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상관없을 수 있어? 너 그럼 손해 보는 거야, 네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를 못 찾는 것도 아니잖아. 그 여자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사귀면 30명을 낳아도 네 성을 따를걸."박시준: "..."진아연: "...""맞아! 너 여자를 보는 눈이 그게 뭐냐? 진아연은 참 사리 분별 못 하는 것 같아. 방금 우릴 봤으면서 인사도 안 했어. 우릴 뭐로 보는 거야?""정말 예의 없어. 그리고 예전에 너한테 하는 걸 봤는데 평소에도 오만하고 무례한 것 같아. 넌 왜 이런 여자를 봐주면서 참고 사는 거야?""시준아, 그냥 헤어져. 내가 더 좋은 여자를 소개해 줄게. 너의 혼인 생활에 절대 영향 주지 않을 거야.""맞아, 내 여동생이 너한테 눈독을 들인 지 오래됐어. 진아연보다 훨씬 예쁘고 몸매도 훨씬 화끈해. 널 아주 편안하게 모실 수 있을 거야."박시준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양할게. 나랑 진아연은 서로 좋아한 지 오래됐어. 그녀가 아니면 다른 그 누구라도 싫어."계단 모퉁이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진아연은 그의 대답을 똑똑히 들었다.감동해야 맞는데 그녀의 머릿속엔 그의 친구들이 했던 더럽고 추악한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그녀가 오만하고 무례하다고?그녀가 산발을 한 채 잠옷을 입고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야 예절 있는 건가?그리고 박시준에게 여동생을 소개해 주겠다며 박시준에게 신부를 바꾸라고 하는 저 남자도 너무 역겨웠다.그녀는 화가 나 입술이 떨려왔다. 당장 내려가 화를 내지 않는다면 그녀가 호락호락 한 줄로 알 것이라 생각했다.이런 생각을 한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쾅쾅' 소리가 나도록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그녀는 일부러 그랬다.자신이 그곳에 숨어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걸 그들에게 알리려 했다.아니나 다를까 발소리가 들리자 거실은 한순간 조용해졌고다 같이 소리가 들려온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발소리가 사라져서야 사람들은 시선을 거두었다."아까 올라갔던 거 아니었어? 방금 그 발소리는 누구 거야?" 누군가
잠시 후.박시준은 진아연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사람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들이 손깍지를 하고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밖에 나가 먹자." 박시준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했다. "지금 가면 시간이 딱 맞아.""그래도 되긴 한데 저렇게 입고 나갈 거야?" 그 사람은 진아연의 옷차림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 "시준아. 저렇게 입고 같이 나가면 창피하지 않겠어?"박시준은 진아연을 훑어보았다.그녀는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심지어 치마가 조금 구겨져 있었고 발에는 플랫 홈 슈즈를 신고 있었다.옷차림이 아주 캐주얼했지만 깨끗하고 상큼해 보였다.게다가 여기엔 그녀가 갈아입을 옷과 신발이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지금 배가 고팠다.그래서 지금은 밥 먹으러 가는 게 가장 요긴한 일이었다.박시준은 진아연을 한번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아연은 방금 말을 하던 남자를 바라보더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난감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나랑 같이 밥 먹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좀 있다 같이 밥 먹으러 가지 마세요."사람마다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녀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어쨌거나 그녀가 알몸으로 나온 것도 아니니 말이다.박시준도 그녀의 이런 모습을 개의치 않는데 다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손가락질한단 말인가?다들 아무 말이 없자 진아연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요, 너무 배고파요."배부르게 먹지 않고서 무슨 힘으로 그들과 싸운단 말인가?사람들은 차에 올라 레스토랑으로 출발했고얼마 안 지나 곧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사람이 조금 많았기에 박시준은 조그마한 연회장 하나를 요구했다.여자 일행을 데려온 사람이 있었기에 남자 한 테이블, 여자 한 테이블로 나눠 앉기로 했다.그리고 한 남자가 박시준을 남자들이 있는 테이블로 끌고 갔다.이 모습을 본 진아연은 눈 깜작하지 않고 박시준을 따라 그의 옆에 앉았다."전 시준 씨랑 연애를 시작해서부터 늘 밥을 같이 먹었어요. 이건 우리의
