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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뭐? 하루에 몇백만 원씩 하는 스위트룸에 있다고? 개자식, 감히 우리 희지 돈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 아무래도 네가 들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은 모양이야.”

서아란은 염무현이 쓰는 돈이 아까워서 손이 다 벌벌 떨릴 지경이었다. 양준우도 마찬가지로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난 스위트룸이라는 걸 구경도 한 적 없어!”

모자는 곧바로 기세등등해서 히스턴 호텔로 출발했다.

...

같은 시각, 염무현은 호텔에서 느긋하게 천 가방을 정리했다. 가방 안에는 여러 가지 은행의 블랙카드만 해도 수십장이 있었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50%의 재산을 내놓아야만 염무현을 의사로 청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그는 10%만 남기고 나머지 90%는 전부 기부했다. 그런데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남았다.

그의 재력으로 양희지는 얼마든지 평생 놀고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듯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힘든 길을 선택했다.

블랙카드 말고는 그가 사부님에게서 물려받은 자그마한 가방이 있었다. 이는 노루 가죽으로 만든 가방인데, 침술 도구를 보관하는 데 쓰였다.

사부님에게서 받은 유일한 물건인 노루 가죽 가방은 그에게 아주 소중한 것이었다. 이 가방을 물려준 계기로 그의 사부님은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쾅쾅쾅!

급박한 노크가 들려오자, 염무현은 당연히 공혜리가 도착한 줄 알고 문을 열었다.

“준우랑 어머님이 여긴 어떻게...?”

염무현은 잠깐 멈칫하면서 물었다. 그가 자신을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원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서아란은 급기야 인상까지 썼다.

“왜, 우리가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어디서 감히 우리 누나 돈으로 잡은 스위트룸에서 잘난 척이야!”

양준우는 염무현을 팍 밀치더니, 당당하게 소파로 가서 앉았다. 서아란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보탰다.

“너랑 희지 일은 우리도 들었다.”

“네, 저희 이혼했어요.”

“흥, 알면 됐다! 희지도 참 박복하지. 어쩌다 너 같은 개자식을 만났을까. 네가 시간을 낭비하지만 않았어도 우리 희지는 진작 재벌가 사모님이 됐을 거다. 그런데 네가 감히 희지 돈을 받아? 네 양심은 밥 말아 먹었니?”

염무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만약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양씨 가문은 진작 파산했을 것이고, 양준우도 10년 정도 복역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됐어, 그 자식한테 얘기해서 뭐 해.”

양준우는 손을 흔들면서 명령했다.

“야, 다른 건 모르겠고 우리 누나한테서 받은 돈이나 내놔.”

“무슨 돈?”

염무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양준우는 눈을 부릅뜨면서 외쳤다.

“모르는 척하지 마!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온 줄 알아? 네가 우리 누나한테서 차랑 집, 그리고 돈 6억을 삥 뜯었잖아! 그거 다 우리 집안 돈이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내놔!”

“...희지가 그런 제안을 한 건 사실이지만 난 받지 않았어.”

염무현의 대답을 들은 서아란은 목청을 높이면서 바락바락 말했다.

“뻔뻔한 자식, 공돈을 안 받을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리고 그 돈 없이 네가 무슨 수로 이런 방을 잡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염무현은 변한 건 양희지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양씨 집안사람들은 그에게 친절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양희지가 이혼을 결심했다면,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그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대변해 주는 사람, 혹은 그를 그리워해 주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줄 알았다. 지금 보니 한 가족이 다 같은 생각인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염무현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차가운 말투로 단호하게 말했다.

“제 말을 못 믿겠으면 희지한테 전화해요. 저는 희지한테서 아무것도 받지 않았어요. 그러니 이만 나가줄래요?”

염무현이 지금 얼마나 큰 인내심으로 말하고 있는지 모자는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서아란은 여전히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아우성쳤다.

“우리가 왜 네 말 대로 해야 하는데? 희지한테 받은 걸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내놔! 안 그러면 오늘 네 살을 갈기갈기 찢어서라도 찾아낼 테니까!”

양준우는 이제 기다리기도 지친 듯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마, 범죄자랑 길게 얘기해서 뭐 해? 그냥 우리가 직접 찾자.”

말을 마친 양준우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천 가방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가방 속에 있던 물건이 우수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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