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예진은 이미애를 향해 눈 짓을 했고 이미애는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채 차수현을 끌고 자리를 비켰다.얼떨결에 이미애한테 끌려간 차수현은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고 온은수가 온 것을 보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절대 안 올 것 같던 온은수가 왜 자기발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차수현은 좀 의아했다.이미애는 차수현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차수현, 말 안 해도 알지? 네가 온은수 씨랑 결혼할 수 있었던 건 그때 예진이가 원치 않았기에 네가 운 좋게 대신 간 거야, 이제 온은수 씨도 깨어났으니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빠져.”차수현은 차씨네 식구들이 어떤 꿍꿍이인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오는 그 사람들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상종 못할 만큼 파렴치한 인간들. “제가 뺏은게 아니라 그때 예진이가 자기 입으로 싫다고 했거든요, 말은 똑바로 하시죠.”“그래서 뭐? 네가 예진이보다 잘난 게 뭔데? 온은수가 어떤 사람인데 감히 너 같은게 가당키나 해?”차수현은 이미애의 말에 반박을 하려 했지만 순간 뱃속에 있는 어린 생명이 생각났다. 그래, 차예진과 온은수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떠나서 이제 그 둘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차수현이 대꾸 한 마디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침묵으로 일관하자 이미애는 자신의 말이 잘 통한 것으로 여기고 내심 기뻐하며 미리 준비해 둔 수표 한 장을 건넸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꺼져주면 이 돈은 네꺼야, 예진이가 결혼하게 되면 그때 한 몫 더 챙겨줄게, 그러니까 네가 선택해.”차수현은 수표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옛날 같았으면 이 돈을 넙죽 받고 차예진을 온씨 부인 자리에 앉히고 좋아서 덩실덩실 춤을 췄을텐데 지금 이 시각 그녀는 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그러나 결국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정신을 다잡으며 차수현은 이내 수표를 건네받았다. “네, 그럴게요.”차수현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방으로 갔고 그 시각 온은수와 차예진 사
차예진은 피아노를 치며 맞은 켠에 앉아있는 온은수를 보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기 위해 차예진은 특별히 화이트 원피스를 입었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정성스럽게 관리를 받고 왔다, 그녀는 현란한 손 놀림으로 자신이 제일 잘하는 곡을 연주했는데 누가 봐도 우아하고 기품있는 공주님의 모습이였다.차한명은 자신이 곱게 키운 딸이 이렇듯 대견한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내 딸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남자라면 당연히 반하지 않겠는가?옆에서 연주를 듣던 온은수는 이내 듣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고 자기도 모르게 차수현이 생각났다. 차씨 집 딸이 둘인데 자매가 누구는 공주님인양 폼 나게 피아노 연주나 하고 있고 누구는 주방에서 음식이나 준비해야 하는 처지라니, 참 우습다.비록 여태 직접 음식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주방의 기름 냄새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온은수는 알고 있다, 게다가 홀몸도 아닌 차수현이 주방에서 음식 준비로 바삐 돌아다니며 온 가족이 먹을 식사를 챙겨야 한다는게 참 어이가 없다.온은수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고 그는 언짢은 듯 코웃음을 쳤다.마침 피아노 연주를 마친 차예진이 온은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씨익 웃었다, 이 남자 볼수록 매력적인데? 안 그래도 잘생긴 외모가 더 빛이 나다니, 차예진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온 대표님, 별 볼 것 없는 피아노 연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조언 해주실 말이께 있으시다면 기쁘게 듣겠습니다.”수줍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차예진을 보고 그제서야 그녀의 연주가 끝났음을 알게 된 온은수는 그녀를 위 아래로 쭉 스캔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예진씨는 피아노도 잘 치시네요, 부모님께서 참 잘 키우신 것 같네요.”온은수의 말에 차예진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둘 째 따님께서 우아하고 기품있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다른 따님은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차예진의 장끼 자랑에 온은수가 홀딱