박시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람들과 의논했다. "술만 마시면 취하거든. 취하면 주사가 있어. 사람을 욕하거나 술상을 엎는다거나 하니까 너희들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다면... 술 한잔 마시도록 할게. 어때?"그의 말에 협조하기 위해 진아연은 와인잔을 높이 들었다."됐어, 그만하자. 오랜만에 어렵게 만났는데 술이나 마시자... 진아연 씨, 술잔을 내려놔요." 그중 한 사람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렸다.진아연은 뾰로통해서 술잔을 내려놓았다.웨이터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고 잠시 후 맛있는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진아연은 너무 배가 고파 음식이 다 오른 후 말했다. "여러분, 음식이 다 올랐으니 드세요. 저한텐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요."말을 마친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집어먹었다.평소 잘 사는 그들은 이미 질리도록 고기를 먹었지만 진아연이 고기만 골라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언짢았다.그들의 여자친구는 평소 고기를 별로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아연 씨, 왜 고기를 이렇게 많이 먹어요? 살찔까 걱정되지 않아요?" 그녀의 행동이 한 남자의 불만을 자아냈다."시준 씨가 그러는데 제가 너무 말랐대요. 제가 고기를 먹어야 좋아해요.""그래요? 별로 마른 것 같지 않은데요? 진아연 씨 같은 몸매는 아주 평범...""당신이 내 남편도 아닌데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진아연은 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느끼한 남자가 제일 싫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당신과는 다르게 교양이 있어서 싫은 게 있어도 참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요. 당신이 먼저 저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다면 저는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녀의 말은 박시준을 제외한 다른 남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박시준은 분위기가 팽팽해진 걸 보고 술잔을 높이 들었다.이렇게 많은 음식을 시켜놓고 먹지 않는다면 낭비일 것이니 일단 밥부터 먹고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아연이가 어려서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 다들 이해해 주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기사가 물었다. "진아연 씨, 어디로 갈까요?""집으로 가요." 진아연은 배부르게 먹었더니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그녀는 휴대폰을 켜고 새로운 문자가 없나 확인했다.마이크가 그녀에게 드론이 찍은 동영상 스크린샷을 보내왔다.마이크: 오늘 오전엔 첫 번째 목표 아파트를 순찰했어. 총 7개의 창가에 빨간색 물품이 놓여 있길래 하나씩 조사해 봤는데 네가 찾는 그 환자는 없었어. 오후에 계속 찾아볼게.진아연은 마이크가 이토록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줄 몰랐다. 그녀는 마이크에게 수고했다고 문자를 보냈다.마이크: 이제 깬 거야? 어젯밤 박시준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디야? 아직도 박시준 집이면 가서 밥 좀 얻어먹자.진아연: 나 지금 그 집에 없어. 오늘 어중이떠중이들이 잔뜩 왔길래 내가 내쫓았어.마이크: 이런, 너 그렇게 대단했어? 그 사람들은 손님이잖아!진아연: 날 처음 알고 지내는 것도 아니잖아. 그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결혼했으니 시준 씨 일이면 우리 가족의 일이잖아. 만약 결혼한 후에 시준 씨가 나에게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나도 그 사람을 위해 변할 거야.마이크: 그래. 너희들 결혼했으니 이젠 한 가족이지. 박시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너한테도 불똥이 튈 거야. 너 혹시 어젯밤 한이를 혼냈어?진아연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누가 그래?마이크: 오늘 아침 아이들이 네가 집에 없는걸 보고 네가 화나서 나간 줄 알더라고. 그래서 어젯밤 한바탕했겠구나 했지. 하지만 애들 걱정은 하지 마. 이모님이 아침에 홍 아줌마에게 전화했어. 그래서 네가 박시준이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진아연: 그런 과장된 단어 좀 안 쓰면 안 돼? 내가 그 사람을 찾아간 건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야.마이크: 그렇게 늦은 시간에 네가 무슨 일로 박시준을 찾아가?진아연: ...마이크: 하하하하하!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대꾸하지 않으려 했다.잠시 후 마이크에게서 전화가 걸
