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45화

여자아이는 말할수록 마음속에서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도 원래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던 평범한 여자아이었는데 갑자기 동생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진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둠의 길로 접어든 것이었다.

그녀는 주리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차수현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기만 간절히 바랐다. 게다가 그녀가 동생의 일까지 들춰내는 바람에 주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너…”

주리는 그 여자아이가 자신이 한 일을 전부 털어놓자 당황해 안절부절못했다.

주변에 있던 주리가 요청한 기자들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보고 대충 무슨 일인지 속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하나 둘씩 주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기세가 수그러지고 말았다.

그들은 자칫하면 유용한 뉴스를 얻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리의 미움까지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여기에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때로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너무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다.

기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더 이상 주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곧 너도나도 자리를 떠났다.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냥 이렇게 가시는 거예요? 조금 전까지 그 정의롭고 당당한 태도로 진실을 폭로하려고 하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간거죠? 소위말하는 기자들의 직업 윤리도 그저 보여주기 식인가요?”

차수현의 말에 기자들의 얼굴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하지만 마땅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들은 주리와 오랜 시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나서야 할 때와 굳이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속은 내키지 않았지만 조용히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이 떠난 후, 떠들썩했던 방은 금세 조용해졌다. 주리 역시 점차 평정심을 되찾고 온은수를 담담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번에는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이렇게 운이 좋으시지 않을 겁니다.”

말을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