얼떨결에 벌어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차수현, 온은수가 화가 난 이유가 이것 때문이였다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최근 몇 년간 차씨 집안에서 차예진과 자신에 대한 차별 대우가 그녀에겐 이미 익숙해졌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녀 본인 역시 이에 대해 한 번도 불평을 한 적이 없었고 말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이 모든걸 목격한 온은수가 이 일로 화를 내다니…차수현은 순간 왼 쪽 가슴이 뭔가에 심하게 쿵 부딪힌 듯 저려왔고 씁쓸한 마음과 함께 약간의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어쨌든 고마워요.”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시피 한 말이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 들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봉투를 품에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잘못을 한 어린 아이 같았다. 온은수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싶더니 이내 뭔가 깨달은 듯 이성을 되찾고 재빠르게 그녀한테서 시선을 피했다. “집에 가.”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온은수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순순히 조수석에 탔다. 달리는 차 안은 너무나 평온했고 차수현은 너무 졸린 나머지 고개를 이따금씩 떨구다가 결국엔 잠이 들었다.온은수는 잠이 든 그녀를 보자 에어콘을 끄고 속도를 줄이며 평소 그의 운전 속도 보다 천천히 운전을 했다.어느새 그들은 온씨 집 문 앞에 도착해고 온은수는 차수현을 깨우려다가 잠에 든 그녀에 모습을 바라보니 이미 깊은 잠에 든 듯 했다. 마침 따스한 햇살이 차창을 뚫고 비추어 들어오면서 그녀의 우유빛갈 피부를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뽀얀 살결과 얼굴의 솜털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유독 빛이났고 과즙미 팡팡 인간 복숭아를 방불케 했다. 살짝 벌린 그녀의 입술, 선분홍 빛 속살이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숨을 쉴 때마다 심지어 그녀만의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것 같다.한 동안 넋이 나간 듯 그녀의 미모를 지켜보고 있는 온은수,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그의 입술은 어느새 그녀한테 바짝 다가가
유예린은 버벅거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닌가요? 처음 뵙는 얼굴인데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네요.”온은수는 곧바로 윤찬에게 눈 길을 돌렸고 윤찬은 얼른 사진 한 장을 꺼내 유예린에게 보여주었다. “아가씨, 이 시계 보신 적 있으시죠?”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대략 추측은 했으나 윤찬이 건넨 사진 속 시계를 보더니 화들짝 놀란 유예린은 두 다리가 덜덜 떨리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가 제일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엔 터지고 만 것이다.안 그래도 요새 길에서 그 시계를 줏은 뒤로 불안에 떨려 입 맛도 없고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었던 그녀, 행여나 누가 찾아올 까봐 매일과 같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는데 안 좋던 예감이 전부 현실이 되어버렸다.딱 봐도 1억은 될만한 고가의 명품 시계인데 만에 하나 절도죄로 신고를 당하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콩 밥을 먹는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유예린은 너무 놀라고 무서운 나머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저기… 제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전 그저 일개 호텔 알바생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주세요!”갑자기 눈물을 보인 유예린을 보며 온은수는 당황한 얼굴이였고 당장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날 밤 자신의 행동이 너무 거칠고 난폭해서 그녀가 겁을 먹은 걸까?그날 밤, 온은수는 그녀의 신분을 오해했지만 그저 자신의 약성을 해소하기에만 급했던 나머지 그녀에 대해 추호의 동정과 연민도 없었다.여자들은 첫 경험이 무척 아프다고 하던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것도 어찌보면 정상이였다. 온은수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이내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당신한테 책임을 물을 생각 없습니다, 그 날은 제가 너무 섣불리 행동을 했고 당신은 아무 잘 못이 없습니다.”살면서 여자를 달래본 적이라곤 없는 온은수였는데, 그런 그가 어색한 표현으로 유예린을 달래고 있다.안 그래도 겁에 질려 반 넋이 나간 상태였던 유예린은 온은수의 부드러운 말투에서 그가 자신의 죄를 물을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았고