한 시간 후 운전기사는 공항에 가서 박시준을 픽업했다.박시준이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가 물었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박시준은 미간을 누르며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회사로 가."운전기사: "알겠습니다."차가 출발한 후 운전기사는 백미러로 박시준의 안색을 살폈다.마침 그 모습을 본 박시준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대표님, 진아연 씨를 모셔다드릴 때 진아연 씨가 누군가와 전화로 싸웠어요." 운전기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 일을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 대표님이 진아연 씨에게 프러포즈를 안 해서 절차 하나가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아연 씨가 화를 내며 얼굴이 빨개진 채 전화를 끊었어요."진아연과 마이크는 이런 다툼이 늘 있는 일이었지만 운전기사는 처음 보는 거라 진아연이 많이 화가 난 줄로 알았다.운전기사가 과장된 표정으로 말하는 바람에 박시준은 진아연이 정말 크게 화가 나 있는 줄 알았다.진아연이 프러포즈를 받지 못한 걸 비웃는 사람이 있으니 5월 휴가 때 프러포즈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프러포즈에 관한 것을 구상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프러포즈를 했던 경험이 없던 그는 결국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그는 그룹 채팅에 문자를 발송했다. "5월 휴가 때 진아연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는데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없을까?"성빈: 결혼식 날짜를 이미 잡아놓은 거 아니었어? 왜 번거롭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거야?조지운: 대표님 혹시 한 번 로맨틱한 행동을 하고 싶은 거예요? 5월 휴가 때 프러포즈하고 며칠 뒤에 결혼하면 딱 좋네요.하준기: 난 소정이와 휴가 때 가족들의 도움으로 프러포즈 했어요. 휴가 때 머무는 방을 장식하고. 예쁜 조명이랑 장미꽃도 준비했어요. 은은한 음악도 켜고 나중에 방으로 불러 무릎을 꿇고 반지를 꺼냈더니... 감동에 눈물을 흘리더라고요.박시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성빈: 평범해.조지운: 평범 +1하준기: 하지만 소정이가 정말 울었다니까. 아주 감
그날 저녁.스타팰리스 별장.저녁 식사 시간.마이크는 자신의 5월 휴가 계획을 진아연에게 자세히 말해주었다."나한테 왜 그걸 알려주는 거야? 내가 같이 갈 것도 아닌데." 진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내가 한이를 데려갈 거거든. 그래서 너한테 알려주는 거야." 마이크가 설명했다. "한이가 우리랑 같이 놀러 가는 걸 허락하지?"진아연은 한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같이 가고 싶어? 5월에 휴가 갈 수 있어?"한이: "이미 약속했어요."진아연: "..."마이크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너만 의견이 없다면 5월 휴가 때 한이를 데리고 갈 거야. 라엘이도 김세연 씨와 함께 놀러 간다고 하던데 우리 지성 왕자님도 데리고 가고 싶은데 이모님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진아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들을 둘러보았다. "왜들 그래? 정말 나 혼자 집에 있으라는 거야?""박시준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며?" 마이크가 놀렸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냥 해본 얘기야. 내가 그 사람이랑 무슨 오붓한 시간을 보내? 5월 휴가 때 시간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진아연은 혼자 남겨졌단 생각에 조금 섭섭했다."같이 놀자고 하면 되잖아. 결혼식까지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며칠 놀 시간이 없겠어?" 마이크가 그녀를 위로했다. "어쨌거나 난 이미 한이의 티켓까지 예매했어. 그때 가서 매일 너한테 영상 통화할게."진아연은 코웃음 치고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라엘이가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 엄마도 나랑 같이 세연이 삼촌이랑 놀아요. 세연이 삼촌이 다이빙하는데 데려가 준댔어요.""됐어. 엄만 집에 있을 거야."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5월 휴가 때 뭐 할 거냐고 물으려 했다.이때 이모님이 국 한 그릇을 들고 걸어왔다."아연 씨, 마이크 씨가 지성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던데 안 좋을 것 같아 거절했어요." 이모님이 진아연에게 말했다. "지성이가 아직 어려서 면역력이 낮아요. 아연 씨가 함께 가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 "정말이에요?"