를 못 찾는 것도 아니잖아. 그 여자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사귀면 30명을 낳아도 네 성을 따를걸."박시준: "..."진아연: "...""맞아! 너 여자를 보는 눈이 그게 뭐냐? 진아연은 참 사리 분별 못 하는 것 같아. 방금 우릴 봤으면서 인사도 안 했어. 우릴 뭐로 보는 거야?""정말 예의 없어. 그리고 예전에 너한테 하는 걸 봤는데 평소에도 오만하고 무례한 것 같아. 넌 왜 이런 여자를 봐주면서 참고 사는 거야?""시준아, 그냥 헤어져. 내가 더 좋은 여자를 소개해 줄게. 너의 혼인 생활에 절대 영향 주지 않을 거야.""맞아, 내 여동생이 너한테 눈독을 들인 지 오래됐어. 진아연보다 훨씬 예쁘고 몸매도 훨씬 화끈해. 널 아주 편안하게 모실 수 있을 거야."박시준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양할게. 나랑 진아연은 서로 좋아한 지 오래됐어. 그녀가 아니면 다른 그 누구라도 싫어."계단 모퉁이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진아연은 그의 대답을 똑똑히 들었다.감동해야 맞는데 그녀의 머릿속엔 그의 친구들이 했던 더럽고 추악한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그녀가 오만하고 무례하다고?그녀가 산발을 한 채 잠옷을 입고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야 예절 있는 건가?그리고 박시준에게 여동생을 소개해 주겠다며 박시준에게 신부를 바꾸라고 하는 저 남자도 너무 역겨웠다.그녀는 화가 나 입술이 떨려왔다. 당장 내려가 화를 내지 않는다면 그녀가 호락호락 한 줄로 알 것이라 생각했다.이런 생각을 한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쾅쾅' 소리가 나도록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그녀는 일부러 그랬다.자신이 그곳에 숨어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걸 그들에게 알리려 했다.아니나 다를까 발소리가 들리자 거실은 한순간 조용해졌고다 같이 소리가 들려온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발소리가 사라져서야 사람들은 시선을 거두었다."아까 올라갔던 거 아니었어? 방금 그 발소리는 누구 거야?"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