그 시각 유예린은 어떻게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사칭한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캐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유예린은 옆에 있는 윤찬을 슬쩍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방금 전 카드랑 이 집, 이거 다 저한테 주시는 거 맞죠? 그런데 뭘 한 것도 없는 제가 이런걸 덥석 받기엔 너무 부끄럽네요.”그녀의 말에 윤찬은 연한 미소를 지었다. “한게 왜 없어요? 당신은 대표님을 살렸잖아요, 대표님은 본인의 여자한테 절대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 모든걸 충분히 받을 자격이 된단 말씀입니다.”그를 살렸다고?유예린은 대충 이 상황이 짐작이 갔지만 여전히 질문을 이어갔다. “그, 그럼 그 시계는 뭔데요?윤찬은 자꾸만 질문을 하는 그녀가 귀찮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계는 대표님이 그녀한테 선물로 준 물건인데 굳이 왜 또 묻는 거지?윤찬이 약간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자 유예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난 당신들이 정말 사기꾼일 까봐, 혹시라도 마음이 변해서 날 감방에 처 넣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물어본거에요.”“그럴리 없습니다, 그 시계는 대표님이 당신에게 준 증표이고 우린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알겠어요, 다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제가 좀 상황 파악이 안 돼서요, 시간이 필요하니까 좀 혼자 있게 해줘요.”사건의 대략적인 실마리를 파악한 유예린은 얼른 윤찬을 쫓다싶이 내보냈다. 그런 그녀를 보며서도 윤찬은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오늘 처음 발견한 그녀이고 이 상황을 전부 받아들이기엔 감당이 안됀다는 것을 윤찬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윤천은 공손하게 말하고는 곧 떠났다.유예린은 윤찬을 보내고 곧바로 설레는 마음으로 안방에 있는 킹 사이즈의 커다란 침대에 털석 드러누웠다.윤찬이 모든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유예린은 대략 어떤 일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그날 밤, 다
온은수는 검은 눈동자로 차수현을 보며 되물었다. “그래서 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혼하기 싫다고?”차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다만 그게 사실이라면 저한테 직접 말하셔도 돼요, 이혼 도장 바로 찍어드릴테니까, 절대 당신을 잡고 늘어질 생각 없거든요.”“그리고 이혼하면 저한테 위자료 챙겨준다던 약속이요.”“왜? 그 정도로 부족해? 금액을 더 오려달라고?” 온은수는 실처럼 가늘게 눈을 뜨고 조롱하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역시 이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돈 밖에 모르는 속물이였어.“아니요.” 차수현은 약간 난감한 듯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체 온은수는 그녀를 얼마나 속물로 보였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걸까?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을 버릴 정도까진 아닌데.“요 며칠 저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이번엔 제 목숨까지 구해주고, 그래서 저도 보답을 할 겸 위자료 없이 맨 몸으로 나갈게요.”차수여현은 또박또박 진지하게 말했다.그동안 그녀가 차씨네 집에서 야금야금 뜯어낸 돈만 해도 이미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에 충분했기에 더 이상 온은수한테서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계약 결혼 기간동안 그녀 본인도 계약 조건에 어긋나는 일을 여러번 했으니까,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 마지막까지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깔끔하게 이 도시를 떠나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었을 뿐이였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롱섞인 눈으로 그녀를 보던 온은수의 표정에 웃음기가 곧 사라졌다. “진심이야?"“그럼요.” 차수현은 담담하면서도 확고하게 대답했다.무척이나 차분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온은수는 믿겨지지 않았다, 한 때 어떻게든 자신한테서 돈을 뜯어내려던 모습과 지금의 그녀는 사뭇 다른 모습이였다.그가 약속한 위자료는 그녀가 평생 호의호식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했지만 그걸 과감히 포기하다니?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그래, 지금 당장 변호사를 불러서 이혼 서류를 작성할게." 의아함도