이모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지성이를 잘 돌볼게요. 절대 아프게 하지 않을 거예요.""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셨어요?" 진아연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모님이 지성이를 데리고 가시면 집에 저 혼자 남겠네요."이모님: "대표님에게 놀아달라고 하세요. 전 이미 마이크 씨랑 약속했어요."이모님은 진아연에게 말한 후 돌아갔다.진아연은 방에 돌아가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준 씨, 5월 휴가 때 무슨 계획이 있어요?"전화기 너머의 박시준은 이 일을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직 5월 휴가가 안 됐잖아?""이틀 뒤면 휴가잖아요. 마이크가 한이랑 지성이를 데리고 여행 가고 세연 씨가 라엘을 데리고 다이빙하러 간대요. 나만 휴가 계획이 없는 줄 알았네요." 그녀는 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아직 계획이 없네요. 설마 5월 휴가 때도 결혼식 일로 바쁜 건 아니겠죠?"박시준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다 나가 놀면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거야?""네, 그 말투는 날 동정하는 거예요? 당신도 혼자잖아요!""어떻게 보내고 싶은데? 내가 같이 놀아줄게." 그는 나지막이 웃었다."그래요... 그럼 그때 가서 다시 봐요. 전 일단 샤워하고 잘 생각해 봐야겠어요." 진아연은 한숨을 내쉬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아이들이 다 떠나간다니 적응이 안 되네요."박시준이 어떻게 그녀를 위로할지 생각할 때 그녀가 한마디를 보탰다. "하지만 난 좋아요, 애들 걱정도 없고 며칠 동안 나만을 위해 살 수 있잖아요."박시준: "...""참, 아연아, 너의 환자 중 최운석이라고 하는 그 사람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 박시준이 갑자기 물었다.진아연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 갑자기 이 문제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그 사람 가족들이 그 사람에게 안 좋게 대해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당신도 그 사람을 찾고 있고. 그 사람 가족
"최경규 신변에 있는 최운석이라는 사람을 조사해 봐." 그의 목소리는 온기가 하나도 없이 아주 차갑게 느껴졌다. "만약 무슨..." 뒷말은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최운석은 시은이의 쌍둥이 오빠다.그는 원래 박 씨 가문의 도련님이어야 했다. 아버지의 이쁨을 받을 수 없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좋은 걸 먹고 좋은 걸 보며 살아갈 수 있었다.박시준은 자신이 그의 이름을 차지하고 그의 가족을 차지하고 그의 인생을 차지한 채 지금은 그를 죽여 자신의 이름과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려 했다.이렇게 하면 너무 잔인한 건가?"대표님,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전화기 너머로 경호원이 물었다. "지시를 내려주세요."박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자신이 다음 생엔 지옥에 갈 거라는 알기에 이번 생은 끝까지 이기적으로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하나님이 그에게 불공평하게 나쁜 카드를 주셨는데, 그가 마음이 약해진다면 어떻게 이 나쁜 카드로 이길 수 있겠는가!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마음이 답답했다.그녀는 박시준과 곧 결혼할 것이고 모든 건 완벽하고 행복해 보였지만 그녀는 그가 고집스럽고 성격이 강해서 아무한테도 굴복하지 않는 남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최운석은 두 사람 사이의 가시가 되었다.이 가시는 두 사람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찌르진 않을 테지만 달콤한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게 했다.그녀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 뒤 화장대 거울 앞에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쁜 결과를 예상해 자신을 놀라게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박시준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했으니 그녀가 그를 찾아가 잘 설득한다면 최운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몰랐다.이렇게 생각하니 답답하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침대에 올라 휴대폰을 손에 들고 5월 휴가 때 어디로 놀러 갈지 찾아봤다.국내에서 핫한 관광지를 찾아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