온은수의 약속을 받아낸 유예린은 곧바로 운전 기사에게 S시에서 최로고 비싼 쇼핑몰로 자신을 태워다 달라고 했다.카드에 무려 1억이라는 돈, 그것도 마음껏 써도 되는 돈이라는 사실에 유예린은 불 타오르는 구매 욕구를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이는 대로 무작정 카드를 긁었다.사치스러운 쇼핑을 마음껏 즐기며 유예린은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VVIP 대접을 받았고 마치 상류 사회에 입성이라도 한 듯한 그 느낌이 너무 짜릿하고 좋았다.결국 유예린은 그동안 상상도 못 해봤던 최고급 명품들을 잔뜩 쓸어담고 크고 작은 쇼핑백을 한 가득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그녀는 고급진 명품 박스를 어루만지며 하늘을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자기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오고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돈의 맛을 제대로 본 사람은 한 번 그 속에 빠지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게된다.하지만 그녀는 결국엔 누군가를 사칭한 가짜이기에 시간이 갈 수록 변수는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가서 들통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그 날 거기 있었던 여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자신이 온은수라는 거물급 인물과 잤다는 사실을 그녀는 과연 알고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덜컥 찾아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를 다 뺏겨야 한단 말인가?생각할 수록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유예린은 더 이상 명품들을 보며 좋아할 겨를이 없었다.한참 생각을 하던 유예린은 얼른 차를 불러 호텔로 향했다. 그날 밤 온은수랑 같이 있었던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호텔에 도착한 유예린은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평소대로 태연하게 작업복을 갈아입었다.그리고 남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호텔 시스템을 관리하는 컴퓨터를 켜고 그 날의 투숙객 기록을 찾아봤다.하지만 하루 종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
차수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해요, 실수로 물을 쏟아서, 저 화장실 가서 좀 닦고 올게요.”유예진이 반응도 채 하기 전에 차수현은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했고 그녀에겐 옷이 젖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손은 덜덜 떨렸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순간 창백해졌다.유예진의 말을 들어보면 누군가 그날의 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심지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찾아낸 것 같은데, 대체 누구일까? 온은수? 아니면 그날 그 남자?설마 그 남자,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걸까? 이렇게 집요하게 자신을 찾아내려는 이유가 대체 뭘까?이미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차수현은 덜컥 겁부터났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을 수 있는 남자라면 분명 돈과 권력을 다 가진 사람일텐데 만에 하나 그 사람이 차수현 뱃속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아이를 뺏어가려 한다면 그에 맞서 싸울 힘조차 없는 차수현은 그저 순순히 당할 수밖에 없다.생각할 수록 초조하고 무서운 생각만 더해지는 그녀, 지금 이 상황에 유예진과 차분히 마주 앉아 얘기를 할 기분이 전혀 아니였던 그녀는 휴지를 대충 감아 젖은 옷을 대충 닦고 나가서 유예진에게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 핑계로 가방을 챙겨 커피숍을 나왔다.차수현한테서 더 많은 걸 캐내려고 했지만 전혀 기회를 주지 않는 그녀, 심지어 대답조차 제대로 안 하고 이대로 가버렸다.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차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유예진은 뭔가 께름칙한 생각이 들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회사에 그렇게까지 급한 일이 있다고?무엇보다 지나치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차수현이 수상하게 느껴진 유예진. 하지만 유예진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이내 휴대폰을 꺼내 같이 호텔에서 일했던 다른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그날 다른 층 알바생들 중에 차수현 말고 누가 또 있었는지 알아봐줘요.”“어제 이미 확인했잖아요, 그 층에서 일했던 사람은 차수현 한 명 뿐이라고... 아 참, 그러고보니 차수현 인적사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